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한가위 교회이야기

이성호 | 2019.09.21 22:15
한가위 교회이야기

1. 부교역자시절, 담임목사 사례비 항목이 월 400만원, 지금까지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허풍속에 숨어있는 ‘플러스 알파’를 합치니 연봉 9700만원이었습니다. 재직회 보고서를 살펴보던 우리 부부는 경악했습니다. 기도는 그야말로 청산유수였던 분, 돈이 될만한 교인들 관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일 년을 채우는 것도 죄스러워 사임했습니다.

명절마다 재직들의 경쟁적인 선물공세를 ‘섬김’으로 칭송하지만, 김장김치조차 부교역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 ‘그 사모’의 눈치를 피해 황급히 주고 간 김치 한 통, 유독 맛있었습니다. 사과며 배박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뭉글어지고, 냉장고에서는 한우 세트가 넘쳐나도 오직 담임목사여야만 한다는 그 괴이한 헌신.

2. 철마다 해외여행, 선교여행, 더 코메디인 것은 담임목사 여름 피정비 300만원, 부교역자는 0원. 무려 12일을 해외다녀온 후, 우리 가족 휴가 떠나는 날 10만원을 건네며 아이들 과자나 사주라던 그분은 노회의 유력한 ‘갑’이었습니다. 오늘의 개신교가 길바닥에 밟히는 또 다른 원인입니다.

자기 교인들보다 넉넉하게 잘 사는 목회자가 정상일까요. 그런 대접을 당연시하는 교회가 정상일까요. 어느 장로왈 “그만큼 합니다”라고 대답을 하신다면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니 목회하는 거 아닌가요”

3. 진리의 수호자. 말씀을 맡은 ‘주의 종’이라고 스스로 높이지만, 끼니는 굶어도 십일조는 거룰 수없다는 마르고 늙은 이들의 얇고 적은 헌금은 못 본척하나, 풍성하고 두터운 금액을 던지는 부자들의 친구는 자처합니다. 부자·대형교회일수록 가난한 이들에게는 높고 화려한 성전이지만, 힘있는 자들에게는 한 없이 낮은 곳이 교회 문턱입니다.

그런 분들이 더 잘 보이고 확연히 구별하는 은혜, 저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로 생각합니다. 교회는 누구의 벗이어야 하는가. 교회는 누구에게 더 잘 열려 있어야 하는가. 목회자는 어떤 삶을 기쁘게 살아가는가. 과연 하나님은 어느 편이실까요? ‘배부른 자’는 언제나 ‘주머니 큰 자’들과 어울리게 돼있습니다.

과분한 계절 가을입니다. 숨을 헐떡이게 하던 무더위가 황급히 물러가는 추석 연휴 잘 지내셨나요? 저녁 하늘을 가득 채운 만월(滿月)이 고단한 여러분들 한분 한분의 얼굴을 훤하게 밝혀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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