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약의 여성상 깨뜨리기
‘성경이 말하는 남녀의 역할과 위치’(제임스 헐리, 여수룬)란 책이 있다. 90년도 초에 출간된 책이었다. 중학교 땐가 교회에서 한 동급 여학생과 성경이 말하는 남녀의 위치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적 문화와 교회에서 말하는 남녀의 해석은 유사성이 있는 것처럼 보여졌고, 우리는 그 상황에서 성경을 보는 면이 있었다.
당시의 해결되지 않는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성경이 말하는 남녀의 역할과 위치’를 읽게 되었는데 보수적 시각이 강하긴 하지만 깊이 있는 성경연구와 성경이 쓰여지던 구약과 신약시대의 문화 속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떤 역할과 위치를 그려냈는지를 잘 그려내었다. 지금의 시각 속에서는 보수적으로 비쳐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시적 연구로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깊이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꽤나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비아토르에서 나온 ‘뵈뵈를 찾아서(수전 E. 하일렌, 비아토르)’는 그런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좀더 반대쪽에서 색다르면서 재미있게 접근한 연구서다.
뵈뵈는 개인적으로 꽤나 관심을 갖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로마서 16장은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올라가는 엔딩크래딧의 제작진의 명단을 보는 느낌인데 뵈뵈는 그 리스트의 상단에 차지하는 인물이다. 우리가 영화 엔딩크래딧의 수많은 이름을 읽어봤자 그중에 알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뵈뵈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뵈뵈라는 인물을 통해서 당시의 여성은 어떠했는지를 설명하는 빗장을 연다. 뵈뵈라는 인물 자체가 정보가 별로 없고 우리가 신약의 이스라엘 시대의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있기에 그 문 뒤에서 펼치는 저자의 시대에 대한 설명과 여성의 위치는 상당히 이채롭고 흥미롭다. 마치 우리가 조선시대의 유교적 굴레에 갇혀 있던 여성의 위치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을 바라볼 때 상당히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인해 놀라는 것처럼 아마도 지금까지 설교나 성경공부를 통해 듣거나 배워왔던 여성의 위치에 대한 지식과는 상당히 다른 설명이 인상적이다. 당시의 남성의 역할과 동등한 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종속적이거나 수동적인 위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경제적 능력과 교육, 리더십 및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 시대 보수적 기독교가 이해하는 여성에 대한 제한적이고 편협적 시각을 넓히는 데에 도움을 주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종 우리의 성경적이라고 생각하는 해석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적 관점과 선입견에 갇혀 있는 경우들이 있곤 하는데 여성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도 그러한 듯 싶다. 또 그 시각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필자가 ‘성경이 말하는 남녀의 역할과 위치’를 읽던 당시의 시각과 지금의 시각이 다르듯―물론 성경의 진리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말씀을 시대에 적용하거나 풀어가는 방식은 다를 수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성경문화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데에 일조한다.
추신: 이 책은 지면의 한계성과 주제의 제한성이겠지만 신약시대의 여성에만 국한한다. 그 점을 감안해서 읽긴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여성의 위치는 초대교회 당시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던 이방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듯 싶다. 이스라엘 여성이 다루어지긴 하지만 그 비중이 변경에 머무는 듯 비쳐져 과연 복음서의 여성은 어떠했을지 그 정보는 적은 듯 싶어 이 책을 읽는 내내 좀 아쉽다. 그리고 그 초대교회 여성도 당시의 중산층이상의 여성을 중심으로 다루는 듯 싶어 오히려 가장 인구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을 여성들의 모습은 잘 볼 수 없는 것도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