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나의 쇼생크 탈출

신성욱 | 2021.02.14 19:09

요즘 소수의 대형교회들이 인간적인 다툼과 분쟁과 논문표절과 세습으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그들 교회들의 이름이 구설수에 오를 때가 많다. 교회 이름을 ‘겟세마네 교회’라든가 ‘기브온 교회’라 하면 얼마나 좋을까만, 사람들이 다 알 만한 이름을 붙이고 있어서 더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경우가 있음을 본다.
 
하나씩 볼까? ‘ㅅㄹ의교회’가 사랑이 없다. ‘ㅅㅁ교회’는 소망이 없고 말이다. ‘ㅇㄹ교회’는 영 낙이 없다. ‘ㅁㅅ교회’는 악명만 높다. 내가 속한 서울강남노회에 ‘행복한 교회’라고 있었다. 그 교회는 몇 년 동안 주일마다 분쟁이 일어나 경찰이 동원되는 등 지역사회에서 소문난 교회이다. '행복한 교회'란 간판을 걸어놓고선 주일마다 싸움박질이나 해댔으니 주님 보시기에도 얼마나 민망하셨을까?


문제 있는 교회들이 하필이면 그와는 반대가 되는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더 욕을 먹고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이름을 ‘행복한 교회’가 아니라 ‘불행한 교회’라 했으면 ‘이름대로 노네!’란 말만 듣고 말았을 일인데 말이다. 
이처럼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삭개오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름에 걸맞지 않는 장소도 있다. 


요한복음 5장에도 그 이름에 걸맞지 않은 한 장소가 소개되어 있다. 바로 베데스다이다. ‘베데스다’라는 이름은 ‘은혜와 자비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곳은 은혜와 자비의 집이 아닌, 오직 1등만 살아남는 아주 경쟁이 치열한 무자비한 곳이다. 오직 1등을 한 한 사람만 살게 되고 나머지 모두는 좌절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경쟁이 치열한 살벌한 곳 더 이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가장 중증의 환자가 제일 먼저 치유 받아야 하는데 베데스다의 경쟁구조에서는 절대로 중증 환자가 치유 받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절대적으로 불리한 곳이 베데스다였다. 한 마디로, 지명의 뜻과는 달리 은혜와 자비가 전혀 없는 곳이다. 다른 사람보다 덜 아프고 더 빨리 움직이는 사람만이 1등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은 은혜와 자비와는 도무지 상관없는 곳 아니겠는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재빠르게 살 궁리를 강구하는 사람만이 문제를 해결 받는 그곳이 베데스다가 될 순 없는 법이다.
이 비정한 베데스다에 드디어 '은혜와 자비를 베푸실 주인공'인 예수님이 오셨다. 베데스다 연못과는 족히 비교가 안 되는 ‘Miracle maker’셨던 예수님 바로 그분이 납시었단 말이다. 거기 모인 모든 병자들은 모두가 그분을 주목했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병자들은 아무도 예수님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사를 하는 사람도,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없다. 베데스다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베데스다의 물이 움직이는 것이고, 그럴 때 그 연못에 1등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오직 베데스다의 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다 자신의 약한 몸과 병에 지쳐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천사가 연못에 내려올 때마다 먼저 거기 들어가려고 경쟁하느라 더 지쳤으리라. 하지만 참 자비와 치유의 기적은 베데스다 연못이라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 기적은 바로 ‘은혜와 자비의 집’ 즉 참 ‘베데스다’ 되신 예수님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거기 모인 수많은 병자들 중 예수님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고정 됐다. 예수님은 갖가지 병자들 중 유독 38년 된 병자를 마음에 담으셨다.


왜 그러셨을까? 아마도 가장 중증 병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곳에선 장소를 초월해서 역사하시는 기적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한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 보면 앤디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쇼생크 교도소에서 끔찍한 수감 생활을 한다. 그런데 앤디는 절망적인 그 교도소에서 희망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10년에 걸쳐서 도서관을 만들기도 하고, 좀도둑이었던 토미에게 글을 가르치기도 한다.
어느 날 그는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음반을 발견한다. 그리고 방송실로 달려간다. 음악을 틀었다.


항상 차가운 명령만을 들려주던 스피커에서 갑자기 낭랑한 여자 가수의 노래가 들린다. 죄수들은 넋을 잃는다. 앤디는 음악을 튼 죄로 독방에 감금 된다. 그곳의 독방은 정신분열도 가져 올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이 주일 후에 독방에서 풀려난 앤디를 친구들은 위로한다. 그러자 앤디는 말한다. “괜찮았어. 계속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었거든.” 의아해 하는 친구들에게 그는 계속 말한다.


“나의 머리에 나의 가슴에 모차르트가 있어. 이것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지.”
그는 독방에서 자신의 머리에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담겨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었던 것이다. 그에게서 모차르트를 빼앗아 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모차르트는 그에게 ‘희망’이다. 이 ‘희망’을 통하여 교도소가 아닌 진정한 세상을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쇼생크에서 탈출한다.


오늘 우리 중에도 진정한 베데스다가 어디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이가 없는지? 그래서 누구를 쳐다봐야 할지를 알지 못한 채 의미없는 장소만 바라보고 기대하다가 낙심과 절망에 빠져 있는 38년 된 병자와 같은 이가 없는지? 
혹 그런 이가 있다면 그 사람도 이제는 베데스다에서 탈출해야 한다. 38년 된 병자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 치열한 경쟁과 갈등과 고독과 불가능만이 존재하는 장소로서의 베데스다에서 벗어나, 참 은혜와 자비의 베데스다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눈길을 돌림으로 예기치 않은 놀라운 기적을 맛보고 승리하는 위대한 주인공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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