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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장소, 예배 : ‘장소와 장소상실’(칼럼)

크리스찬북뉴스 | 2019.03.09 21:54

현대인은 장소를 상실한다(1). 의미 있는 행동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물리적 공간을 잃는다. 그리고 장소 상실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자신의 이야기 자체를 잊게 된다. 극심한 취업난에 처한 한국의 청년들은 노동의 장소인 직장을 잃어 버렸고, 가정과 이를 위한 장소인 집을 얻기 어려워졌다.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장소 상실의 문제는 결국 그들의 가치관, , 꿈까지 상실하게 한다. 비단 청년들만이 아니다. 배우는 장소인 학교를 잃어버리고 사교육 기관으로 몰린 청소년, 황혼 이혼과 졸혼(2)이 유행이 된 중ּ장년, 고독사하는 노인까지 확대된다. 가족 공동체를 상실한 핵가족 내의 핵 구성원, 높은 밀도로 피로감을 주는 도시, 도시의 이미지 소비품이 된 농촌 등 장소 상실은 다양한 범위에서 발생한다.

 

장소의 경험과 인간성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장소를 열망한다. 매년 명절마다 증가하는 해외 여행객의 수치, 부동산과 신도시 열풍, 대중매체가 맛집이라고 소개한 식당 앞의 대기 행렬이 장소 상실로 겪는 현대인의 열망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소 열망의 인간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현상은 영성 추구의 모습이다. 현대인은 특정 종교 기관에 소속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규칙적인 종교 활동에 회의를 느낀다. 스스로를 비신화적이고 비종교적으로 정의 내리고자 한다. 종교성을 상실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성 상실이 야기한 건조한 영성은 사회 곳곳에서 고스란히 수면 위로 드러난다. 다양하게 증가하는 템플 스테이, 명상 등의 프로그램과 이미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힐링’, ‘내적 치유등의 단어가 그 예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육체와 영혼 전체로 장소를 상실하고 열망한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의 장소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으로 남는다. 지하철, 버스 등 교통 공간 안에서 각자의 휴대폰만 들여다 보는 대중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소진된 영성을 갈구하지만 타인과 종교성을 공유하며 장소 상실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 중심적인 사교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종교 기관에 들어간다. 현대인은 이제 단순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장소 상실을 겪지 않고, 역으로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장소 상실에 대한 사회 공동체적 설명과 적절한 대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상실감의 원인조차 개인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현대인의 장소 열망은 바른 방향을 잡기 어렵다.

 

이처럼 전쟁이나 특별한 재앙이 없는 상황에서도 실존적인 삶이 막혀있는 듯이 방황하는 현대인의 만성된 장소 상실과 막연한 열망의 감정, 그리고 구체적 행위로 드러나는 반응들 앞에 예배 공간인 교회는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특히 하나의 건축물로서 특정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는 교회 건축물이 물리적 공간의 상실을 겪는 인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엇인가? 사회의 설명과 대안 없이 장소로 방황하고,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예배로 모이는 기독교 공동체는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기독교 공동체인 교회와 건축물로서의 교회 안을 가득 채우는 가치와 행위의 유일한 목적은 예배이다. 이 범위는 협소하지 않으므로 교회의 교회 안에서 발현된 가치와 목적은 밖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인간이 발 딛고 사는 땅 위에서, 삶을 유지하는 사회 안에서 가시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땅, 사회의 모습에서 인간이 발견하는 것은 실종과 갈망의 현실이다. 이 현황에서 포착되는 솔직한 괴리감을 구약학자인 브루그만(Brueggmann)이 성경 속 땅의 의미를 추적해가는 중에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복음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한다. 거기에는 근심도 없고, 슬픔도 없다(16:20). 오직 안식과 기쁨을 간직한 땅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녕 이 땅의 선물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던져주고 있는가!(3)

 

교회는 현대 사회와 대화하며 대안을 만들 수 있을까?

 

이민희 기자 


참고문헌

(1) Edward Relph의 정의에 따르면 장소란 인간 실존의 근본 토대이고, 인간의 실생활이 이루어지는 세계이다. 따라서 인간답게 존재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장소를 상실하는 것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장소에 실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인간답게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Edward Relph, 장소와 장소상실 Place and Placelessness, 김덕현, 김현주, 심승희 역(서울: 논형, 2005).

(2) 박선영, “졸혼(卒婚) 예찬,”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e1100be1d741470795f7b8247da4ce34”, 2017327일 접속.

(3) Walter Brueggmann, 성경이 말하는 땅: 선물, 약속, 도전의 장소 The Land: Peace as Gift Promise, and Challenge in Biblical Faith, 정진원 역(서울: CLC, 2013),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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