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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주님 양을 돌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기초
목사와 상담/제레미 피에르 & 디팍 레주/차수정/개혁된실천사/조정의 편집위원
성경적 상담학을 배우면서 국내 현실은 목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드물고 세속 심리상담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몇몇 신앙의 도움이나 교리적인 교육이 필요할 때만 목사의 목양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도 목사와 자연스럽게 상담하는 문화가 정착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선 목회 상담, 성경적 상담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은 빠르게 문화가 변하고 있고 권위주의적 사회구조가 변하여 수평적인 대화가 훨씬 더 유연해졌으며 목사의 개인적인 상담도 그만큼 자주 발생하고 필요해진 것이 사실이다. 성경적 상담학 관련 교재는 꾸준히 국내 소개되었으며 신학교나 기관에서도 상담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목사에게 상담은 여전히 비전문 분야이다. 곤경에 처한 교인을 실제로 목양하는 기술은 단순히 몇 권의 책을 읽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인 설교나 교회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상담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공적 가르침과 동시에 사적 가르침 즉 상담이 목양에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적 상담학의 원리나 성경적 기초,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한 원론적인 책은 장기적으로 목사가 읽고 도움을 얻어야 할 책이지만(가령 존 맥아더와 웨인 맥이 쓴 “상담론”, 부흥과 개혁사, 2010), 당장에 이번 주 요청이 들어온 상담 건에 대해서 성경적으로 목양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줄 책이 없을까?
제레미 피에르는 켄터키주 루이빌 소재 클리프턴 침례교회 담임 목사이다. 남침례 신학교에서 성경적 상담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디팍 레주는 마크 데버가 목회하는 캐피톨힐 침례교회에서 성경적 상담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목사로 성경적 상담 연합(Biblical Counseling Coalition)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상담을 하고 교육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목사와 상담>이라는 책으로 목사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성도를 상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1-3장까지 성경적 상담의 기초를 간략하게 정리한 후 4-6장까지 첫 상담부터 마지막 상담까지 어떤 상담 프로세스를 가져야 할지 설명한다. 7-8장에서는 목사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목양 협력 자원을 소개하고, 부록에서 상담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사항 서식, 상담 노트 정리법, 전체적인 상담 프로세스 체크리스트 등을 제공한다. 시리즈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최고의 기독교 서적은 언제나 신학과 실천을 동시에 갖춘다”(16p). 바로 이 책이 그렇다.
피에르와 레주는 성경을 근거로 목양이 첫째, 성도의 연약함과 죄를 식별하고, 둘째, 그 성도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셋째, 하나님을 대신하여 성도에게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36p). 상담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초로 문제를 겪고 있는 성도가 “그리스도를 더 닮아가도록 안내”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47p). 많은 목사와 상담가가 성도의 문제를 다룰 때 복음을 사용하지 않는데, 성경적 상담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복음이다. 복음이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피상담자의 “가장 큰 가치, 숨겨진 갈망, 세계관이 하나님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좌절과 역기능으로 점철된 삶을 살 것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47p). 복음은 잃어버린 양을 찾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양을 기르는 데도 필요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이 세속 상담에 의존하며 상황과 자기 자신, 타인에 대한 마음의 반응을 무신론 철학에 따라 다룬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독교 상담을 활용할 때도 ‘하나님’과 ‘성경’ 등을 언급은 하지만 정작 하나님의 말씀을 기초로 피상담자가 상황과 자기 자신, 타인과 하나님을 생각하도록 돕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목양은 결국 성도가 그 영혼의 목자와 감독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고,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깊이 생각하고 닮도록 돕는 일이다. 성경적 상담이 세속 상담 그리고 ‘기독교’라는 설명이 붙은 많은 상담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피에르와 레주는 바로 그런 상담을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문 상담 기관이나 의료 기관과 어떻게 협력을 맺을 것인지도 설명한다. 하지만 “영혼에 대한 책임을…이양해서는 안 된다”(165p).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상담의 첫 시작부터 중간 과정 그리고 마무리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실질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독자는 상담 사례를 다룰 준비를 하면서 이 책이 주는 여러 사항을 고려하고 참고하여 더욱 효과적인 상담 프로세스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 저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상담은 단지 목사의 업무가 아니라 모든 성도가 함께해야 할 일이라는 문화가 교회 전체에 일어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목양은 목사와 성도 사이의 일대일 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성도와 성도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 죄를 고하고 서로 권면하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일이 일어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히브리서 기자는 성도들에게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 그들은 너희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신들이 청산할 자인 것 같이 하느니라”라고 말했다(히 13:17). 사도 바울은 정말 삼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했다(행 20:31). ‘나를 사랑하면 내 양을 먹이고 돌보라’는 소명을 받은 자로서 목사는 맡겨주신 영혼을 목양할 책임이 있다. 특권이자 동시에 의무이다. 목양의 결과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실망과 좌절로 금세 포기할만한 일이지만 “내 양”이라고 말씀하신 목자장 예수님께서 자기 양들을 자라게 하시는 분이시니 목사는 맡겨진 일에 충성을 다할 뿐이다. 피에르와 레주가 쓴 이 책은 목사가 목양의 책임에 더욱 충성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자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곤경에 처한 교인 목양’을 해야 하는 곤경에 처한 목사에게 좋은 ‘기초’를 제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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