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서평
지붕 뚫고 내려온 환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냥 보면 안보이는 성경속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들/헤라 린트/송인정/이마고/[북뉴스]
"한 중풍병자를 사람들이 침상에 메고 와서 예수 앞에 들여놓고자 하였으나 무리 때문에 메고 들어갈 길을 얻지 못한지라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벗기고 병자를 침상째 무리 가운데로 예수 앞에 달아 내리니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르시되 이 사람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예수님이 중풍병자를 치료하는 장면을 기술한 누가복음 5장 18∼20절이다. 내용을 보면, 먼저 예수님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빼곡한 집에 난데없이 지붕이 뚫리고 들것에 실린 환자가 밧줄에 묶여 내려온다. 이어 예수님이 그 환자의 죄를 용서하고선 일어나 걸으라고 하자 그가 정말 걷게 되는 기적의 이야기다.
여기서 성경에 언급되지 않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그 환자는 누구였을까? 그는 왜 지붕을 뚫고 내려왔을까?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등이다.
책은 성경 이야기 속에서 품을 수 있는 이 같은 궁금증들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니엘이라는 지붕을 이는 기술자를 탄생시키고 그의 비극적 사고와 장애인이 된 후 피폐해진 가정을 구성한다. 그리고 친구 나단이 동료들과 함께 다니엘을 들것에 싣고 예수께 찾아가는 과정, 인산인해를 이룬 빵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급기야 지붕을 뚫어야 했던 사연 등이 만들어진다.
성경의 일화들을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그려낸다.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설정해 성경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행간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성경 속 이야기를 그저 관습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깊은 묵상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나오는 창세기 2∼4장의 말씀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담이 어린 아들 아벨과 함께 해 저물 무렵 강가에서 느긋하게 낚시를 즐기며 다정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만든다. 그리곤 부자 간의 대화를 통해 에덴동산에 혼자 있었을 때의 아담의 외로움, 선악과를 따먹고 난 후 남편의 고자질에 마음 아팠을 이브의 심정, 추방 후 아담과 이브가 서로를 의지하며 부부애를 키워나가는 모습, 불행한 사건으로 아들 아벨을 잃고 받았을 부부의 충격과 상심 등을 묘사하고 있다.
'정말 이럴 수도 있었겠다'는 공감과 더불어, 멀게만 느껴지던 성경 속 인물들이 가깝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들 역시 오늘 우리처럼 일상의 고민과 걱정을 지닌 존재, 아파하고 다투고 의심하고 두려워한 한낱 인간들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이 밖에도 남편 야곱을 부추겨 아버지 라반의 횡포에서 벗어나려는 라헬과 레아의 이야기, 아버지 다윗이 저지른 죄를 알게 된 솔로몬의 이야기, 그리고 아기 예수를 보호하기 위해 사막을 떠도는 마리아와 요셉 부부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또 하나 책에서 특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경을 읽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평범한 사람들이 부각되는 것이다. 우리와 별다름없이 '찌질한' 가상의 주변 인물들을 내세움으로써 우리도 그들처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온갖 걱정, 두려움, 의심 등 인간적 약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던 그들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15가지의 이야기마다 말미에는 그 내용의 성서적·신앙적 의미를 더욱 깊이 묵상해볼 수 있도록 돕는 해설을 수록해 이야기 속의 메시지를 밝혀준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저자 헤라 린트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성악가, 방송인. 쾰른 대학에서 신학과 독문학을 전공했으며, 쾰른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서독라디오방송 합창단원을 거쳐 솔로 성악가로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1988년 소설 《별걸 다 아는 남자》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작가로 등단했으며, 그후 《슈퍼 여성》 《포도주 다이어트》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발표했다. 1995년부터는 ZDF 방송국에서 <헤라 린트와 사람들>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며 방송인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헤라 린트의 작품들은 자전적 색채가 강한 여성문학으로 분류된다. 긍정적이고 유머가 가득한 그녀의 소설들은 많은 여성 독자들의 커다란 공감을 얻으며 영화화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1,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 중풍병자를 사람들이 침상에 메고 와서 예수 앞에 들여놓고자 하였으나 무리 때문에 메고 들어갈 길을 얻지 못한지라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벗기고 병자를 침상째 무리 가운데로 예수 앞에 달아 내리니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르시되 이 사람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예수님이 중풍병자를 치료하는 장면을 기술한 누가복음 5장 18∼20절이다. 내용을 보면, 먼저 예수님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빼곡한 집에 난데없이 지붕이 뚫리고 들것에 실린 환자가 밧줄에 묶여 내려온다. 이어 예수님이 그 환자의 죄를 용서하고선 일어나 걸으라고 하자 그가 정말 걷게 되는 기적의 이야기다.
여기서 성경에 언급되지 않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그 환자는 누구였을까? 그는 왜 지붕을 뚫고 내려왔을까?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등이다.
책은 성경 이야기 속에서 품을 수 있는 이 같은 궁금증들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니엘이라는 지붕을 이는 기술자를 탄생시키고 그의 비극적 사고와 장애인이 된 후 피폐해진 가정을 구성한다. 그리고 친구 나단이 동료들과 함께 다니엘을 들것에 싣고 예수께 찾아가는 과정, 인산인해를 이룬 빵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급기야 지붕을 뚫어야 했던 사연 등이 만들어진다.
성경의 일화들을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그려낸다.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설정해 성경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행간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성경 속 이야기를 그저 관습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깊은 묵상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나오는 창세기 2∼4장의 말씀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담이 어린 아들 아벨과 함께 해 저물 무렵 강가에서 느긋하게 낚시를 즐기며 다정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만든다. 그리곤 부자 간의 대화를 통해 에덴동산에 혼자 있었을 때의 아담의 외로움, 선악과를 따먹고 난 후 남편의 고자질에 마음 아팠을 이브의 심정, 추방 후 아담과 이브가 서로를 의지하며 부부애를 키워나가는 모습, 불행한 사건으로 아들 아벨을 잃고 받았을 부부의 충격과 상심 등을 묘사하고 있다.
'정말 이럴 수도 있었겠다'는 공감과 더불어, 멀게만 느껴지던 성경 속 인물들이 가깝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들 역시 오늘 우리처럼 일상의 고민과 걱정을 지닌 존재, 아파하고 다투고 의심하고 두려워한 한낱 인간들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이 밖에도 남편 야곱을 부추겨 아버지 라반의 횡포에서 벗어나려는 라헬과 레아의 이야기, 아버지 다윗이 저지른 죄를 알게 된 솔로몬의 이야기, 그리고 아기 예수를 보호하기 위해 사막을 떠도는 마리아와 요셉 부부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또 하나 책에서 특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경을 읽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평범한 사람들이 부각되는 것이다. 우리와 별다름없이 '찌질한' 가상의 주변 인물들을 내세움으로써 우리도 그들처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온갖 걱정, 두려움, 의심 등 인간적 약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던 그들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15가지의 이야기마다 말미에는 그 내용의 성서적·신앙적 의미를 더욱 깊이 묵상해볼 수 있도록 돕는 해설을 수록해 이야기 속의 메시지를 밝혀준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저자 헤라 린트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성악가, 방송인. 쾰른 대학에서 신학과 독문학을 전공했으며, 쾰른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서독라디오방송 합창단원을 거쳐 솔로 성악가로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1988년 소설 《별걸 다 아는 남자》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작가로 등단했으며, 그후 《슈퍼 여성》 《포도주 다이어트》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발표했다. 1995년부터는 ZDF 방송국에서 <헤라 린트와 사람들>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며 방송인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헤라 린트의 작품들은 자전적 색채가 강한 여성문학으로 분류된다. 긍정적이고 유머가 가득한 그녀의 소설들은 많은 여성 독자들의 커다란 공감을 얻으며 영화화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1,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 8990429803_1.jpg (0B) (0)
2,659개(85/13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