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이성호함경도 실향민의 아들로 서울의 유력한 산동네 돈암동 출생. 북악산과 삼각산을 닮은 작은 교회와 소박한 사람들을 가슴에 훈장처럼 여기는 포항의 작고 불편한 교회의 책임사역자. 한신대 신학대학원. 한신대 대학원 교회사 박사과정(Ph.D.Cand.)수료. 연규홍 교수와 「에큐메니칼 신학의 역사」(Vital Ecumenical Concerns) 번역,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 집필. 포항CBS라디오 5분 메시지, 포항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진행자. 책에 한(恨)이 맺혀 ‘Book Party’할 수 있는 도서관 교회를 꿈꾸다.

한가위 교회이야기

이성호 | 2019.09.21 22:15
한가위 교회이야기

1. 부교역자시절, 담임목사 사례비 항목이 월 400만원, 지금까지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허풍속에 숨어있는 ‘플러스 알파’를 합치니 연봉 9700만원이었습니다. 재직회 보고서를 살펴보던 우리 부부는 경악했습니다. 기도는 그야말로 청산유수였던 분, 돈이 될만한 교인들 관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일 년을 채우는 것도 죄스러워 사임했습니다.

명절마다 재직들의 경쟁적인 선물공세를 ‘섬김’으로 칭송하지만, 김장김치조차 부교역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 ‘그 사모’의 눈치를 피해 황급히 주고 간 김치 한 통, 유독 맛있었습니다. 사과며 배박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뭉글어지고, 냉장고에서는 한우 세트가 넘쳐나도 오직 담임목사여야만 한다는 그 괴이한 헌신.

2. 철마다 해외여행, 선교여행, 더 코메디인 것은 담임목사 여름 피정비 300만원, 부교역자는 0원. 무려 12일을 해외다녀온 후, 우리 가족 휴가 떠나는 날 10만원을 건네며 아이들 과자나 사주라던 그분은 노회의 유력한 ‘갑’이었습니다. 오늘의 개신교가 길바닥에 밟히는 또 다른 원인입니다.

자기 교인들보다 넉넉하게 잘 사는 목회자가 정상일까요. 그런 대접을 당연시하는 교회가 정상일까요. 어느 장로왈 “그만큼 합니다”라고 대답을 하신다면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니 목회하는 거 아닌가요”

3. 진리의 수호자. 말씀을 맡은 ‘주의 종’이라고 스스로 높이지만, 끼니는 굶어도 십일조는 거룰 수없다는 마르고 늙은 이들의 얇고 적은 헌금은 못 본척하나, 풍성하고 두터운 금액을 던지는 부자들의 친구는 자처합니다. 부자·대형교회일수록 가난한 이들에게는 높고 화려한 성전이지만, 힘있는 자들에게는 한 없이 낮은 곳이 교회 문턱입니다.

그런 분들이 더 잘 보이고 확연히 구별하는 은혜, 저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로 생각합니다. 교회는 누구의 벗이어야 하는가. 교회는 누구에게 더 잘 열려 있어야 하는가. 목회자는 어떤 삶을 기쁘게 살아가는가. 과연 하나님은 어느 편이실까요? ‘배부른 자’는 언제나 ‘주머니 큰 자’들과 어울리게 돼있습니다.

과분한 계절 가을입니다. 숨을 헐떡이게 하던 무더위가 황급히 물러가는 추석 연휴 잘 지내셨나요? 저녁 하늘을 가득 채운 만월(滿月)이 고단한 여러분들 한분 한분의 얼굴을 훤하게 밝혀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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