편집자추천도서
C. S. 루이스를 사랑한 남자의 고백
‘영화가 좋다’나 유튜브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을 보면 마치 그 영화를 다 본 듯하다. 그런 것에 맛들이면 영화나 드라마를 정상적으로 보기 힘들지 모른다. 보더라도 1.5배속은 놓고 봐야 조급성을 좀 덜하며 볼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의 성향이 이 시대를 지배하는 듯하다.
과거 대학교 다닐 때 학교 복사집에는 프레쉬맨을 위한 신입생 필독서를 요약해 놓은 복사물 묶음집을 팔곤 했다. 지금이야 PDF이나 e-book 나눔을 할 듯싶다. 물론 책에 대해 이런 일을 행하는 것은 책에 대한 무례이고 불법이다. 그런 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책의 진수를 느끼기 힘들다.
이번에 나온 ‘C. S. 루이스의 인생책방’(홍종락, 비아토르)은 얼핏 보면 그런 오해를 가질 수 있다. 책의 말미에는 루이스의 책에 대한 요약도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루이스의 책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루이스 덕후가 쓴 루이스의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서이고, 루이스를 통해 길을 찾은 이의 비아토르 즉 길을 가는 여행자의 발자취의 기록이다(이 책을 낸 출판사도 비아토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루이스를 처음 접하거나 루이스의 책을 한두 권 정도 읽고 루이스를 다 아는 듯 착각하는 이들을 깨우치게 한다. 또 루이스의 덕후들에게는(의외로 C. S. 루이스에게는 강한 팬덤이 있다. 그의 책의 진가를 느낀 이들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루이스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는 인도자의 역할을 해준다.
특히 책 말미에 루이스의 여러 책에 대한 토론 질문과 책에 대한 요약을 더해주어서 C. S.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J. R. R. 톨킨 등이 모여 책에 대한 토론을 가졌던 잉클링스처럼 깊이 있게 루이스를 통한 신앙의 깊이와 사고의 항해를 갖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누구보다 루이스를 통해 인생의 길의 행보에 도움을 받은 이들을 위한 책이고 저자의 루이스에 대한 연애편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신: 이 책의 초반에는 C. S. 루이스의 결혼과 상처를 다룬 셰도우랜즈에 관련된 실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다. 리처드 아덴보로(이 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간디라는 영화 및 숱한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지만 쥬라기 공원에서 배우로도 출연하기도 했다)가 감독했던 이 영화는 초반과 후반의 루이스의 강연 장면을 통해 머리로서의 고통이해와 그 고통을 실제로 거친 신앙인의 고통이해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어서 인상적이었다. 그 소재가 된 루이스의 사랑과 사별에 대한 스토리의 먹먹한 감동만이 아니라 루이스에 대해 관심 있는 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한다. 약간은 기독교적 관점과는 좀 간극을 둔 듯싶어 아쉬운 면도 있지만, 저자는 그 영화 속에서 가졌던 의문과 허전함을 해소해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감사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