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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
애정, 우정, 에로스, 자비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루이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인간사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을만한 이 질문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 기독교 사상가는 어떤 생각들을 전개해 나갈까? 그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의 결론은 어디에 이르게 될까?” 등의 많은 질문과 기대 속에 기다렸었던 이 책을 읽었다. 루이스는 항상 그러했듯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그 주장에서 파생될 수 있는 반대자들의 반론에 대한 변론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얻은 결국은 하나의 주제인 “모든 사랑이 좋고 아름다우나 그것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사랑에 이르러야 한다”에 이르고 있다. 그의 다른 글들과 같이 이 사랑에 관한 글 역시 탁월한 논리와 위트가 있었지만 이전 글과는 또 다른 왜인지 모르게 웃음 짓게 만드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루이스 특유의 따뜻함과 상대방(논객)에 대한 치밀한 배려가 느껴지는 구절들을 대하면서 또 한 번 루이스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루이스는 세상의 사랑에 대해 헬라어 단어 네 가지를 들어서 구분하고 그것을 우리말로 애정, 우정, 에로스, 자비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 즉 가장 기본적인 사랑인 ‘필요를 채우기 위한 사랑’을 ‘애정’으로, 가장 덜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같은 방향을 향하고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을 ‘우정’으로, 일반적으로 ‘사랑에 빠지다’라고 표현되는 연인들 간의 사랑에 대해서 ‘에로스’로, 위의 자연적인 사랑을 뛰어넘고 그 모든 것의 온전함을 지켜주는 도움으로서의 사랑인 ‘자비’로 나눈다. 저자는 이러한 구분 하에 인간에게 일어나는 각각의 사랑의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에 따른 세부적인 상황 묘사와 심리 묘사 등을 통해서 정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루이스는 그러한 사랑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 그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의 세심한 묘사가 단지 그것으로 끝났다면 그는 세상의 많은 작가들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글들로 남겨졌을 것이다. ‘사랑애찬’은 세상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애찬 이후에 이 아름다운 사랑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다루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 한계에서 시작된 질문인 ‘온전한 사랑은’이라는 문제로 독자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랑이 그것 자체로 충족한 개념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애정과 우정, 그리고 에로스의 파괴적인 속성들 상대방을 구속하고, 다른 이를 분리시키는 악한 이기적 집단이 되고, 서로가 서로의 인격과 개별성을 무시하고 삼켜버리는 탐욕스러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으로 이끌어가는 저자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동안 어느덧 매 장이 끝나는 곳마다 등장하는 한 가지 문구가 들려온다. “신이 되어버린 사랑은 악마가 됩니다.”(p101) 이 선언 이후에 그는 마지막 종류의 사랑인 ‘자비’로 이끌어 간다. 이 사랑은 모든 이전의 사랑이 끝까지 그 온전함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 도움으로 오직 ‘필요한 것이 전혀 없으신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참 신나는 경험이었다. 루이스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와 함께 그가 말하는 주제들을 함께 연구하는 즐거움이다. 루이스의 논리를 함께 따라 가보는 것이고, 그를 향한 반론을 준비하고 있는 논객이 되어 그에게 질문할 수 있는 자리이다. 시적이며 문학적이며 논증적인 글을 쓴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그는 그의 글 속에서 충분히 그런 상이한 느낌들이 동시에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묘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웃음 짓게 되기도 하고, 그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려고 준비했던 질문에 대해서 그가 미리 준비한 답변을 들려주는 것에서 그의 사고의 깊이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저자와 함께 그 자리에 앉아 ‘사랑’이라는 주제를 연구해 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조직 신학자들이 하는 그것과 같이 성경의 장과 절을 드러내서 성경의 권위를 가지고 사람들을 향해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한 번의 성경구절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랑에 대한 성경적 결론을 유추해 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나게 할 만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신학적이라는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이성의 시대에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준비된 개념에 대한 정의와 논의 전개를 통해, 인간 속 보편적 감정 중 하나인 사랑의 문제를 풀어내는 저자의 모습에서 ‘불신자들의 사도’라는 그가 갖는 별명의 근거를 충분히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독특한 이 짧은 책에 매료되어 다른 많은 것들을 잊고 그냥 마냥 즐거웠던 하루였다. 루이스 팬이라면 물로 다 읽어볼 것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랑에 대해 개념을 정리해 보고 싶은 분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물론 어느 정도, 저자의 논의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이다. 저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났다. 루이스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중세 문학과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면서 소설, 평론, 동화 들을 썼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는 그가 처음으로 쓴 동화이자 마지막으로 쓴 동화이며, 1957년에 <나니아 나라 이야기> 제 7권<마지막 전투>로 카네기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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