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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이성호함경도 실향민의 아들로 서울의 유력한 산동네 돈암동 출생. 북악산과 삼각산을 닮은 작은 교회와 소박한 사람들을 가슴에 훈장처럼 여기는 포항의 작고 불편한 교회의 책임사역자. 한신대 신학대학원. 한신대 대학원 교회사 박사과정(Ph.D.Cand.)수료. 연규홍 교수와 「에큐메니칼 신학의 역사」(Vital Ecumenical Concerns) 번역,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 집필. 포항CBS라디오 5분 메시지, 포항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진행자. 책에 한(恨)이 맺혀 ‘Book Party’할 수 있는 도서관 교회를 꿈꾸다.

11개의 헌금 봉투

이성호 | 2016.08.22 20:35
11개의 헌금 봉투

1. <높은 뜻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분립된 교회들 중 한 교회 목회자의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주일은 우리 교회에 헌금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공감을 넘어서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한국교회 헌금은 몇 종류일까?” 주일헌금은 물론, 감사헌금과 십일조 봉투는 따로 있겠고, 선교헌금, 여신도 남신도헌금, 장학헌금, 심방헌금, 생일헌금도 당연하겠고 각종 작정헌금과 건축헌금(?)까지... 헌금의 종류를 헤아리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다른 곳에 헌금하라고 할 게 아니라 그 헌금 숫자를 하나로 줄이면 어땠을까. 왜 안 되는 걸까요? 각기 다른 명목으로 걷지만 목적은 하나인데. 헌금 종류를 하나로 줄이면 교회가 망할까요? 그럼 망하라지요. 생각할수록 눈가림처럼 보여 차라리 불쾌했습니다.

2. 청빙을 받고 첫 예배를 드리던 작년, 부임 첫 달 교회정관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헌금봉투를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누구든지 어느 분이든지 주일헌금의 이유든지 십일조의 이유든지 감사든지 무엇이 되었던 우리 교회에서 봉헌하는 헌금봉투는 딱 하나입니다. 교회는 돈을 갈취하는 곳이 아닐뿐더러, 헌신을 명분으로 헌금을 늘려서 재정을 채우는 곳이 될 순 없었습니다. 저에 생각입니다.

무슨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와 같이 할인을 남발하는 영업하는 곳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을 때 작을 수록 더 정직한 교회를 세워갑시다. 다르게 보고 바르게 합시다.”고 설득하기 무섭게 온 교우들이 화답합니다. 이런 교회도 있다는 것이 자랑일 수는 없겠으나 한국교회의 천박성이 엇나가도 너무 나가버렸습니다.           

3.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 여름의 초입 7월의 둘째 주, 예배시간이 중간을 넘어선 시각에 한 부부가 다급히 참석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이전 교회 건물로 갔다가 돌아오느라 늦었다며 오후 모임까지 참석하신 이 교사 부부가 수요일에도, 그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계속 참석할 동안, 저희는 한 번도 전화를 묻지도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교우들에게도 당부하고 속으로 기도만 할 뿐입니다.  

3주째 되던 주일, 공동식사를 마치고 부인되시는 여 집사님이 나가시더니 한 참후에 돌아오셨습니다. “등록카드 있나요?” 그동안 간절하던 교우들이 저보다 더 기뻐합니다. 두 분이 등록을 마치시곤 자신들이 그동안 섬기던 교회와 오늘까지의 일들을 나눕니다. 저는 간략하게 감사를 대신한 환영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4. 그런데 땀이 채 마르지도 않은 손으로 핸드백에서 주점 주섬 봉투 11개를 내려놓습니다. “목사님 그 동안의 저희 가정 십일조입니다. 교회를 정하게 되면 봉헌하려고 통장에 모아둔 것을 찾았습니다. 헌금함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함께 앉아있던 교우들 한 분 한 분 눈이 젖어갑니다. 저도 목이 메는 걸 참았습니다. 그 부부도 참 어지간합니다. 봉투 11개, 십일조 11개월분.

지금도 헌금 봉투는 하나지만 앞으로도 끝까지 하나로 갈 것입니다. 헌금은 “하나님이 모든 것의 주인이시다”는 신앙고백인 줄 믿습니다. 고백은 강요되거나 경쟁이 될 때, 진의를 상실합니다. 그 고백은 고백이 아니라 공명심입니다. 교회가 그 짓을 부추겨서 되겠습니까? 저는 쪽팔려서 못하겠습니다.

결국 더위가 힘을 잃어 제법 바람에 가을 냄새가 묻어납니다. 모처럼 시원한 잠자리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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