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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성경을 깊이 읽으려면 꼭 필요한 혹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신학
신학자들과 성경 읽기: 깊이 있는 성경 해석을 위한 가이드/고든 피, 제임스 휴스턴 외/김진우/터치북스/조정의 편집인
결론적으로 성경 읽기에 깊이를 더하는 신학은 바울이 감탄한 것처럼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를 외치게 하는, 그분의 의도하신 그리고 조명하시는 뜻이고, 그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심지어 방해가 되는) 신학은 인간이 만든 철학과 초등 학문에 불과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유진 피터슨은 “성경을 읽되 제대로 읽어라”라고 요청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대로’의 의미를 밝혔다: “성경을 읽되, 성경을 읽지 않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하게 해주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 또는 감정의 고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기 위한 목적으로 성경을 읽어라. 성경을 읽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한다. 그 기술들은 성경 말씀뿐 아니라 성경의 정신과 마음을 지향하게 해주는 기술, 예리한 이성과 경건한 마음을 통합하는 기술, 삶의 실천과 일치되지 않는 성경 이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기술, 동시에 거룩한 순종으로 이어지지 않는 석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기술을 포함한다”(11p). 그리고 피터슨은 <신학자들과 성경 읽기>를 통하여 독자가 “최고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이 책은 리젠트 칼리지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많은 교수들 중 고든 피(신약학), 엘머 딕(성서학), 제임스 패커(신학과 성경), 크레이그 게이(사회학), 로렌 윌킨슨(철학), 제임스 휴스턴(영성 신학)의 글을 담고 있다.
서문을 쓴 유진 피터슨을 제외하고 총 여섯 명의 학자가 쓴 이 책은,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해석을 위한 맥락으로서의 역사(고든 피), 2. 해석을 위한 맥락으로서의 정경(엘머 딕), 3. 신학과 성경 읽기(제임스 패커), 4. 지식사회학과 의심의 해석학(크레이그 게이), 5. 해석학과 포스트모더니즘(로렌 윌킨슨), 6. 영성과 성경 읽기(제임스 휴스턴). 이 책의 원제는 “The Act of Bible Reading”(“성경 읽기 행위”)이고, 번역서에 나온 부제는 “깊이 있는 성경 해석을 위한 가이드”이지만, 원서엔 “A Multidisciplinary Approach to Biblical Interpretation”, 즉 “성경 해석에 관한 다학문적 접근”이라고 쓰여있다. 개인적으로는 원서의 제목과 부제가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1-3장까지는 성경 해석의 깊이를 추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지만, 4-6장의 내용은 확실히 해석의 다양성을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책의 전반부를 통해 ‘성경 본문을 이렇게 깊이 연구하면 원문이 담고 있는 원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유익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를 읽을 땐, ‘성경 본문을 이렇게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읽어나가면, 결국 우리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느낄 것 같다’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다.
고든 피는 1장에서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본문을 개별화해서, 그 원래 배경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하나님의 매우 중요한 말씀을 놓치게 된다”라고 비판했다(27p). 그러나 5장에서 로렌 윌킨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창출한 다양한 해석 방식의 변화에 맞춰 본문을 ‘개별화’하면 나름의 배울 것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그가 페미니즘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해방신학’에 관한 예를 들을 땐, 이렇게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정말 “깊이 있는 성경 해석을 위한 가이드”가 맞는지 강한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본문의 전통적 해석을 일단 의심하고, 기존 접근 방식을 해체하려는 태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는가를 집중하기보다 독자가 처한 상황과 사회학적 구조, 문화와 배경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집중하는 성경 해석은 위험해 보인다. 마지막 휴스턴이 제시하는 독자 반응 비평의 역사, 사막 교부들의 성경 사용 방법부터 렉시오 디비나와 중세 수도원 독자, 종교개혁의 해석, 그리고 계속될 영성 가득한 성경 읽기 방식까지, 어떤 면에서 독자는 하나님께서 단순한 글 읽기 방식을 통하여 하나님께 속한 경이로인 지혜와 진리를 누구나 듣기 원하는 자에게는 성령으로 깨닫게 하신다는 확신과 소망을 주기보다는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게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해가는 방식)을 가지고 성경을 읽어야만 하는지 거대한 과제를 가져다준 느낌도 든다.
물론 성서 해석학의 다양한 관점과 전개된 방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 자체를 불필요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 여호와께서…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학자들 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라고 고백한 선지자 이사야는 이 책이 논하는 그 어떤 학문적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여호와를 경외하는 도는 정결하여 영원까지 이르고 여호와의 법도 진실하여 다 의로우니 금 곧 많은 순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라고 고백한 다윗처럼(시 19:9-10), 모든 성경을 읽는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합당한 지식과 지혜와 영성을 내려주시기를 간구한다. 그리고 <신학자들과 성경 읽기>를 통해 어떤 이들은 깊이 있는 성경 해석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또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지금 하고 있는 성경 읽기를 통해서 충분히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말씀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여 기쁨으로 순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피터슨의 말처럼 계속해서 성경을 그렇게 제대로 읽어나가기를 권면한다. 성경을 해석하는 힘과 지혜는 우리 안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조명하시고 이끄신다. 그리고 성령 하나님이 성경을 해석하시는 관점은 이렇게 많고 다양하고 복잡하고 변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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