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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행복이 시작되는 도서관
마법의 도서관/요슈타인 가아더, 클라우스 하게루프/이용숙/현암사/[북뉴스]
누군가는 벌레의 집이 아늑하다고 시를 썼다. 나는 도서관에 가면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학교 시절 새벽 첫 버스를 타고 달려가던 정독 도서관 제 1열람실의 앞자리가 그러했고, 대학 도서관의 장서들이 주는 쾌쾌한 냄새가 그러했고,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평생학습관의 낡은 탁자며 책꽂이가 언제나 나를 반기며 아늑하게 맞아주곤 했다.
도서관에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언젠가는 저기 꽂혀 있는 저 책도 한 번쯤은 꼭 읽어보리라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고, 내가 만약 여기 있는 책을 다 볼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상상을 하게 되고, 세계일주와 도서관에 앉아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스스로 도취되어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기도 한다. 세월이 지나도 늘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엄 있는 고전들과 제목만 들어도 신선한 신간이 주는 기쁨과 감동들은 세상 그 어느 희락에 비유할 수 없을 만큼 도서관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행복의 도가니다.
그 뿐이 아니다. 도서관에서 자는 또는 조는 그 잠깐의 잠은 꿀맛이다.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차 한 잔도 향긋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약속장소로도 로맨틱 만점이고, 출출해서 달려가는 판에 박은 식당 메뉴도 정겹다. 10대와 20대의 한 귀퉁이를 그렇게 도서관과 함께 했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가는 어린이실의 동화가 내 인생으로 새롭게 들어온다. 아이를 통해 만나는 새로운 세상이 이렇게 큰 또 하나의 기쁨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동안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많이 도서관을 드나들었지만 듀이의 십진분류표를 한번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책을 찾는 정도의 100번대, 700번대, 800번대가 어떤 종류의 책이라는 점만을 기억했을 뿐이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분류표를 보게 되어 의미 있었다. 듀이는 왜 그렇게 표를 정리했을까. 어떤 연구에 의해서 그렇게 정리를 했고, 언제부터 전 세계적으로 그의 분류표를 따랐을까. 문헌정보학과의 커리큐럼들이 새삼스레 궁금해지기도 하고 재미있는 관심거리들이 속속 드러나 읽는데 즐거움을 더했다.
이렇듯 ‘마법의 도서관’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역사적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독자가 접근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칭찬하고 싶다. 독자에게 책내용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하드웨어적인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두 작가가 각각 베리트와 닐스가 되어 주고받는 식의 글쓰기를 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왔다. 해리포터와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아무래도 판타지물은 우리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이 앞서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의 판타지 동화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 판타지 동화도 찾아서 읽어보는 시간을 갖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외국의 판타지물이 이국적인 신선한 느낌이 있는 반면 내가 주인공이 되기에는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여서, 계속 독자로서 읽다 보니 주인공이 되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을 찾기는 다소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한국 토박이여서 일까.
책을 읽으면서 창의적인 생각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판타지 동화를 써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전혀 다른 A와 B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문제해결방법이 창의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많이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에 자주 가자. 그곳에는 분명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글 남영희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 (Jostein Gaarder)
1952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대학 학장, 어머니는 교사이자 아동문학가였다. 어려서부터 문학과 지성의 세례를 받은 것이 철학 입문 소설 <소피의 세계>를 낳은 모태가 됐다. 오슬로 대학에서 스칸디나비아 어, 종교사상과 역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고교 철학 교사로 재직했고, 파나 카운티 초급대학에서 10년 동안 철학을 강의했다.
누군가는 벌레의 집이 아늑하다고 시를 썼다. 나는 도서관에 가면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학교 시절 새벽 첫 버스를 타고 달려가던 정독 도서관 제 1열람실의 앞자리가 그러했고, 대학 도서관의 장서들이 주는 쾌쾌한 냄새가 그러했고,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평생학습관의 낡은 탁자며 책꽂이가 언제나 나를 반기며 아늑하게 맞아주곤 했다.
도서관에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언젠가는 저기 꽂혀 있는 저 책도 한 번쯤은 꼭 읽어보리라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고, 내가 만약 여기 있는 책을 다 볼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상상을 하게 되고, 세계일주와 도서관에 앉아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스스로 도취되어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기도 한다. 세월이 지나도 늘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엄 있는 고전들과 제목만 들어도 신선한 신간이 주는 기쁨과 감동들은 세상 그 어느 희락에 비유할 수 없을 만큼 도서관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행복의 도가니다.
그 뿐이 아니다. 도서관에서 자는 또는 조는 그 잠깐의 잠은 꿀맛이다.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차 한 잔도 향긋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약속장소로도 로맨틱 만점이고, 출출해서 달려가는 판에 박은 식당 메뉴도 정겹다. 10대와 20대의 한 귀퉁이를 그렇게 도서관과 함께 했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가는 어린이실의 동화가 내 인생으로 새롭게 들어온다. 아이를 통해 만나는 새로운 세상이 이렇게 큰 또 하나의 기쁨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동안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많이 도서관을 드나들었지만 듀이의 십진분류표를 한번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책을 찾는 정도의 100번대, 700번대, 800번대가 어떤 종류의 책이라는 점만을 기억했을 뿐이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분류표를 보게 되어 의미 있었다. 듀이는 왜 그렇게 표를 정리했을까. 어떤 연구에 의해서 그렇게 정리를 했고, 언제부터 전 세계적으로 그의 분류표를 따랐을까. 문헌정보학과의 커리큐럼들이 새삼스레 궁금해지기도 하고 재미있는 관심거리들이 속속 드러나 읽는데 즐거움을 더했다.
이렇듯 ‘마법의 도서관’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역사적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독자가 접근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칭찬하고 싶다. 독자에게 책내용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하드웨어적인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두 작가가 각각 베리트와 닐스가 되어 주고받는 식의 글쓰기를 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왔다. 해리포터와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아무래도 판타지물은 우리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이 앞서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의 판타지 동화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 판타지 동화도 찾아서 읽어보는 시간을 갖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외국의 판타지물이 이국적인 신선한 느낌이 있는 반면 내가 주인공이 되기에는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여서, 계속 독자로서 읽다 보니 주인공이 되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을 찾기는 다소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한국 토박이여서 일까.
책을 읽으면서 창의적인 생각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판타지 동화를 써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전혀 다른 A와 B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문제해결방법이 창의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많이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에 자주 가자. 그곳에는 분명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글 남영희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 (Jostein Gaarder)
1952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대학 학장, 어머니는 교사이자 아동문학가였다. 어려서부터 문학과 지성의 세례를 받은 것이 철학 입문 소설 <소피의 세계>를 낳은 모태가 됐다. 오슬로 대학에서 스칸디나비아 어, 종교사상과 역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고교 철학 교사로 재직했고, 파나 카운티 초급대학에서 10년 동안 철학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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