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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안영혁서울대 철학과와 총신대학교(M.Div., Th.M., Ph.D.)에서 공부했다.
    현재 신림동의 작은교회, 예본교회를 목회하면서, 총신대학원 교수, 지역학교운영협의회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작은교회가 더 교회답다」가 있으며, 「청년 라이놀드 니이버」 등을 번역하였다.

정물화에 대하여

안영혁 | 2003.10.24 09:46
정물화에 대하여

어릴 때 뭉툭한 크레파스로 물고기 눈을 그려 넣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는 마침내 울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그림 그리기가 어려운 나에게 어느 날 정물화를 그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물화를 그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정물화를 왜 그리는지 궁금했습니다.
미술 선생님도 그리라고만 했지 왜 그리는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을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놀다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햇볕과 나무와 하늘과 그리고 아파트 건물까지를 보았습니다.
그 모든 사물들이 다 내게 와서 알 수 없는 욕심을 일으켰습니다.
저 모든 것은 그 어디엔가 담아두고 싶은 그런 욕심.
마치 컴퓨터가 그림 이미지를 저장하듯 그렇게 저 이미지들을 내 의식 속에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할 때 그럴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 기억을 불러내었을 때 다시 지금의 감흥이 일어날지도 전혀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저 담아둘 수 없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누리는 길이 없을까 생각하며,
이런 기분으로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 잔할까 생각하다,
그것이 아마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정물화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구나, 그래서 정물화를 그리는구나.
정물을 그리는 그 모든 사람들이 사물에 대한 그 말할 수 없는 욕심을 가진 거구나.
뭐 그런 생각을 좀 했다는 것이죠.
화가들은 이보다는 훨씬 더 탐미적인 생각을 하겠죠.

그러나 참 안타깝군요.
그 정물에 대한, 존재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군요.
그래서 사람들은 별 방법이 없어서 계절을 노래하고,
사물을 그리고, 글월로 올리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정물화는 사물에 대한 아련한 욕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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