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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으로 만나는 토머스 머튼의 영성

토머스 머튼(1915-1968)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신부이다.
머튼은 현대 영성가로 알려진 헨리 나우웬과 필립 얀시가 토머스 머튼의 삶과 사상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머튼이 수도했던 트라피스트 수도회는 가톨릭교회 수도회의 한 분파이며, 관상수도회(觀想修道會)로서 정식명칭은 개혁 시토수도회 또는 엄률(嚴律)시토 수도회이다. 이 수도회는 17세기에 프랑스 노르망디의 라 트라프에서 창설되었고, 그 지명을 따라 트라피스트 수도회라고 통칭되었다. 수도회의 수도사들은 관상과 속죄의 생활을 하면서 기도와 노동을 통하여 하나님과 일치하고자 하며, 완덕(完德)에 도달함으로써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바치고자 한다.
토머스 머튼은 ‘20세기 고백록’으로 평가받은 자서전 칠층산(The Seven Story Mountain, 바오로딸 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칠층산 외에도 가장 완전한 기도, 고독 속의 명상, 신비주의와 선의 대가들이 있다. 특히 칠층산은 머튼이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도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조금도 숨김없이 기술하고 날카롭게 분석한 감동적인 자서전이다. 이 자서전은 머튼의 앞길을 가로막던 유혹과 장애에 대한 묘사, 좌절과 실의 속에 방황하던 어두움과 수도원의 황홀한 내적 삶이 담긴 작품으로 아름다운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한 인간의 단순한 사건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부, 영혼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현대사회에 대한 충격적인 통찰과 심원한 내적 영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이 책 「묵상의 능력」은 칠층산에 다룬 영적 여정의 완결판일 것이다. 토머스 머튼은 열정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서, 이 책을 자신의 일생에 걸쳐 완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머튼을 만나고 그의 내면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하나님을 향한 깊은 열망을 경험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기독교 묵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가지게 된다.
때로 우리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기독교적 묵상 경험과 선의 깨달음에 대한 머튼의 이해를 따라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머튼은 참 내적 자아의 발견을 기독교나 동양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튼은 기독교적 묵상과 동양 종교의 선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분명한 간극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가톨릭적 배경이 물씬 풍기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좀 더 머튼의 사상에 대해 알고픈 의욕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고독 속의 명상」(성바오로 간)이나 「삶과 거룩함」(생활성서사 간)과 같은 머튼의 작품을 소개해본다.
그렇다면 토머스 머튼이 말하는 기독교적 묵상은 무엇인가? 토머스 머튼은 기독교 묵상의 최종 목적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연합으로 본다. 따라서 참된 묵상의 시작은 무엇보다도 예수를 우리의 내적 자아 곧 우리 마음에 계시게 하는 성령이 함께 함으로써만이 가능하다. 객체를 조작하여 소유하려는 영적 야망의 화신인 외적 자아에서 벗어나, 참된 거듭남의 체험을 통해서 성령님이 우리 안에 내주를 시작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향한 삶의 신비로운 여정이 시작되고, 묵상의 삶이 영혼의 깊은데서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묵상이란 내면의 실체와 우리의 영적 자아와 우리 안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직관이다. 이러한 묵상에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한 능동적 또는 간접적 묵상과 무지의 어둠 속에서 신성한 지식의 손길을 통해 하나님 사랑의 극히 신비하고 설명 못할 선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또는 주입된 묵상이 있다.
토마스 머튼은 이러한 묵상 체험에는 우리가 피해야할 위험한 요소들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자기 영혼의 절대적 소멸이라는 거짓 이상을 추구하는 정적주의가 있는데, 정적주의를 따르는 이들은 모든 사랑과 모든 지식에서 자신을 비운 채 일종의 영적 진공 상태에 무기력하게 남으려 한다. 하지만 정적주의의 본질은 이기주의의 정수이다. 정적주의는 삶의 모든 고통스런 현실을 차단하기 위해 자기 껍질 안에 자기를 가두어 무기력 상태에 방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튼이 말하는 기독교 묵상은 사랑의 완성이다.
또 다른 위험은 체험주의 또는 광신의 위험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자신의 주관적 체험이 진리보다 중요하고 하나님보다 중요해질 정도로 그것을 중시하는 것이다. 영적 체험이 객관화되면 우상으로 변하고, 또 사물이 되고, 우리가 섬기는 실체가 된다고 머튼은 말한다. 이처럼 거짓된 묵상의 결과는 자신을 성인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험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묵상은 긴장이 없고 겸손하고 단순하다고 말한다. 묵상은 묵상가의 영적 존재의 심연에서 일어나는 일이면서도 하나님의 초월적이고 인격적인 임재에 대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 아시시의 성 프랜시스, 클레르보의 성 버나드, 니사의 성 그레고리와 같은 영성의 스승들이 말하는 참된 묵상은 일상에서 덕을 행할 줄 알게 되고 타인에 대해 공정하고 진실하고 사리사욕이 없으며 맡은 일에 충실하고 순종과 사랑과 자기 희생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따라서 묵상은 하나님과의 동행을 통해 우리 영혼 안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또한 하나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로서 진정한 존엄성을 갖게 하는 과정이다. 바로 묵상의 끝에서 묵상가가 갈망해온 하나님과 인간의 신비로운 합일과 연합이 이루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가 중시하는 모든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노예들이다. 토머스 머튼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인간은 사슬에 묶여 해방과 자유를 갈구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이 매달리는 영성은 거짓된 외적 자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허상이다. 사실 진정한 자유는 자기에게서 구원을 받고 하나님을 닮는 한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묵상의 능력을 체험함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진정한 묵상의 능력을 알고자 한다면, 현대 영성의 스승으로 불리는 토머스 머튼이 전하는 묵상의 진수를 통해 묵상에 대한 넒은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내면의 자유에 이르는 길을 찾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기 영혼 속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묵상가로서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으로 성큼 자랄 것이다.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의 내적인 영적 여정에 머튼은 좋은 영혼의 친구가 되어줄 줄로 믿는다.
저자 토머스 머튼 (Thomas Merton)
미국의 저명가 가톨릭 저술가이자 시인. 1938년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뒤 1939년 컬럼비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49년 신부 서품을 받았고 1968년 가톨릭 신부들과 불교승려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공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하던 중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했다.
초기의 지은책으로는 자서전인 <일곱 이야기 산> (1948), <실로암 연못>(1949) 등이 있고,이후 1960년대 들어 사회비판적 메세지를 담은 글과 더불어 신비주의에 천착한 <신비주의와 선승>(1967), <명상의 씨>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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