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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본을 이해하는 고전적 가치를 지닌 책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오인석/김윤식/을유문화사/[북뉴스]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일본인은 누구인가? 탁월한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학문적 여정이 끝나가던 1946년 <국화와 칼>을 내놓았다. 이 책은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위촉으로 연구한 것인데, 전시 상황이라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이광규(서울대 명예교수, 인류학)에 따르면,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을 통해 일본 사람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이 책의 장점은 학문적으로 위대한 저작이지만 난해하지 않고 유려한 문체로 복잡한 사상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서문에서 이안 부루마는 베네딕트가 ‘훌륭한 인간성과 영혼의 관대함을 지닌 작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베네딕트는 이 책에서 평균적인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의 틀(패턴)을 탐구하였다. 제1장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일본인은 미국이 지금까지 전력을 기울여 싸운 적 가운데 가장 낯선 적이었다”(19쪽). 미국은 ‘서양의 문화 전통에 속하지 않는, 완전히 무장되고 훈련된 국민’과 싸웠던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을 이렇게 묘사한다: “일본인은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소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력이 있고, 유순하면서도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하고,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21쪽).
제2장의 제목은 ‘전쟁 중의 일본인’이다. 일본은 당시의 전쟁을 다른 방식으로 규정했다. 일본의 정치가와 군인들은, 이 전쟁은 군비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인의 물질 신앙과 일본인의 정신 신앙의 싸움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46쪽). 일본은 정신력이 반드시 물질력을 이긴다고 부르짖었다.
일본인에게 명예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일본군은 최후의 수류탄 하나로 자살하거나, 무기 없이 적진에 돌격하여 집단 자살을 해야 하며 절대로 항복해서는 안 된다(65쪽).
제4장의 제목은 <메이지유신>이다. 메이지 정부는 철저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계급상의 모든 법률상 불평등을 철폐하였다. 개혁을 단행한 ‘정부’는 대체 누구인가? “그것은 특수한 일본의 여러 제도가 이미 봉건시대부터 육성한 하층 사무라이 계급과 상인계급의 ‘특수한 연합’ 세력이었다”(112쪽). 그들은 유능했고 현실주의적이었다. 메이지유신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하나의 사업으로 취급했다. “그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목표는 일본을 세계열강의 대열에 서게 하는 것이었다”(113쪽).
저자는 일본인의 도덕체계를 상세하게 다룬 후, 제12장에서 일본의 육아법을 살펴본다. 왜냐하면 육아법을 연구하지 않고서 어떤 나라의 국민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갓난아이는 서양인이 상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양육되고 있다”(335쪽). 일본의 경우, 갓난아이와 노인에게 최대의 자유가 허락된다. 유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구속이 커지고, 결혼 전후의 시기에 이르면 자신의 의지대로 할 자유는 최저에 달한다. 이 최저선은 장년기를 통해 몇십 년 동안 계속된다.
“일본의 집은 정연하게 정돈되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어린아이는 그것을 존중하도록 배운다”(344쪽). “”().
“아이는 아버지에게 언제나 존경의 태도를 나타낸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높은 계층적 지위를 대표하는 훌륭한 모범이다”(348쪽).
“일본인은 어떤 개인이나 국가가 다른 개인이나 국가에 모욕을 주는 것은 비방, 조소, 모욕, 경멸, 불명예의 징표를 강요할 때라고 인식한다. 일본인은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복수하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다.”(403쪽).
저자는 60여 년 전 이 책을 쓰면서, 일본이 군국주의 길을 포기한다면 그들 스스로의 번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즉 미래에 ‘동양의 통상에서 필수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일본인의 보편적인 특성을 그들의 생활방식에서 검토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인은 어떤 경우에 예의를 지키고 또 지키지 않는가, 어떤 경우에 수치를 느끼고, 어떤 경우에 당혹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에 대해 무엇을 요구하는가 등에 관해 기술했다. 이 책에 기술된 사항의 이상적 전형은 이른바 서민이다”(37쪽). 시대가 바뀌었으나 이 책은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고전적 가치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글 송광택 발행인
저자 루스 베네딕트
1887년 뉴욕 출생으로 문화인류학자이자 시인이다. 그녀는 1909년에 배서(Vassar) 여자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19년에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해 ‘미국 문화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의 지도를 받으며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컬럼비아 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그녀는 1927년에 인디안 부락문화를 연구해 《문화의 패턴》을 완성했고, 1940년에는 《종족: 과학과 정치》를 발표해 인종차별을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네덜란드, 독일, 태국, 일본 등의 민족성을 연구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 연구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컬럼비아 대학에서 계속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48년 61세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일본인은 누구인가? 탁월한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학문적 여정이 끝나가던 1946년 <국화와 칼>을 내놓았다. 이 책은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위촉으로 연구한 것인데, 전시 상황이라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이광규(서울대 명예교수, 인류학)에 따르면,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을 통해 일본 사람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이 책의 장점은 학문적으로 위대한 저작이지만 난해하지 않고 유려한 문체로 복잡한 사상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서문에서 이안 부루마는 베네딕트가 ‘훌륭한 인간성과 영혼의 관대함을 지닌 작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베네딕트는 이 책에서 평균적인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의 틀(패턴)을 탐구하였다. 제1장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일본인은 미국이 지금까지 전력을 기울여 싸운 적 가운데 가장 낯선 적이었다”(19쪽). 미국은 ‘서양의 문화 전통에 속하지 않는, 완전히 무장되고 훈련된 국민’과 싸웠던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을 이렇게 묘사한다: “일본인은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소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력이 있고, 유순하면서도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하고,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21쪽).
제2장의 제목은 ‘전쟁 중의 일본인’이다. 일본은 당시의 전쟁을 다른 방식으로 규정했다. 일본의 정치가와 군인들은, 이 전쟁은 군비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인의 물질 신앙과 일본인의 정신 신앙의 싸움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46쪽). 일본은 정신력이 반드시 물질력을 이긴다고 부르짖었다.
일본인에게 명예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일본군은 최후의 수류탄 하나로 자살하거나, 무기 없이 적진에 돌격하여 집단 자살을 해야 하며 절대로 항복해서는 안 된다(65쪽).
제4장의 제목은 <메이지유신>이다. 메이지 정부는 철저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계급상의 모든 법률상 불평등을 철폐하였다. 개혁을 단행한 ‘정부’는 대체 누구인가? “그것은 특수한 일본의 여러 제도가 이미 봉건시대부터 육성한 하층 사무라이 계급과 상인계급의 ‘특수한 연합’ 세력이었다”(112쪽). 그들은 유능했고 현실주의적이었다. 메이지유신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하나의 사업으로 취급했다. “그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목표는 일본을 세계열강의 대열에 서게 하는 것이었다”(113쪽).
저자는 일본인의 도덕체계를 상세하게 다룬 후, 제12장에서 일본의 육아법을 살펴본다. 왜냐하면 육아법을 연구하지 않고서 어떤 나라의 국민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갓난아이는 서양인이 상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양육되고 있다”(335쪽). 일본의 경우, 갓난아이와 노인에게 최대의 자유가 허락된다. 유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구속이 커지고, 결혼 전후의 시기에 이르면 자신의 의지대로 할 자유는 최저에 달한다. 이 최저선은 장년기를 통해 몇십 년 동안 계속된다.
“일본의 집은 정연하게 정돈되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어린아이는 그것을 존중하도록 배운다”(344쪽). “”().
“아이는 아버지에게 언제나 존경의 태도를 나타낸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높은 계층적 지위를 대표하는 훌륭한 모범이다”(348쪽).
“일본인은 어떤 개인이나 국가가 다른 개인이나 국가에 모욕을 주는 것은 비방, 조소, 모욕, 경멸, 불명예의 징표를 강요할 때라고 인식한다. 일본인은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복수하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다.”(403쪽).
저자는 60여 년 전 이 책을 쓰면서, 일본이 군국주의 길을 포기한다면 그들 스스로의 번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즉 미래에 ‘동양의 통상에서 필수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일본인의 보편적인 특성을 그들의 생활방식에서 검토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인은 어떤 경우에 예의를 지키고 또 지키지 않는가, 어떤 경우에 수치를 느끼고, 어떤 경우에 당혹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에 대해 무엇을 요구하는가 등에 관해 기술했다. 이 책에 기술된 사항의 이상적 전형은 이른바 서민이다”(37쪽). 시대가 바뀌었으나 이 책은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고전적 가치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글 송광택 발행인
저자 루스 베네딕트
1887년 뉴욕 출생으로 문화인류학자이자 시인이다. 그녀는 1909년에 배서(Vassar) 여자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19년에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해 ‘미국 문화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의 지도를 받으며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컬럼비아 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그녀는 1927년에 인디안 부락문화를 연구해 《문화의 패턴》을 완성했고, 1940년에는 《종족: 과학과 정치》를 발표해 인종차별을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네덜란드, 독일, 태국, 일본 등의 민족성을 연구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 연구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컬럼비아 대학에서 계속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48년 61세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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