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때 그 시절속으로
그 때 그 시절속으로
세례요한이 예수님을 향해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고 외칠 때 그 의미를 아는가? 예수님께서 ‘이 산더러 들리어 바다에 던져지라’고 놀라운 믿음에 대한 말씀이 무엇인줄 아는가? 누구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고 적혀져 있으니 갓 태어나거나 애교가 넘치는 새끼양으로 생각할 것이다. 어떤 이는 믿음이 좋으면 문자적으로 실제의 산이 들리어 바다에 빠지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복음서를 넘어 서신서를 보면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라’고 말하는 바울은 누구를 대상으로 왜 이 말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바울은 자비량 선교사라고 하는데 그가 만든 천막은 무엇이고 누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했던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저자가 말하는 시대의 렌즈로 보기보다 바로 오늘날의 안경을 가지고 보통사람들이 술 먹고 취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고, 텐트라고 하니 유목민의 삶을 배경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은 16개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본문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교정해주고 모르고 있던 것을 깨닫게 해주고 새롭게 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중근동에서 30년 이상 살았던 경험이 있기에 그의 배움과 지식과 신앙이 이 책속에서 잘 녹아져 있다. 그리고 저자는 시장의 언어로 매우 쉽게 접근하고 탁월한 글쓰기의 실력도 글을 읽는데 재미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책에서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은 약자와 함께 하시고 눈물 흘리는 자 옆에 계시고 떡 하나도 못 먹는 백성들과 함께 살아계신다.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 시대의 백성은 포도주를 자주 마시고 어부들이기에 물고기도 주식으로 배부르게 잘 먹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포도주는 속국인 이스라엘이 지배국인 로마와 귀족들을 위해 주인의 밭에서 일하여 공급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물고기도 상류층에게 보급하고 시장에 팔기 위한 것이지 그들이 쉽게 먹을 수 있던 게 아니었다.
예수님은 이렇게 빈부와 계급과 차별과 박해 속에서 살고 있는 자들에게 다가가시고 손 내미시고 안아주신다.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높은 장벽을 허무시고 모든 금기와 선을 넘어버리신다. 로마와 유대교가 전통이고 법이라고 지키고 있는 것이 실제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편파적이기에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말씀과 기적과 삶으로 그들의 죄를 보여주고, 신음하는 자들을 품어주신다.
책 제목도 ‘낮은 자의 예수님을 만나는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이다. 이미 몇해 전부터 중근동의 렌즈로 성경을 읽어야한다는 것이 케네스 베일리 같은 저자를 통해 잘 알려졌기에 여기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은 큰 유익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경제와 정치 등의 관점으로 성경을 접하기보다 그때의 관점으로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설교하는 것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도 문화적이고 역사적이고 사회적이며 문법적인 해석을 벗어날 수 없다.
책을 보며 필자는 저자의 마음과 시선이 또한 잘 담겨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복음의 깊이와 넓이를 아는 저자가 우리를 데리고 성경의 땅을 밟으며 설명해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 큰 선배이지만 격을 갖추지 않아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선배가 예수님 따른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흥미롭게 눈물짓게 들려주는 상상이 되곤 했다. 또한 글에다 옷을 입힌 신현욱 목사의 그림은 너무 재치 있고 미소 짓게 한다. 선 하나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그 선과 대사에 흔적이 느껴진다. 어릴 적 만화방에서 킥킥거리며 만화책을 보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복음서의 현장을 글로 읽기 전에 예수님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사도바울의 편지를 읽기 전에 그 상황과 배경 속에 들어가는 것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것이기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배경과 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현장의 분위기를 상상해보고 열사의 땅에서 부는 모래바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신학적으로 수준 높은 책도 아니고 중요한 주제와 논쟁을 다룬 것도 아니다. 학식이 높은 자에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외된 자들에게 다가가고 차별과 억압당하는 자에게 위로와 구원을 베푸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게 해준다. 모두에게 성경의 시대를 이해하고 그 때의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보는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