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베스트서평
우리가 몰랐던 예수, 우리가 몰랐던 은혜
우리가 몰랐던 예수: 관념과 예상을 뒤엎는 상상 이상의 복음/데인 오틀런드/정성묵/두란노/조정의 편집위원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적인 생애를 다룬 각각의 기록을 남겼다. 역사적으로 신학자들은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묘사한 마태복음을 사자 복음으로,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묘사한 마가복음을 송아지 복음으로,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한 누가복음을 인자 복음으로,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한 영적인 면이 강조된 요한복음을 독수리 복음으로 불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렇게 분류할 뿐이지, 복음서가 담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영광은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을 만큼 충만하고 다채롭다. <온유하고 겸손하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깊이 묵상한 데인 오틀런드는(개혁된실천사, 2022), 이번에 <우리가 몰랐던 예수>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그 찬란히 빛나는 아름다움을 또 다른 측면에서 소개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잃어버린 은혜를 찾아서”라고 책 전반을 소개한다. <온유하고 겸손하니>의 핵심 주제가 이 책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은혜다. 예수님은 혈통과 전통과 유전을 중요하게 여긴 바리새인들에게 철저한 행위가 아니라 온전한 은혜가 구원을 가져온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셨다(마태복음). 예수님은 왕이 아니라 죄인의 모습으로 오셨다. 침략과 군림으로 영혼을 정복하신 것이 아니라 희생과 사랑으로 죄인의 자리를 대신하여 은혜로 영혼을 사셨다(마가복음). 예수님은 당시 사회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으셨다. 강자가 아닌 약자를 품으시고(사회적인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은혜 밖에 있던 자들을 은혜의 중심으로 초대하셨다(누가복음). 창조주가 피조물이 되신 것, 로고스가(말씀) 육신이 되신 것은 유대인 그리고 헬라인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실이다. 예수님은 성육신을 통해 놀라운 은혜와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요한복음).
사실 오늘날 은혜는 값싸게 팔리는 상품이다. 많은 설교나 책, 가르침 등이 은혜에 합당한 삶을 강조하지 않고, 육체와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사는 옛 삶을 유지하더라도 하나님은 어쨌든 은혜로 덮어주신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경을 진지하게 믿고 가르치는 교회는 성경이 요구하는 은혜에 합당한 삶을 강조하면서 자칫 은혜와 분리하여 어떤 수준의 삶을 율법적으로 요구하게 될 때도 많다. 쉽게 말해서 방종의 삶을 책망하기 위해 은혜를 사용하지 않고 율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저자 데인 오틀런드는 그 방식에 의문을 갖는다. 오히려 은혜를 싸구려 취급하는 이들에게 더욱 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은혜를 안다면, 그리고 그럴 때에야만, 은혜에 합당한 삶이 따라올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 의를 내세우면서 율법의 철저한 순종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려는 자에게 예수님이 보여주신 은혜가 필요하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이 그들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는 걸 믿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이것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자기 의가 아니라 오직 은혜를 자랑하고 감사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문제가 우리 밖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과 열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복음은 우리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우리를 대신하여 문제를 뒤집어쓰고 대가를 치르신 예수 그리스도께 선물로 주신 믿음을 두는 것이다.
복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을 담고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높고 강력한 이들의 전유물이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복음은 그런 자들의 거절을 받고, 오히려 약하고 미련하고 부족한 이들에게 흘러간다. 복음의 은혜는 겸손한 자에게 주어진다. 하나님이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기 원하시는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은 예수님이 얼마나 높은 곳에서 얼마나 낮은 곳까지 순종하셨는지 볼 때 분명해진다. 하늘 보좌에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자신을 낮추신 예수님, 하나님의 본체에서 종의 형체까지 낮추신 예수님, 창조주에서 피조물까지 낮추신 예수님, 그 격차만큼이나 은혜는 크고 깊고 높다.
아무리 반전이 대단한 드라마, 영화라도 여러 번 보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감동하거나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복음의 반전은 지루할 틈이 없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고,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삶에 끼친 영원무궁한 결과를 오늘도 실질적으로 우리가 맛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무한하심과 우리의 유한함의 격차만큼이나 그 은혜가 크고 충만하여 넘치고 또 넘치도록 우리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데인 오틀런드는 <우리가 몰랐던 예수>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혹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은혜를 묵상하게 한다. 그 은혜를 충분히 알 때 우리는 그 은혜에 합당한 반응 곧 찬양과 감사와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모든 영광과 찬송과 경배를 우리가 더욱 알기를 힘써야 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받으실 것이다. 이 책을 접한 모든 독자가 잃어버린 은혜를 찾고, 그 은혜를 깊이 알고, 그 은혜에 따라 살며, 그 은혜를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기를 구한다.
193개(1/1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