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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190일을 오늘처럼 산 ‘은혜’의 이야기
눈물 가득 희망다이어리/오선화, 김은혜/틔움/김정완
br>“당신이 허비한 오늘이 어제 죽어가던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입니다.” 대학생 시절 도서관의 열람실 칸막이에 쓰여 있는 그 글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은 벌써부터 먹먹해져 있었습니다. 눈가 일부가 촉촉이 젓은 것은 물론입니다. 전 그 글에 한 시간 넘게 붙들려 있었습니다. 1,2분이 아쉬운 시험 기간이었던 그때 그 짧은 글이 준 충격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습니다. 줄곧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그 글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눈물 가득 희망다이어리》 몇 장을 읽고 난 뒤입니다.
br>은혜라는 이름의 대학 초년생. 그는 오늘 우리가 이고 사는 하늘 아래 없습니다. 은혜는 아이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소리로 수다 떨기에 한창 부산할 14살 나이에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느 피곤기와 다른 피곤이 엄습한 지도 여러 날, 걸음걸이마저 비척대는 통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무슨 일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달이 흘렀습니다. 유달리 화창했던 어느 날, 의사가 “아무 일 아닙니다. 사나흘 약 먹고 푹 쉬면 날 일입니다.” 하고 대수롭잖게 말을 건넸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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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그날 그와 그의 어머니는 고통스런 현기증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의사는 더 이상 은혜가 살 가망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손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은혜는 잘 견뎠습니다. 응급실에 들어간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입원실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몇 달 살지 못한다던 은혜는 이후 6년을 더 살았습니다. 오늘처럼 즐거운 내일. 6년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엄습해오는 고통을 마주하고도 은혜가 자신은 물론 주변을 화사하게 물들인 좌우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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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우린 만성신부전증이 주는 고통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합니다. 뼈마디가 으스러지고 온몸의 혈관이 표피를 뚫고 일어나 일제히 터지는 순간의 고통만한지.... 그마저도 겪어보지 않은 우리는 감정이입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의 행간은 활자가 표현해 내는 것보다 더 아프게 은혜가 겪었을 고통을 갈가리 찢어 제 뇌리에 켜켜이 심어놓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표현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전 끝내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더 읽다간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은혜의 해맑은 웃음기를 더는 제 몸에서 털어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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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눈물 가득 희망다이어리》는 은혜의 일기를 소설로 각색한 것입니다. 수년 전 일본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1리터의 눈물》에 자주 견주는가 봅니다. 우린 때때로 나보다 못한 남을 떠올리며 힘겹지만 오늘 하루는 그래도 견딜 만했다고 자신을 위로합니다.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은혜는 확실히 우리보다 못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은혜는 웃음을 하루도 잃지 않았습니다. 건강한 우리가 1년 365일 중에 과연 며칠이나 웃으며 사는지 손꼽아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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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책을 만성신부전증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청년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의 눈초리와 입가에 맺힌 행복의 총량을 감당하지 못해 웃음조차 제 영역에 붙들려있지 못하고 온몸 구석구석을 내달리게 만든 아이의 맑고 밝은 이야기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라고 속삭인 은혜의 말은 잊히지 않을 겁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은혜를 향한 가슴앓이를 감당하기가 종내 버거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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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당신이 허비한 오늘이 어제 죽어가던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입니다.” 대학생 시절 도서관의 열람실 칸막이에 쓰여 있는 그 글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은 벌써부터 먹먹해져 있었습니다. 눈가 일부가 촉촉이 젓은 것은 물론입니다. 전 그 글에 한 시간 넘게 붙들려 있었습니다. 1,2분이 아쉬운 시험 기간이었던 그때 그 짧은 글이 준 충격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습니다. 줄곧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그 글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눈물 가득 희망다이어리》 몇 장을 읽고 난 뒤입니다.
br>은혜라는 이름의 대학 초년생. 그는 오늘 우리가 이고 사는 하늘 아래 없습니다. 은혜는 아이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소리로 수다 떨기에 한창 부산할 14살 나이에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느 피곤기와 다른 피곤이 엄습한 지도 여러 날, 걸음걸이마저 비척대는 통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무슨 일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달이 흘렀습니다. 유달리 화창했던 어느 날, 의사가 “아무 일 아닙니다. 사나흘 약 먹고 푹 쉬면 날 일입니다.” 하고 대수롭잖게 말을 건넸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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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그날 그와 그의 어머니는 고통스런 현기증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의사는 더 이상 은혜가 살 가망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손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은혜는 잘 견뎠습니다. 응급실에 들어간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입원실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몇 달 살지 못한다던 은혜는 이후 6년을 더 살았습니다. 오늘처럼 즐거운 내일. 6년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엄습해오는 고통을 마주하고도 은혜가 자신은 물론 주변을 화사하게 물들인 좌우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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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우린 만성신부전증이 주는 고통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합니다. 뼈마디가 으스러지고 온몸의 혈관이 표피를 뚫고 일어나 일제히 터지는 순간의 고통만한지.... 그마저도 겪어보지 않은 우리는 감정이입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의 행간은 활자가 표현해 내는 것보다 더 아프게 은혜가 겪었을 고통을 갈가리 찢어 제 뇌리에 켜켜이 심어놓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표현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전 끝내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더 읽다간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은혜의 해맑은 웃음기를 더는 제 몸에서 털어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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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눈물 가득 희망다이어리》는 은혜의 일기를 소설로 각색한 것입니다. 수년 전 일본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1리터의 눈물》에 자주 견주는가 봅니다. 우린 때때로 나보다 못한 남을 떠올리며 힘겹지만 오늘 하루는 그래도 견딜 만했다고 자신을 위로합니다.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은혜는 확실히 우리보다 못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은혜는 웃음을 하루도 잃지 않았습니다. 건강한 우리가 1년 365일 중에 과연 며칠이나 웃으며 사는지 손꼽아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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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책을 만성신부전증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청년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의 눈초리와 입가에 맺힌 행복의 총량을 감당하지 못해 웃음조차 제 영역에 붙들려있지 못하고 온몸 구석구석을 내달리게 만든 아이의 맑고 밝은 이야기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라고 속삭인 은혜의 말은 잊히지 않을 겁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은혜를 향한 가슴앓이를 감당하기가 종내 버거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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