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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고경태조선대학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일반대학원(Ph. D), 그리고 동신대학교에서 한국어교육(M. A)을 공부했다. 한국성경연구원에서 성경과 신학을 연구하고 있고, ‘크리스찬타임스’로 복음 증진과 교회와 선교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학하기”란 제목으로 유투브 동영상 강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광주시(망월동) 무등산 아래 ‘주님의 교회’를 담임목회하고 있다. 한국 교회와 사회가 책을 읽는 문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고경태 | 2017.08.03 21:16

신학교에서 강의할 때, 신학생들이 책을 많이 사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았다. 필자는 강의 교재와 부교재를 많이 제시하지는 않지만, 좋은 선생은 학생들이 책을 많이 살 수 있도록 많은 도서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학생들은 까닭 없이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을 가지지만, 그래도 좀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구입하는 것과 성적 그리고 사역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한다.  

 

지금은 신학교에서 PDF가 유행한다. 출판사는 신학생들의 PDF 때문에, 설상가상(雪上加霜), 벙어리 냉가슴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신학생들이 기독교 출판계의 블루오션인데, 그 블루오션에 불어 닥친 PDF 광풍(狂風)은 출판계를 점점 더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 같다.

 

PDF, E-book 등이 독서인에게 중요한 재료이다. 그러나 책은 단연 종이책이다. 종이책은 디지털이 발전함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종이책은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책은 종이로 만드는데, 종이의 질()이 너무나 다양하다. 종이를 넘기는 책의 묘미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종이로 된 성경을 넘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과 매우 밀접하다. 지금은 성경도 스마트폰의 앱으로 가지고 다니고, 교회에서도 스크린으로 성경과 찬송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말이다.

 

신학생들 누구라도, 책을 읽지도 않는데 왜 사느냐고 질문한다. 대학생 시절 전집을 판매하는 외판원들이 많이 있었다. 대학생들이 속아서 전집을 사곤 했다. 나도 속아서 전집을 샀다. 물론 책을 읽지 않았고, 그 책은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가끔 나에게 독박을 주었던 그 책이 그립다. 세로로 된 그 책이 그립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여러 소설들이 있었는데 하나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왜 당시 대학생들은 그런 사상 전집을 할부로 비싸게 구입했을까?

 

그런 영업이 잘 되었다. 지금은 그 영업 사원을 대학교 캠퍼스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유아용 전집을 판매하는 외판원이 가끔 있을 뿐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물려주거나 재활용으로 들어갈 책들이다. 그러나 사상전집은 아이가 장성해서 다음 세대로 물려주어도 괜찮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책을 사지 않는 이유는 책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서 훈련은 왕과 귀족에게 필수 항목이다. 평민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명령을 받고 이행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명령을 잘 이행하지 않으면 주권자는 채찍과 당근으로 이끌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자유자이고 하나님의 자녀인데, 세상에서는 무명한 자이다. 세상에서 무명한 자처럼 책을 멀리한다면 언제나 무명한 자이다. 그러나 책을 비축하면 책 한 문장에서 받은 영감은 인생과 국가와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위력이 있다. 도서관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 거실에 길이 있다. 그래서 책을 사서 읽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책을 사라고 말한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사상이 담긴, 즉 영혼이 담긴 책을 사라. 그리고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읽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책은 항상 정지해 있지만, 독자가 진보하기 때문에 완전한 독서란 없다. 지금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안위일 뿐이다. 책은 오늘 터득했지만 내일 읽으면 또 다른 것이다. 오늘 알지 못하는 것이나, 내일 새롭게 아는 것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차이는 책을 샀느냐 사지 않았느냐에 있을 뿐이다.

 

좋은 책을 사려는 독자가 많다면 출판사는 당연히 좋은 책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거의 가벼운 주제와 흥미로운 주제이다. 베스트셀러가 양서인 경우는 많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지 않는 책이 성경일 것인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읽지는 않지만 팔리는 책이 가장 위대한 책이다. 읽지도 않을 책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그런 것처럼 읽지 않을 책들을 성경 말고도 다른 책들도 사 보자. 그리고 거실에 놓인 책에 대해서 읽은 이야기가 아닌 산 이야기를 해보자. 책을 산 당신은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읽은 사람이 재미있게 이야기 해 줄 것이고, 결국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터득할 것이다.

 

여름이 간다. 피서에서 돌아와 피곤하기도 하다. 그런 사이에 가을이 온다.

가을, 천고마비(天高馬肥)

책을 사자. 그리고 거실에 고이 모셔 두자.

책은 마음의 양식이니 배부름을 느껴도 좋다.

누가 읽었냐고 묻거들랑, 책은 읽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용기 있게 말하라.

누구도 책을 다 읽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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