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아버지...그리고 나

서상진 | 2019.04.02 05:00

어린 시절 우리집 밥상에는 갈치구이가 자주 올라왔습니다. 어머니가 노릇하게 구워주신 갈치구이는 우리집 저녁식탁의 별미였습니다. 갈치라고 하면 어린시절 참 귀한 음식이라 명절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갈치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종종 갈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갈치가 식탁에 나오는 날이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갈치구이는 뼈를 발라서 먹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갈치를 드실 때 너무 깨끗하게 뼈를 발라서 드시는 것입니다. 갈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 힘으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렇게 갈치로 인해 절망에 빠질 때 아버지는 갈치의 뼈를 신기하게 발라서 저의 흰밥 위에 올려주셨습니다. 그러면 어린 나는 너무 좋아서 흰밥과 함께 숟가락에 아버지가 발라주신 흰 갈치살을 먹었습니다. 한번은 갈치 양 옆에 있는 뼈를 바르신 후에 가운데 살만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따라서 해보라고 하시면서 갈치 중간에 뼈를 손으로 잡으시고 살을 입으로 발라서 먹어 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먹는대로 따라서 갈치를 먹어보니 너무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저에게 갈치를 발라서 먹는 비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양 옆의 뼈를 먼저 조심스럽게 바른 후 가운데 살을 먹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따라 해보니 정말 살맛 나오는 것입니다.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갈치의 살을 발라서 얼마나 먹었는지 모릅니다.

오늘 갈치를 먹었습니다. 그것도 갈치로 가장 유명한 곳에 와서 먹었습니다. 주문한 갈치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갈치의 옆에 난 가시를 먼저 바르는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몇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함께 갈치를 먹은 친구에게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고 하면서 갈치 뼈 바르는 법을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제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모습, 교회에서 사람들을 사랑하신 모습,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심지어 갈치를 먹는 방법까지도~~ 지금의 나의 나이는 벌써 그때의 아버지 나이보다 훨씬 많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아들을 사랑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갈치를 통해 투영이 되어 버린 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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