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안영혁서울대 철학과와 총신대학교(M.Div., Th.M., Ph.D.)에서 공부했다.
    현재 신림동의 작은교회, 예본교회를 목회하면서, 총신대학원 교수, 지역학교운영협의회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작은교회가 더 교회답다」가 있으며, 「청년 라이놀드 니이버」 등을 번역하였다.

11.오순절파의 영성-20세기 후반 영성의 한 축이었던 사조

안영혁 | 2003.06.29 01:14
20세기 후반은 교회로서는 민중의 시대였다. 우리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보면 문화 또한 대중화의 시대였던 것을 알 수 있는데, 말하자면 민중성 혹은 평범하게 말해서 대중성이라는 것은 이 시대의 정신이었다. 21세기는 다시 정보화라는 것이 강력히 나타나서 사회가 어디로 향해 갈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형성된 도시화의 개인적 주체화로 인하여 자꾸 이 민중성과 대중성은 강하여질 것이다. 현대 사학자라 불리는 폴 케네디는 장차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인구압이 될 것이라 하였는데, 이는 인류의 생존권이라는 의미가 중심이겠지만, 그것이 관철되는 것은 대단치 않은 사람들의 주체화라는 채널을 통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대중성, 민중성의 정신에 교회인들 어찌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차라리 교회가 그 운동의 가장 휴머니즘적인 자리에 있었다고 확인할 수 있다면 오히려 교회가 교회답다는 자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 민중성과 대중성으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해방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 브라질의 기층 민중들 사이에 자생적으로 일어난 신앙 공동체인 바닥 공동체는 그 해방을 대변한다. 과격하여 무장 투쟁을 하는 사제들도 나타났지만, 그런 자극적인 사례들로 우리의 의식을 흐리기 보다는 이것이 바로 시대 정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다. 성령께서 우리를 끊임없이 하나님 나라에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또한 성령님의 살아계심의 한 실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 오순절파의 영성을 보여준 순복음 교회는 민중교회와는 사실 대극적인 자리에 있었다. 오늘도 순복음 교회의 목사들은 과감히 반공 이데올로기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꽤 이름있는 목사들 조차도 그런 무식해 보이는 멘트를 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니 민중교회들이 이런 순복음 교회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인 것은 이런 순복음 교회의 주력층이 바로 민중이라는 것이다. 현실의 축복을 찾아 교회에 모여들었지만 그들의 대다수는 그리 부유하지 못한 민중, 민중이라기 보다는 이 시대 대중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이들 사이에서 오순절파의 영성이 무엇보다 두드러졌던 것은 좀 철학적으로 말하면 인식론에 관련된 것이다. 즉 다른 모든 기존의 교파들이 하나님과의 직접적 만남과 일치의 문제를 놓치고 있을 때 오순절파는 바로 그것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 직접성이 오순절파 영성의 핵심이다. 그들은 다시 방언을 하기를 원했고, 초대 교회에 일어났던 기적들이 다시 일어난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런 집회가 행하여졌다. 그 수많은 집회들 가운데 그런 실제의 일들은 부풀려지기도 해서 어디서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또 어느 부분은 단지 이데올로기의 반영인지 우리는 가려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들의 추구의 핵심은 명백히 하나님과의 직접적 만남이다. 사실 오순절 성령 강림 때 이루어졌던 것도 바로 이 하나님과의 직접적 접촉이었다. 직접적 접촉이 강력하게 일어났고 하나님의 카리스마가 드러났다. 오순절파는 바로 그것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런 오순절파의 영성은 17-18세기 강력하게 일어났던 경건주의와 닮은 데가 있다. 슈페너는 보통의 사람이 가장 진지하게 성경에 다가갔을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바로 그런 현상으로 그는 만인제사장 교리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오순절파의 교회들도 그렇다. 그들이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지식인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고 하여간 어떤 의미든 이 시대를 살면서 무엇엔가 부족하고 또 모든 것에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오순절파의 지도자들이 그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추구했던 영성은 그렇게 기층 민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순복음 교회가 오히려 축복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교회를 살찌웠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실제로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순절파의 영성은 지식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래서 자존심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한 오아시스였다. 요즈음 학자들은 오순절파의 이런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바로 이런 방식으로 오순절파 교회는 현대를 이끌었던 것이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신학적인 논쟁을 계속하고 있을 때 오히려 대중적으로 일어나 교회는 오순절파 교회였던 것이다. 그들은 이른바 영성에 있어서 매우 급진적이다. 하나님과의 직접성을 추구하니 말이다. 그런만큼 그들이 현재로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지만 장차는 그것이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순복음 교회가 기독교 교회 협의회의 회원 교단으로 참여한 것을 보면 그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오순절파는 20세기 개신교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회였다.

우리는 오순절파 교회의 힘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의 뜨거웠던 기도와 찬양과 그 가운데 일어나 성령의 역사는 결코 부인될 수 없다. 거기에는 분명 그리스도의 힘이 느껴진다. 많은 이론과 많은 실천을 통하여 기독교적 저변을 형성하는 것이 전통적인 교회들의 일이었다면, 가장 직접적으로 하나님과의 만남을 추구하였던 그 오순절파의 영성은 단순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는 영성이었다. 하나님과 내가 직접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곰곰 생각하고 그 의미를 반드시 새겨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기층 민중들에게 삶의 힘이었다는 사실을 어떤 정치적 진보주의자들도 부인해서는 안된다. 그 에너지가 무엇인지 밝혀서 기독교의 힘으로 삼아야 하며, 거기 결여되었던 부분을 다시 채우려고 할 때에 우리 시대의 영성은 다시 한 걸음을 내대딜 수 있을 것이다.

오순절파는 그런 것을 가르쳐준다. 기독교가 엘리트의 것도 아니고 가진 자들의 하나 더 가진 목록도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께서 산에 오르셨을 때 허다한 무리가 그 뒤를 따랐고 그 앞에 앉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현대에는 말하자면 해방의 영성과 오순절파의 영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였다. 시대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보다 강력하게 예수의 허다한 무리에로의 접근이 일어났던 시기가 바로 우리 시대라는 것을 알고 우리는 바로 그 사명을 감당해 내어야 할 것이다.

오순절파의 신학은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 신학을 다룰 때 그들의 대중성 민중성을 긍정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안에서 누가복음 4장의 영성과 사도행전 2장의 영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며, 교회의 지향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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