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교황, 진작에 그럴줄 알았다?!

신동수 | 2020.11.15 10:23

얼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소식이 있었다.

 

교황 프란시스가 드디어 동성 커플들의 결합을 지지한다고 로마 국제 영화제 개막작 '프란체스코'라는 다큐에서 밝혔다는 것이다. 프란시스 교황은,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하나의 가족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 동성간의 결합의 명칭은 "결혼"(marriage)이 아니라 "사회적 결합"(civil union)이다. 이는 결혼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둘의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 세금 혜택과 사회 보장의 적용 등등. 유럽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법적 대안이다. 교황의 의도는 성경에서 결혼은 오직 남자와 여자의 결합만을 인정할 수 있기에 동성의 커플들은 결혼이 아닌 동거인으로서 법적 권리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교황 즉위 이래 "동성간 사회적 결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아니,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동성간의 결합을 이렇게 인정한 최초의 교황이라 한다.

 

이에 제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금세 드러났다. 교황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전세계가 들썩이지만, 특히, 미국과 한국의 복음주의 크리스챤들이 교황의 이번 동성애 커플의 사회적 결합법(civil union law) 지지 발언을 가지고 '드디어 마귀의 본색을 드러냈다', '적그리스도가 가면을 벗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교황'이라는 등... 심기불편을 넘어 저주의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교황 프란시스는 아르헨티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으로 있을 때부터, 일관되게 성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늘 사회적으로 억압 받고 무시당하는 이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그들을 품어주는 신부로 알려져 왔다(그것이 그가 역대 어느 교황과 비교할 수 없게 추기경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두 번째 추기경 무기명 투표에서 압도적인 추천으로 교황에 뽑힌 이유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그를 해방신학을 하는 좌파 신부로 몰아세웠지만, 사실, 그의 신학은 철저히 보수적이었고 복음적이었다. 그는 그저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처럼 섬기고 싶은 신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교황이 되고 난 후에도, 프란시스는 늘 정치 경제적으로 약소국, 가난한 약자들, 차별 받는 소수자들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미국과 쿠바의 정치적 관계를 중재했고, 불교국 미얀마를 방문하여 불교 지도자들과 연대하는 최초의 교황이 되었으며, 전세계적인 인신매매의 종식과 기아의 종식을 위해 전세계 카톨릭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었으며, 비리의 온상이던 바티칸 은행 다섯 곳 중 네 곳의 추기경들을 갈아버리고 투명하게 운영하게 했으며, 음지에서 고통하는 성소수자들(LGBTQ)을 양지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자들, 마음이 상한 자들, 갇힌 자들, 눌린 자들에게, 교황 프란시스코는 예수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참 목자로 인정받으며 많은 이들을 교회로 인도하고 있다. 그러나 구약의 율법 - 자기들도 스스로 지키지도 못하는 법과 규례들 - 을 들먹이며 동성애자들을 차별하고 지옥에나 가라고 외치는 소위 복음주의자들은 오히려 자기 양들을 교회에서 쫓아내고 있다.

 

성경은 복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4:18).

 

교황 프란시스와 복음주의자들 중에 누가 더 복음에 가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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