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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를 담아내는 밥상
소박한 밥상(Simple Food for the Good Life)/헬렌 니어링/공경희/디자인 하우스/[송광택]
이 책은 스코트 니어링의 아내이자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자로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헬렌 니어링의 요리책이다.
니어링 부부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자급자족하며 자본주의 사회에 적극 대항하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50년 동안 한 번도 의사를 찾은 일이 없었으며,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다.
이 책의 저자는 조리법을 참조하지 않고 화려한 식탁을 차리지 않는 소박한 여성이다. 이것은 ‘뭘 해 먹을 까’ 걱정이나 먹는 것과 호사스러운 요리 준비가 아닌 다른 생각을 마음에 가득 담고 사는, 소박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육신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식사할 뿐 미식에 빠지지 않는 검소하고 절제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말하기를 “뱃 속에서 음식을 강력하고 즐거운 것으로 변화시킬 재주가 없는 자라면 음식 먹는 것을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이다”(‘인간과 책’ 중에서)라고 말했다.
이 책은 “소금을 넣지 않은 팝콘이나 버터와 잼을 바르지 않은 빵, 매콤한 소스를 치지 않은 샐러드가 입맛을 당기지 않는다면 그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소금과 양념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만든다면, 소금과 양념을 넣지 말고 음식을 적게 먹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조지프 콘라드는 <소가족을 위한 간단한 요리>중에서 “좋은 요리라 함은 일상생활에서 소박한 음식을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이지, 희귀한 요리를 기교 있게 꾸며 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음식은 소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또 날것일수록 좋고, 여러 가지를 섞지 않을수록 좋다. 이런 식으로 먹으면 재료 준비나 조리가 간단해진다. 소화가 더 잘 되고, 영양가는 더 높고, 건강에 더 좋고, 돈도 절약된다는 것이다.
2장에서 저자는 “요리라는 일, 꼭 수고스러워야만 할까?”라고 묻는다. 그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도 어디든 있고 싶은 곳에서 만족스럽게 일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몸에 음식을 공급하는 일에 그리 공을 들이고 시간과 힘을 그토록 많이 쏟아 부을 필요가 있을까? 식사를 간단하고 쉽게 하면, 그 준비에 들이는 노고가 한결 줄어들 것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최소화하자.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자.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영양을 내자. 몸에 어떤 음식이 필요한지 알아두자.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이 필요할 것이다. 자연스럽고 적절한 식사법을 알아내서 꾸준히 실천하자. 나는 사람들을 먹이는 일을 아주 단순화해서, 먹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이 덜 걸리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합리적인 식사의 요건이 될 것이다. 30분이나 한 시간 동안 식사를 한다면, 음식 준비에 그만큼의(혹은 그 보다 짧은) 시간만 들이지 더 길게는 들이지 말라. 소박한 음식으로 소박하게 사는데 한결 가까워질 것이다.”
따라서 자자에 따르면, 맛보다는 영양가가 우선이다. 맛보다는 경제성과 준비의 편리함을 우선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을 인용한다: “단촐하게 하라. 욕구를 절제하면 짐이 가벼워질 것이다. 잔치하듯 먹지 말고, 금식하듯 먹으라.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 빨리, 더 빨리, 이루말할 수 없이 빨리 -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3장의 제목은 “익힐 것인가, 익히지 않을 것인가?”이다. 즉 생식(生食) 대 화식(火食)이다. 저자는 다시 “나는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하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다. 나는 요리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4장에서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 즉 육식 대 채식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엄격한 채식인이면서 아내를 구타하는 자보다는 육식을 하지만 친절하고 사려깊은 사람이 낫다는 간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엄격한 채식인을 알았는데, 우리를 식사에 초대하면 아내와 딸을 심하게 무시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 고약한 강성론자는 먹는 법은 제대로 배웠는지 몰라도, 사는 법은 아직 배울게 많았다”라고 말한다.
본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먹어야 했다. 그러므로 덜 민감한 생명체를 취해야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먹을거리는 어떤 것이든 본래 생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므로 사과든 토마토든 풀 한 포기든 먹으려면 그것을 죽여야 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자연의 경이를 소비할까? 식물은 땅에서 중요한 존재이다. 나는 나무를 자를 때면 나무에게 인사를 보낸다. 데이지나 팬지꽃을 뽑을 때나 사과나무를 깨물 때면 내 마음은 오그라든다. 내가 뭐길래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단 말인가? 우리는 지상의 모든 것에 연민을 갖고, 최대한 많은 것에 유익을 주고, 최소한의 것에 해를 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5장은 가공 식품 대 신선한 음식의 문제이다. 스코틀랜드 격언에 “한 번에 한 가지 요리를 먹는 사람에겐 의사가 필요없다”는 말이 있다. 한번에 제철 식품으로 한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식습관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그의 명저 <월든>에서 “단순하라. 단순하게 하라. 하루에 세 끼를 먹지 말고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자. 수백 가지 요리 대신 다섯 가지만 먹자. 다른 것도 그렇게 줄이자”라고 말한다. 소로우는 일찍 일어나 금식하고, 아침을 먹더라도 부담없이 조금만 먹자고 제안한다.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긴 산책이라는 것이다.
9장은 자연이 차려 준 식탁을 추천한다. 즉 샐러드 예찬론이다. 루이스 웅테르메이어는 “상추와 푸른 잎 채소는 시원하게 정신이 들게 한다. 그것을 먹으면 마음이 차분하고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소이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욕이 떨어졌을 때, 심지어 배불리 먹은 후에도 샐러드처럼 신선한 게 어디 있으랴. 맛있고 싱싱하고 푸르고 아삭아삭하며, 생명력과 건강이 넘치며, 입맛을 돌우고, 더 오래 오래 씹게 하는 음식이여”(‘한 푼짜리 요리’중에서).
본서에 의하면 야채는 활력을 준다. 존 레이에 의하면, “식물의 사용은 한평생 중요하고 염려되는 점이다. 우리는 식물 없이는 품위 있거나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없거니와 진정 산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지탱하는데 필요한 음식, 우리를 즐겁게 하고 생기를 돋우는 야채는 풍요로운 양분이 축적된 땅으로부터 제공된다. 존 레이는 <본초론>중에서 “도축업자가 도살한 짐승 고기보다 이런 식물로 꾸민 식탁이 얼마나 순수하고 달콤하고 건강에 좋은가!”라고 야채를 예찬한다.
11장에서 저자는 허브와 양념을 지혜롭게 사용하라고 권한다. “미각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으로 구성된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먹을거리는 이 모든 맛이 하나로 어울린다.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섞으면 좋지 않다. 양념을 많이 진하게 해야 먹을 만하게 되는 음식이라면 아예 먹지 않는게 좋다. 조리한 음식이 소금과 후추를 넣지 않으면 심심하다면, 재료나 조리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12장은 남은 재료를 사용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리디아 마리아 차일드는 “가정 경제는 버리는 것이 없도록 모든 재료를 모아쓰는 기술이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뭐든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미국의 알뜰한 주부>중에서). 존 팀브스도 말하기를 “중요한 살림 기술은 전날 먹고 남은 것으로 다음날 근사하고 풍요로운 식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천 가지 살림 힌트>중에서).
현명하고, 요리를 할 때 실험 정신을 발휘하고, 지성적이고 열심인 주부라면 남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개발할 것이며, 그렇게 만든 음식이 요리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훌륭할 것이다.
저자는 절약정신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록펠러처럼 돈이 많았다 해도 아껴서 경제적으로 살 것이다. 불을 끄고, 노끈이나 종이 봉지, 포장지를 모아 두었다 재활용할 것이다. 재료가 풍부하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남은 재료를 분별 있게 모아서 재빨리 만든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요리가 된다."
크리스틴 터훈 헤릭에 의하면, 낭비한다고 관대한 게 아니듯, 절약한다고 해서 인색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이라고 해서, 음식의 양도 적고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알뜰한 것은 현명하게 구입하고, 잘 만들고, 남은 재료가 보기 좋게 식탁에 다시 나오는 것을 뜻한다.
번영과 풍요의 시대에는, 검약하지 않아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낭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이제 돈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물가가 치솟는 이 시절에,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오늘 절약한 것이, 내일 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일 것이다.
레이디 바커는 이렇게 말한다: “무기력하게 한숨지으며 연료와 식품비가 올랐다고 징징대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용감하게 적응하자. 연료와 식품비가 10년 전보다 두 배로 뛰었지만, 어떻게 각각 두 배로 절약해서 살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지 두고 보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의무이다.”
고대 인도 경전에 의하면, 쓰고, 시고, 짜고, 맵고, 얼큰하고, 메마르고, 화기가 너무 강한 열정적인 음식은 통증을 일으키고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생기와 에너지, 활기, 건강, 기쁨과 유쾌함을 주는, 담백하고 심심하면서 실속 있고 먹을 만한 음식이 순수한 사람들에게 좋다.
저자에 따르면 양념은 거짓 허기를 유발한다.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든다. “몸에서 음식을 요구하는 진짜 허기야말로 최고의 반찬이라는 말이 있다.”
15장은 생수와 그 밖의 음료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토머스 엘리어트 경은 말하기를 “우리는 연로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깨끗한 물 외에는 마시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의심할 나위없이 물은 다른 액체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프루던스 스미스는 말하기를 “음식의 만족을 더하기 위한 것 이외의 목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추잡하고 부도덕한 짓이다. 그것은 이성을 교란시키고 열정을 타오르게 하며, 다리를 휘청거리게 한다. 인간이 굳건히 똑바로 서서 인생의 길로 나아갈 수 없는데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주부가 가족에게 자극적인 음료를 제어시킬 때야말로 가장 과학적인 지식과 도덕심의 발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캐서린 E. 비처).
저자에 의하면, 배가 고플 때만 먹어야 하고, 목이 마를 때만 마셔야 한다. 음료는 반드시 물과 허브 차, 생과일이나 야채 주스여야 한다. 오염된 강물에다 당밀로 단맛을 낸 것 같은 콜라나 설탕물로 맛을 낸 밍밍한 탄산 음료를 마시면 안 된다. 목을 짜릿하게 태우고 취하게 하는 알코올 음료를 마실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채식인 회의’에서 90세를 맞은 헬렌 니어링은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우리의 삶은 매순간 선택입니다. 쉼 없는 선택의 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소모적인 삶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삶,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우주라는 전체의 일부이자 그것에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며 생명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내어 준 과제를 실행한 것입니다.”
이 책은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년의 저자가 자상하게 일러 주는 '요리 없는 요리책'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혀가 아닌 우리의 몸, 몸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 또한 배불리 먹이는 '진짜 음식'을 만나게 된다. 먹을거리와 먹는 행위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철학은 삶에 대한 새로운 미각을 일깨워 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니어링 부부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살려 준 조화로운 음식의 참모습을 접하게 된다. 더불어 요리와 음식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독특한 철학을 접할 수 있다.
저자 헬렌 니어링
1904년 미국 뉴욕에서 박애주의자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이올린을 공부했으며, 명상과 우주의 질서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는데, 스물네 살에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삶의 길을 바꾸게 됐다. 헬렌보다 스물한 살이 위었던 스코트 니어링은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줄기차게 도전하다 대학 강단에서 두 번씩이나 쫓겨났다. 두 사람은 가난한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농장을 일궈냈다. 스코트는 1983년 세상을 떠났고, 헬렌은 그로부터 8년 뒤에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썼으며, 1995년 헬렌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스코트 니어링의 아내이자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자로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헬렌 니어링의 요리책이다.
니어링 부부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자급자족하며 자본주의 사회에 적극 대항하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50년 동안 한 번도 의사를 찾은 일이 없었으며,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다.
이 책의 저자는 조리법을 참조하지 않고 화려한 식탁을 차리지 않는 소박한 여성이다. 이것은 ‘뭘 해 먹을 까’ 걱정이나 먹는 것과 호사스러운 요리 준비가 아닌 다른 생각을 마음에 가득 담고 사는, 소박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육신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식사할 뿐 미식에 빠지지 않는 검소하고 절제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말하기를 “뱃 속에서 음식을 강력하고 즐거운 것으로 변화시킬 재주가 없는 자라면 음식 먹는 것을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이다”(‘인간과 책’ 중에서)라고 말했다.
이 책은 “소금을 넣지 않은 팝콘이나 버터와 잼을 바르지 않은 빵, 매콤한 소스를 치지 않은 샐러드가 입맛을 당기지 않는다면 그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소금과 양념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만든다면, 소금과 양념을 넣지 말고 음식을 적게 먹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조지프 콘라드는 <소가족을 위한 간단한 요리>중에서 “좋은 요리라 함은 일상생활에서 소박한 음식을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이지, 희귀한 요리를 기교 있게 꾸며 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음식은 소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또 날것일수록 좋고, 여러 가지를 섞지 않을수록 좋다. 이런 식으로 먹으면 재료 준비나 조리가 간단해진다. 소화가 더 잘 되고, 영양가는 더 높고, 건강에 더 좋고, 돈도 절약된다는 것이다.
2장에서 저자는 “요리라는 일, 꼭 수고스러워야만 할까?”라고 묻는다. 그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도 어디든 있고 싶은 곳에서 만족스럽게 일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몸에 음식을 공급하는 일에 그리 공을 들이고 시간과 힘을 그토록 많이 쏟아 부을 필요가 있을까? 식사를 간단하고 쉽게 하면, 그 준비에 들이는 노고가 한결 줄어들 것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최소화하자.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자.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영양을 내자. 몸에 어떤 음식이 필요한지 알아두자.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이 필요할 것이다. 자연스럽고 적절한 식사법을 알아내서 꾸준히 실천하자. 나는 사람들을 먹이는 일을 아주 단순화해서, 먹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이 덜 걸리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합리적인 식사의 요건이 될 것이다. 30분이나 한 시간 동안 식사를 한다면, 음식 준비에 그만큼의(혹은 그 보다 짧은) 시간만 들이지 더 길게는 들이지 말라. 소박한 음식으로 소박하게 사는데 한결 가까워질 것이다.”
따라서 자자에 따르면, 맛보다는 영양가가 우선이다. 맛보다는 경제성과 준비의 편리함을 우선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을 인용한다: “단촐하게 하라. 욕구를 절제하면 짐이 가벼워질 것이다. 잔치하듯 먹지 말고, 금식하듯 먹으라.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 빨리, 더 빨리, 이루말할 수 없이 빨리 -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3장의 제목은 “익힐 것인가, 익히지 않을 것인가?”이다. 즉 생식(生食) 대 화식(火食)이다. 저자는 다시 “나는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하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다. 나는 요리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4장에서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 즉 육식 대 채식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엄격한 채식인이면서 아내를 구타하는 자보다는 육식을 하지만 친절하고 사려깊은 사람이 낫다는 간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엄격한 채식인을 알았는데, 우리를 식사에 초대하면 아내와 딸을 심하게 무시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 고약한 강성론자는 먹는 법은 제대로 배웠는지 몰라도, 사는 법은 아직 배울게 많았다”라고 말한다.
본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먹어야 했다. 그러므로 덜 민감한 생명체를 취해야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먹을거리는 어떤 것이든 본래 생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므로 사과든 토마토든 풀 한 포기든 먹으려면 그것을 죽여야 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자연의 경이를 소비할까? 식물은 땅에서 중요한 존재이다. 나는 나무를 자를 때면 나무에게 인사를 보낸다. 데이지나 팬지꽃을 뽑을 때나 사과나무를 깨물 때면 내 마음은 오그라든다. 내가 뭐길래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단 말인가? 우리는 지상의 모든 것에 연민을 갖고, 최대한 많은 것에 유익을 주고, 최소한의 것에 해를 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5장은 가공 식품 대 신선한 음식의 문제이다. 스코틀랜드 격언에 “한 번에 한 가지 요리를 먹는 사람에겐 의사가 필요없다”는 말이 있다. 한번에 제철 식품으로 한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식습관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그의 명저 <월든>에서 “단순하라. 단순하게 하라. 하루에 세 끼를 먹지 말고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자. 수백 가지 요리 대신 다섯 가지만 먹자. 다른 것도 그렇게 줄이자”라고 말한다. 소로우는 일찍 일어나 금식하고, 아침을 먹더라도 부담없이 조금만 먹자고 제안한다.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긴 산책이라는 것이다.
9장은 자연이 차려 준 식탁을 추천한다. 즉 샐러드 예찬론이다. 루이스 웅테르메이어는 “상추와 푸른 잎 채소는 시원하게 정신이 들게 한다. 그것을 먹으면 마음이 차분하고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소이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욕이 떨어졌을 때, 심지어 배불리 먹은 후에도 샐러드처럼 신선한 게 어디 있으랴. 맛있고 싱싱하고 푸르고 아삭아삭하며, 생명력과 건강이 넘치며, 입맛을 돌우고, 더 오래 오래 씹게 하는 음식이여”(‘한 푼짜리 요리’중에서).
본서에 의하면 야채는 활력을 준다. 존 레이에 의하면, “식물의 사용은 한평생 중요하고 염려되는 점이다. 우리는 식물 없이는 품위 있거나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없거니와 진정 산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지탱하는데 필요한 음식, 우리를 즐겁게 하고 생기를 돋우는 야채는 풍요로운 양분이 축적된 땅으로부터 제공된다. 존 레이는 <본초론>중에서 “도축업자가 도살한 짐승 고기보다 이런 식물로 꾸민 식탁이 얼마나 순수하고 달콤하고 건강에 좋은가!”라고 야채를 예찬한다.
11장에서 저자는 허브와 양념을 지혜롭게 사용하라고 권한다. “미각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으로 구성된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먹을거리는 이 모든 맛이 하나로 어울린다.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섞으면 좋지 않다. 양념을 많이 진하게 해야 먹을 만하게 되는 음식이라면 아예 먹지 않는게 좋다. 조리한 음식이 소금과 후추를 넣지 않으면 심심하다면, 재료나 조리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12장은 남은 재료를 사용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리디아 마리아 차일드는 “가정 경제는 버리는 것이 없도록 모든 재료를 모아쓰는 기술이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뭐든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미국의 알뜰한 주부>중에서). 존 팀브스도 말하기를 “중요한 살림 기술은 전날 먹고 남은 것으로 다음날 근사하고 풍요로운 식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천 가지 살림 힌트>중에서).
현명하고, 요리를 할 때 실험 정신을 발휘하고, 지성적이고 열심인 주부라면 남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개발할 것이며, 그렇게 만든 음식이 요리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훌륭할 것이다.
저자는 절약정신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록펠러처럼 돈이 많았다 해도 아껴서 경제적으로 살 것이다. 불을 끄고, 노끈이나 종이 봉지, 포장지를 모아 두었다 재활용할 것이다. 재료가 풍부하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남은 재료를 분별 있게 모아서 재빨리 만든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요리가 된다."
크리스틴 터훈 헤릭에 의하면, 낭비한다고 관대한 게 아니듯, 절약한다고 해서 인색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이라고 해서, 음식의 양도 적고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알뜰한 것은 현명하게 구입하고, 잘 만들고, 남은 재료가 보기 좋게 식탁에 다시 나오는 것을 뜻한다.
번영과 풍요의 시대에는, 검약하지 않아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낭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이제 돈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물가가 치솟는 이 시절에,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오늘 절약한 것이, 내일 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일 것이다.
레이디 바커는 이렇게 말한다: “무기력하게 한숨지으며 연료와 식품비가 올랐다고 징징대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용감하게 적응하자. 연료와 식품비가 10년 전보다 두 배로 뛰었지만, 어떻게 각각 두 배로 절약해서 살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지 두고 보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의무이다.”
고대 인도 경전에 의하면, 쓰고, 시고, 짜고, 맵고, 얼큰하고, 메마르고, 화기가 너무 강한 열정적인 음식은 통증을 일으키고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생기와 에너지, 활기, 건강, 기쁨과 유쾌함을 주는, 담백하고 심심하면서 실속 있고 먹을 만한 음식이 순수한 사람들에게 좋다.
저자에 따르면 양념은 거짓 허기를 유발한다.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든다. “몸에서 음식을 요구하는 진짜 허기야말로 최고의 반찬이라는 말이 있다.”
15장은 생수와 그 밖의 음료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토머스 엘리어트 경은 말하기를 “우리는 연로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깨끗한 물 외에는 마시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의심할 나위없이 물은 다른 액체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프루던스 스미스는 말하기를 “음식의 만족을 더하기 위한 것 이외의 목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추잡하고 부도덕한 짓이다. 그것은 이성을 교란시키고 열정을 타오르게 하며, 다리를 휘청거리게 한다. 인간이 굳건히 똑바로 서서 인생의 길로 나아갈 수 없는데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주부가 가족에게 자극적인 음료를 제어시킬 때야말로 가장 과학적인 지식과 도덕심의 발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캐서린 E. 비처).
저자에 의하면, 배가 고플 때만 먹어야 하고, 목이 마를 때만 마셔야 한다. 음료는 반드시 물과 허브 차, 생과일이나 야채 주스여야 한다. 오염된 강물에다 당밀로 단맛을 낸 것 같은 콜라나 설탕물로 맛을 낸 밍밍한 탄산 음료를 마시면 안 된다. 목을 짜릿하게 태우고 취하게 하는 알코올 음료를 마실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채식인 회의’에서 90세를 맞은 헬렌 니어링은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우리의 삶은 매순간 선택입니다. 쉼 없는 선택의 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소모적인 삶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삶,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우주라는 전체의 일부이자 그것에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며 생명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내어 준 과제를 실행한 것입니다.”
이 책은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년의 저자가 자상하게 일러 주는 '요리 없는 요리책'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혀가 아닌 우리의 몸, 몸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 또한 배불리 먹이는 '진짜 음식'을 만나게 된다. 먹을거리와 먹는 행위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철학은 삶에 대한 새로운 미각을 일깨워 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니어링 부부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살려 준 조화로운 음식의 참모습을 접하게 된다. 더불어 요리와 음식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독특한 철학을 접할 수 있다.
저자 헬렌 니어링
1904년 미국 뉴욕에서 박애주의자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이올린을 공부했으며, 명상과 우주의 질서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는데, 스물네 살에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삶의 길을 바꾸게 됐다. 헬렌보다 스물한 살이 위었던 스코트 니어링은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줄기차게 도전하다 대학 강단에서 두 번씩이나 쫓겨났다. 두 사람은 가난한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농장을 일궈냈다. 스코트는 1983년 세상을 떠났고, 헬렌은 그로부터 8년 뒤에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썼으며, 1995년 헬렌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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