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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추천도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이들에게 보내는 노 신학자의 편지
Aging in Grace: 은혜로운 노년/아치볼드 알렉산더/김동철, 유영희/한국장로교출판사/조정의 편집인
저출산 초고령 시대를 살면서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모세가 하나님께 간절히 요청했던 지혜로운 마음 곧 “우리 날 계수함”을 우리는 여간해서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인생의 봄과 여름을 즐기고 있는 자들에게 가을과 겨울은 마치 오지 않을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계절을 주관하셔서 정하신 그대로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게 어김없이 노년의 계절을 맞이하게 하신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우리 날 계수하는 지혜로운 마음을 미처 갖추지 못한 많은 사람이 노년을 어떻게 아름답게 보내야 할지 알지 못해서 당혹스러워한다. 젊은 목사로서 성경을 근거로 노성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경의 가르침을 잘 안다고 해도 인생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인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인생의 계절을 모두 다 경험한 목사가 같은 노년의 성도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인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여기 19세기를 대표하는 아치볼드 알렉산더 목사가 바로 그 적임자다. 1772년에 태어나 1851년 주님 품에 안길 때까지 버지니아주와 펜실베니아주의 교회에서 목회하고 햄든-시드니 대학교 총장, 프린스턴신학교 교수로 가르쳤던 그는 목사이자 신학자로서 <Aging in Grace: 은혜로운 노년>이라는 책을 통하여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 책은 70대 초반에 알렉산더 목사가 쓴 <종교적인 체험에 대한 고찰: Thoughts on Religious Experience>의 부록으로 실린 편지글을 모은 것이다. 총 다섯 편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장인 “죽음의 문턱에서 드리는 기도”는 알렉산더 목사의 장남인 제임스가 아버지 전기를 쓰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편지를 쓰면서 말씀하신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먼저 아치볼드 목사는 노년을 맞이한 성도를 위로한다. 사별의 아픈 상처, 사랑하던 친구들, 가족들이 떠나갈 때의 고통, 힘과 지혜를 점점 잃어버릴 때 느끼는 당혹감을 공감한다. 또한 함께 믿음의 경주를 하던 이들이 경로에서 이탈하여 떠나버린 사실에 슬픔을 느끼고, 세월의 흔적이 얼굴과 몸에 나타나는 것에 실망하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잘못과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시절에 대하여 후회하고 죄책감을 가질 때, “나의 친구여, 부디 우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늘 주님을 의지하고, 스스로 마음을 북돋아 주님의 자비와 신실하심에 소망을 두십시오”라고 격려한다(17p).
둘째, 저자는 노인에게 죄를 멀리하라고 경고한다. 자신도 노인 중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이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더 많이 알게 된 노성도로서 “노인들이 빠지기 쉬운 과오를 주시하며 경계하”라고 권면한다. 까다롭고 퉁명스러운 태도, 부정적인 말과 행동, 무기력하고 열정 없는 신앙이 바로 노인이 경계해야 할 것들이다. 또한 탐욕, 더 가지려는 마음과 가진 것을 움켜쥐려는 마음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지금 소유한 것이 무엇이든, 또 앞으로 어떤 세상적인 것들을 얻게 되든, 여러분의 영혼을 위해서 이 세상의 썩어질 것들에 애착을 가지지 마십시오”(33p). 아치볼드 목사는 죄를 죽이는 싸움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지 멈추지 말아야 할 싸움이고, 노년에 특별히 기승을 부리는(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바에 따른) 죄를 경계하라고 촉구한다.
셋째, 아치볼드 목사는 노인들에게 특별한 권고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살리라고. 힘이 줄어들어도 지혜롭게 조언할 수 있고, 젊은 사람처럼은 못해도 진실로 뜨겁게 하나님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특별히 저자는 노인이 성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역으로 ‘기도’를 꼽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성육신하셨을 때, 하나님은 두 노인을(시므온, 안나) 기도하는 사람으로 세우셨다. 모든 일에 기도와 감사로 구하는 것은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맞이한 성도가 특별히 더 헌신할 수 있는 귀한 사역임에 틀림이 없다. 바로 그 일에 충성을 다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노년을 맞이한 성도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죽음 그 이후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복을 굳게 붙잡을 수 있도록 확신을 더한다. 날로 후패하여지는 몸과 날로 새로워지는 속사람을 가진 성도는 이제 세상을 떠나 영원한 세상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사망의 쏘는 것은 사라졌고, 다만 죽음의 문을 통과하여 영원한 생명을 온전히 누리게 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아치볼드 목사의 마지막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비록 비천하지만 주님은 가장 존귀하신 분입니다. 나는 비록 의롭지 못하지만 주님은 속죄의 죽음과 거룩한 삶으로 내가 완전히 의롭다 칭함을 받게 하시고 나에게 흠 없이 정결한 의의 옷을 입혀 주셨습니다”라고 항상 고백해야 한다(89p). 더 이상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끝까지 의의 종이 되어 신실한 삶을 살게 하는 힘이 바로 복음에 있다.
이 책은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이들에게 보내는 노 신학자의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봄, 여름을 맞이한 이들에게도 미리 가을과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이 책은 사랑하는 노성도들, 가족들, 친척들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70대 노인(19세기였으니까 지금으로 치면 80대로 봐도 무관할 것 같다)이 십수 년의 목회와 신학 교육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신앙을 가지고 동료 노성도들에게 하는 조언은 정말 귀하고 아름답고 또한 강력하다. 누구든지 이 책을 읽는 자마다 모세가 요청한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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