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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이성호함경도 실향민의 아들로 서울의 유력한 산동네 돈암동 출생. 북악산과 삼각산을 닮은 작은 교회와 소박한 사람들을 가슴에 훈장처럼 여기는 포항의 작고 불편한 교회의 책임사역자. 한신대 신학대학원. 한신대 대학원 교회사 박사과정(Ph.D.Cand.)수료. 연규홍 교수와 「에큐메니칼 신학의 역사」(Vital Ecumenical Concerns) 번역,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 집필. 포항CBS라디오 5분 메시지, 포항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진행자. 책에 한(恨)이 맺혀 ‘Book Party’할 수 있는 도서관 교회를 꿈꾸다.

밭에서 씨앗으로

이성호 | 2018.04.16 23:40

밭에서 씨앗으로

 

1.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동화가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인데요, 토끼는 빨랐고 거북이는 느렸습니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합니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하여 중간에 낮잠을 잡니다. 거북이는 한 걸음 한 걸음 결승점을 향해 올라갑니다.

 

잠에서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뒤늦게 달려가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는 우화로,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 는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런 격려가 담긴 흐뭇한 얘기 같지만 오늘을 사는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중요한 허점이 보입니다. 우선 토끼와 거북이가 벌린 경기 장소가 잘못되었습니다. 토끼는 육지 동물이지만 거북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북이는 간혹 육지에도 오르지만 바다의 해양파충류 동물입니다. 육지에서 보면 느림보지만 바다에서는 다릅니다. 토끼와 게임이 되지 않지요. 경기장이 바다라면 토끼는 낮잠은커녕 이내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런데 불공평하게도 경기장이 육지입니다. 장소에 먼저 문제가 있겠습니다.

 

둘째는 저자의 의도입니다. 거북이는 느림보이고 토끼는 빠르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겁니다. 결국 아무리 불공평한 조건이라도 낙심하지 말고, 개미처럼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의 시각입니다.

 

2.

과연 그럴까요? 현실은 반대입니다. 날 때부터 날개를 달고 나온 그런 사람들,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넘치도록 풍족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 갖가지의 지원과 기회를 제공받으며 성장한다는 것이 어떻게, 얼마나 다른 것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시작부터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게임입니다.

 

잘 포장된 도로를 편리한 승용차로 달리는 것과 비포장 길을 고장 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경기가 될 법인가요? 1년 만이라도 그리 지내본다면 다시는 그런 말 못할 겁니다. ‘부족없음의 설움과 절망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빈곤과 가난에 눌리고 찌들어 살아가는 이들의 한탄과 절규를 너무 쉽게 바라보는 겁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버릇 없고 이기적인 존재가 되기 쉽다고요? 그런 방식으로 현실을 가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또래 집단과 어울리기 시작할 때부터 겪게 되는 참담함은 이루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결코 그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는 가능성 제로의 현실 인식입니다.

 

노력도 꿈도 미래도 펼칠 수 없는 유소년들과 청춘들이 늘고 있는 현실 세계와 ‘부유함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교회더하여 우리의 기도마저 성공과 풍요에 집중된다는 사실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거북이처럼 노력하면 결승점에 먼저 오를 수 있다고 말하기 전에 그런 장벽과 불공평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겠습니다.

 

3.

부활의 그리스도인이라 할진대, 이제는 좋은 것 달라고 아우성치는 밭에서 벗어나 좋은 것을 뿌리는 하늘 씨앗이 되십시오. 세상에 빛이 들어오게 하는 거룩한 씨앗, 눈물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런 씨앗으로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누구나 거듭남을 말하지만 거듭난 삶을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맹목적인 열정이 기복 신앙을 낳습니다. 무지는 좋은 신앙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하나님의 영으로 보고 듣고 말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세속화된 욕망과 비겁한 차별을 향한 침묵을 두고, 하나님 형상이라 말할 순 없겠습니다. 생명의 피어나는 교회, 신실한 복음의 일꾼들이 쏟아져 들어가는 세상을 꿈꾸며, 꽃 앞에서 부끄럽지 않는 봄 같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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