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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목사의 자전소설

"새벽을 깨우리로다"라는 책을 기억하는가? 새벽 기도에 관한 책은 아니다. 바로 김진홍 목사님의 자전 소설(자서전)이다. 청계천 빈민촌 선교를 하기까지의 구도의 길을 걸었던 김진홍 목사의 젊을 적 이야기다. 그 책을 쓰실 때가 32세 때였다고 한다. 이제 30여 년이 흐르고, 60세가 넘으신 목사님이 자전소설을 내셨다. 총 3권의 "황무지가 장미꽃같이"다.
제가 오늘 일 권을 읽었다. 한 번도 눈을 뗄 수 없어 들자마자 다 읽었다. 전작의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있지만, 좀더 간결하고 깊이가 배여 있었다. 두 번이나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주님을 따라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케 해주는 글이었다. 진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리대로 살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은-특히, 자신을 예수님의 제자로 생각하는 모든 분들은-읽어보시기를 강권한다.
1권의 내용이 청계천 빈민촌에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였다면, 2권의 내용은 불꽃처럼 살다가 13개월 동안 국보법 위반으로 옥살이 한 것을 서두로, 경기도 화성의 남양만에 이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가정과 사역 사이에서 고민하며 비극을 경험해야 했던 김진홍 목사님의 이야기에 마음이 심히 아팠다. 왜 훌륭하게 하나님의 일을 하신 분들에게서 가정적인 비극이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소수의 인물들에게서 두 가지 모두에 (일과 가정) 성공하는 것을 보기도 했지만... 김진홍 목사님 스스로 말씀하시듯이 비극으로 끝난 첫 번째 결혼... 그리고 그 와중에도 빈민들을 붙들고 그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바치는 그 분...
성경을 보더라도, 사무엘의 경우에 아들들이 변변치 않았던 것이나... 소위 대교회 목사의 아들이 망나니 생활을 하던 것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감독의 자격을 말하는 디도서나 디모데전서 등을 살펴보면, 감독의 자격 중 제일은 가정을 잘 다스리는 자인 것을 볼 수 있다. 아내를 살피고, 순종하는 자녀를 두는 것 말이다. 수신(修身)하여 제가(齊家) 하여야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할 수 있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초월하여 통용되는 지도자의 자격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네 부족한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김진홍 목사님은 '가정'이냐 '활빈교회'냐 하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결국 사역을 택했다. 첫 가정은 실패를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의 길은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그의 믿음의 선택이었다. 나의 구약 교수님이신 송병현 목사님은 가정을 돌보지 않고 사역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만용이요 직무유기라고 하셨다.
나는 어느 길이 더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성경은 그러한 문제에서 김진홍 목사님편도, 송병현 교수님의 편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는다. '주의 일'을 위해서라면 가정마저도 포기해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것은 참 성경적이 아니다. 반면 가정 때문에 주의 원하시는 일에 순종하지 못하는 것도 성경적이 아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여하한 신앙적, 도덕적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그 결단은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신앙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철저히 자신의 결단에 의한 책임이 수반된다. 그렇다. 나는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하여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그런 불의를 용납할 수 없다. 부모를 공경하며 가정을 살피는 것은 어떤 현대판 고르반으로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소위 복음주의나, 헌신이라는 이름하에 이러한 무책임이 자행되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의 경중이나 대소를 따질 수 없다. 하나님 앞에서는 작은 일이 큰일이고, 큰 일이 작은 일일 테니까. 가정사는 작은 일이고, 사역은 큰일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세속적인 잣대의 적용이다.
그러나 만일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하다면, 그 희생에 대한 아픔을 각오하고 그 길을 결단해야 할 것이다. 나는 김진홍 목사님에게서 그 말없는 결단과 인내를 보았다. 그분은 자신이 선택한 가정의 비극을 눈물로 참고 감내하며 14년이란 세월을 기다려 작은 인내의 열매를 보고 기뻐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떠나 연락이 끊어졌던 그의 아들, 딸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아마 하늘나라 가기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낮은 데로 깊은 데로"
제목 그대로 삼권은 김진홍 목사님의 사역의 결산이 담겨 있다. 그동안 청계천 빈민촌에서... 그리고 남양만 개간지에서... 피와 땀을 흘려 가난한 자들과 고난 받는 자들을 위해 고군분투 하셨던 그가, 이제 두레마을이라는 성경적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며, 성서한국, 선교한국의 비전을 취해 나가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그의 삶은 단순히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며 고난 받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들의 삶이 풍성해져야 한다는 지론이 있었다. 그는 그들과 부대끼면서도, 이 백성을 살리고, 이 나라를 살리고, 이 겨레를 살리려는 꿈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결실이 두레공동체를 통해, 첫째는, 복음운동으로, 둘째는, 공동체 운동, 셋째는, 교회갱신운동, 넷째는, 사회개혁운동으로 맺혀지고 있다.
그의 사역 안에는 예수님이 계신다. 설교에나 말에만 계시는 예수님이 아니다. 그들의 삶 속에, 그들이 밟고 있는 땅 가운데, 그들이 땀 흘려 일하며 이루고자 하는 비전 가운데 예수님이 살아 계신다.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삶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정말, 그들의 비전대로, 두레운동이 2000년대 한국의 주류권이 되어지기를 바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러시아와 만주, 그리고 북한의 두레마을을 통해 그 결실을 확장해 나가며, 이 나라와 겨레를 위해 하나님의 나라를 가시화하는 그들의 사역에 주님이 축복하시기를 기도한다.
(신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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