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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락 서평

설교표절의 유혹

문양호 | 2018.11.29 14:00
설교표절로부터의 해방(스캇 M.깁슨, 새물결플러스)을 읽고



설교표절의 유혹



목회자에게 설교는 가장 핵심적인 사역중의 하나다. 목회자의 사역중 설교외에도 심방과 돌봄등 여러가지 면이 있지만 공동체가 가장 표면적으로 접하게 되는 부분은 역시 설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교는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겠지만 결코 만만한 부분이 아니다. 사회의 어떤 강연자도 매번 다른 주제와 내용으로 매주 몇십분을 십수년 아니 수십년을 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목회자는 그런 일을 행한다. 게다가 한국의 목회자는 기본 주중 설교외에 새벽기도, 심방설교 등을 꼽으면 많을 때는 십수개의 설교를 해야 할때가 적지 않다. 그런 속에서 설교준비를 충실히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라도 주일 설교만을 놓고보더라도 그렇다. 설교외에도 교회의 많은 사역을 감당하면서 설교준비를 잘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다. 저자는 그런 어려움 속에 있는 목회자가 빠지기 쉬운 설교표절의 문제를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양질의(?) 설교를 전하기 위해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나 책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고 또 그것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목회자들에게 자주 날라오는 이메일 중 설교자료집이라는 이름으로 예화는 물론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묶음집을 저렴하게 구매하라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이메일이 그저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를 통해 은혜받으라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좋게는 참조요 나쁘게는 전부이든 부분적이든 인용이나 카피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통로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온갖 주석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만들어낸 일부 주석중에는 설교적 틀을 제공하는 경우들도 간혹 있기까지 하다. -강도사고시나 목회고시에도 갖가지 주제와 성경본문에 대한 논문이나 주해를 담아낸 자료집들이 존재했었다-

이런 일들이 만연하고 또 그 의도가 순수했어도 그것을 일부 목회자가 악용하는 것은 설교표절의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일 게다.

사실 어떤 점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같은 성경본문을 수많은 설교자가 다 다르게 설교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묵상이나 연구없이 그것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저자는 이것이 범죄행위이고 목회자로나 공동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이 갖고 있는 문제, 또 이것을 감추고자 하는 목회자의 악을 드러낸다. 사실 어떤 경우는 성도들도 은혜만 받으면 되지 하며 이런 문제를 심각히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런 악을 목회자가 합리화하는 단초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교회의 목회자나 성도가 읽을 만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그렇게 강렬해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저자가 지적하듯 목회자가 힘든 사역 속에서 설교를 준비하는데 저자가 제시한 방법으로는 곧 한계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가 일차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이 미국목회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업무과중도나 설교의 횟수를 생각한다면 한국목회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한국의 상황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설교표절로부터의 해방’이란 제목은 ‘설교표절의 문제’라고 바꾸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 원제가 ‘Sould We Use Someone Else’s Sermon?’을 보면 저자도 설교표절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함이지 근원적 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닌 듯 싶다.-

결국 이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설교자 자신이 성경전반과 각권에 대한 자기 나름의 묵사과 연구가 되어져 있어야 한다. 그저 신학교에서 성경개론이나 복음서, 서신서 등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수박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신학책이나 설교집을 읽는다 해도 그것은 또다른 무의식적 표절로 나가는 길이 될수도 있다.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설교자는 설교에 있어 몇권의 책에만 국한 된 설교를 평생하고말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의 말씀묵상이 필수적이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시중에 나와있는 성서 유니온의 ‘매일 성경’을 좇아 하게 되면 신약은 오년이내에 한번은 끝내게 되고 구약도 십년이내에 모두 개인묵상을 마칠수 있다. 그것이 반복되어 세월이 쌓이게 되면 유명 신학자의 주석집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주해와 묵상창고는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묵상한 것이기에 그 묵상본문을 바탕으로 한 설교는 더욱 힘이 있고 강렬해질 것이다. 한 예를 든 것이지만 이런 형태로라도 자신이 소화한 성경묵상이 바탕이 되지 않는 설교자는 결국 어느순간 번아웃되고 한계를 느끼기 쉽다. 자신이 묵상한 것을 토대로 연구하고 살을 붙여나가 완성할때 그 설교는 더더욱 힘이 있고 말씀 중심적이 될 것이다. 이 시대는 설교표절만이 아니라 기교만 난무한 설교도 많다. 결국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이런 방법 아닐까?

자기 것이 없기에 그 비워진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도용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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