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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창가의 토토 --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이야기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이야기
창가의 토토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프로메테우스 펴냄
"일본의 방송인인 저자의 자서전 격인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쓰여져 있다"(매일경제신문).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과 참된 교육을 생각케 하는 맑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마치 토토의 일기를 보듯, 생생하게 살아있는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 교육의 참모습이 짤막짤막한 이야기로 경쾌하고 따스하게 이어지며 여운을 남긴다"(한겨레신문). "인간의 어린 시절은 약육강식에 대비한 기초 훈련기이기보다는 토토의 그것처럼 그저 행복의 씨앗을 심는 나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이상희 시인). 일본에서 출간 첫해 500만 부라는 판매 기록을 세웠던 『창가의 토토』가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200년 6월) 많은 신문의 문화부 기자와 북리뷰 담당자는 경쟁하듯이 극찬에 가까운 리뷰를 썼다. 일본의 전 언론은 20세기 대중문화 부문에서 최고의 흥행 영화로는 <원령공주>를, 최고의 도서로는 <마도기와노 토토짱>을 선정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겐 맑은 동심의 집합체로 또 30대 부모들과 교사들에겐 대안교육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이 책은, 인도와 싱가포르의 10대와 20대 여성 독자 사이에선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미국과 독일에서는 '젊은 부모와 교사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으로 매년 꼽히고 있으며, 이 책의 인기를 다각도로 분석한 관련도서만도 5-6종이 출간됐을 정도이다. 특히 미국의 유명 시인인 도로시 브리튼이 번역한 영문판(제목:Totto-chan, The Little Girl at the Window)이 출간되었을 때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 유수 일간지인 '뉴욕타임즈'지가 이 책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그때까지 전례 없는 긴 서평을 실었는가 하면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도 1페이지를 할애해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전격적으로 게재했다. 덕분에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쟈니 카슨 쇼'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대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초빙 받은 아시아 인물이 되기도 했다.
한 장의 수채화 같은 이 동화는 유년 시절의 따스함과 순수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버린 동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준다. 천진한 눈을 반짝이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미화되어, 까마득히 잊혀졌던 동심에 초대되는 순간이면 감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창가의 토토』가 여타의 순수 예찬가보다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와 닿음은 실존했던 도모에 학원의 독특한 교육 방침에서 오늘날의 교육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짓거나, 우리 집 두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정교육을 돌아보기도 했다.
첫째로, 이 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 책에는 저자의 자적적 이야기로 보이는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특히 <대모험>이란 글은 기억에 남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토토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야스아키를 도와 나무를 타기로 한다. 그것은 '토토의 나무에 야스아키를 초대'하는 것이었다. 어렵게 나무에 오른 "두 사람은 한참동안 나무 위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야스아키는 열띤 목소리로 이런 얘기도 했다. '미국에 사는 누나한테 들었는데,미국에서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대! 그게 일본에 들어오면 집에 편안히 앉아서도 국기관에서 하는 씨름을 볼 수 있다는 거야! 꼭 상자처럼 생겼다던데' 하지만 먼 곳에 가기가 힘든 야스아키가 집에서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직 토토로서는 실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자 안에서 씨름을 하다니......그게 무슨 소리지? 씨름선수들은 덩치가 큰데, 어떻게 집까지 와서 상자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고... . 그러나 야스아키한테는 이때 나무에 오른 경험이...처음이자 마지막인 나무 타기가 되었다."
토토가 다닌 도모에 학원은 일종의 대안학교인데, 그 학교의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인생에서 크나큰 지침이 된 이 중요한 말을, 토토가 도모에 학원을 다니는 동안 줄곧 들려주었다. '토토,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란다..'라고. 고바야시 선생님은 토토가 다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 도모에 학원으로 왔을 때, 토토의 이야기를 여러 시간 동안 경청해 주었고, 언제나 눈높이에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스승이었다.
토토는 처음 만난 교장 선생님에게 네 시간이나 이야기를 하고 나자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 "토토는 좀 슬픈 생각이 들었다. 토토가 한참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토토의 머리에 크고 따뜻한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자, 이제부터 넌 이 학교 학생이다.'
그 때, 토토는 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기 얘기를 들어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번도 하품을 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토토가 얘기할 때처럼 똑같이 몸을 앞으로 내민 채 열심히 들어 주었던 것이다. 토토는 그때 아직 시계를 볼 줄 몰랐는데 - 그래도 오랜 시간으로 느꼈을 정도니까 - 만약에 시계를 볼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더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교장선생님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토토와 엄마가 학교에 도착한 것이 8시였고, 교장실에서 얘기가 전부 끝나고 토토가 이 학교의 학생으로 결정되었을 때 선생님이 회중시계를 보며 '아아, 점심시간이군'하고 말했으니까... 결국 꼬박 네 시간 동안이나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얘기를 들어준 셈이었다. 전후를 막론하고, 토토의 얘기를 그토록 열심히 들어준 어른은 정말이지 없었다. 한편 아직 1학년 밖에 안 된 토토가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혼자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얘깃거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엄마나 전에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이나 분명 놀랬을 것이다."(.28-29쪽).
둘째로, 독자는 이 책을 읽다가 타임머신을 타고 저자와 함께 각자의 어린 시절을 찾아가게 된다. 저자는 <작가 후기>에서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도모에 학원에 관한 추억을 쓰는 것은 제 오랜 숙제 중의 하나였습니다.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을 모두 꾸며낸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들입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저는 이런 일들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그 추억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밝힌 것처럼 고바야시 선생님과 '어른이 되면 꼭 도모에의 선생님이 되겠노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고뱌야시 선생님이란 존재, 그가 아이들을 얼마나 큰사랑으로 대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었습니다"(.230쪽).
이런 심정으로 썼기에 우리는 쉽게 저자와 함께 '추억 여행'을 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토토는 처음에 '스파이'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전학 가던 날, 처음 전철을 타보고는 '전철표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토토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있지, 원래는 스파인데 전철 표를 판다고 하면, 그럼 어떨까?" 물론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엄마는 "혹시라도 새 학교에서 토토를 받아주지 않으면..."하고 너무도 불안했던 것이다.
도모에 학원은 운동회 때 고바야시 선생님은 특별한 시상을 했다. 요컨대 "1등은 무 하나, 2등은 우엉 두 뿌리, 2등은 시금치 한 단" 등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토토는 제법 성장했을 때까지 운동회에서는 다들 채소를 상으로 주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셋째로. 이 책은 고바야시 선생님의 교육관을 보여주거나 상식을 뒤집기도 한다. <알몸으로 수영해요>에는 토토가 난생 처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 이야기가 있다. 수영복이 없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왜 수영복을 안 입고도 수영하게 했을까? 물론 규칙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수영복을 가지고 온 아이는 입어도 상관없었고, 오늘처럼 갑자기 수영을 하게 된 날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벌거벗어도 상관없었다. 따라서 그냥 벌거벗은 채 수영을 허락하는 까닭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 신체의 다른 점을 이상한 눈으로 훔쳐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과 '자신의 몸을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숨기려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은연중에 '어떤 몸이든 저마다 아름다운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71쪽).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농부아저씨를 선생님으로 초빙해 아이들에게 '제 손으로 뿌린 씨앗에서 싹이 틀 때의 기쁨'으로 자연을 깨닫게 한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사고와 삶의 양식을 깨칠 수 있도록 자발성의 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이 책에서 독자는 전교생이 5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타인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배워 나가는 것을 본다. 오래된 전철을 이용하여 만든 아기자기한 교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꺼내 공부하고, 산과 바다와 들에서 난 점심을 먹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어떠한 콤플렉스 없이 성장할 수 있게 세세히 배려하는 학교라면 왕따를 당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칭얼대는 아이는 있을 리 없다.
도모에 학교의 고바야시 교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고바야시는 젊어서 유럽의 교육 방침에 감명을 받고 유학 길에 올랐고,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도모에 학원을 설립하여 감성과 직관을 발달시키는 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제각기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소질을 주위의 어른들이 손상시키지 않고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 속에서 문자와 숫자를 많이 아는 아이보다는 마음으로 자연을 보고 영감을 느끼는 아이로 자라도록 가르친 것이다. 그리고 도모에의 아이들은 예의 바르게 한 줄로 서서 걸을 것, 전철 안에서 조용히 할 것,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면 안 될 것 따위의 주위사항 없이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밀치거나 난폭하게 대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았다.
일본 출판계에 신화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 <창가의 토토>는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훌륭한 교육서이다. 교육은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데서부터 시작하며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면서 진지해질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 젊은 부모와 교사들에게 대안교육과 자유학교 운동의 불씨를 지핀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 공로로 페스탈로치 교육상과 제4회 코르체크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창가의 토토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프로메테우스 펴냄
"일본의 방송인인 저자의 자서전 격인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쓰여져 있다"(매일경제신문).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과 참된 교육을 생각케 하는 맑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마치 토토의 일기를 보듯, 생생하게 살아있는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 교육의 참모습이 짤막짤막한 이야기로 경쾌하고 따스하게 이어지며 여운을 남긴다"(한겨레신문). "인간의 어린 시절은 약육강식에 대비한 기초 훈련기이기보다는 토토의 그것처럼 그저 행복의 씨앗을 심는 나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이상희 시인). 일본에서 출간 첫해 500만 부라는 판매 기록을 세웠던 『창가의 토토』가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200년 6월) 많은 신문의 문화부 기자와 북리뷰 담당자는 경쟁하듯이 극찬에 가까운 리뷰를 썼다. 일본의 전 언론은 20세기 대중문화 부문에서 최고의 흥행 영화로는 <원령공주>를, 최고의 도서로는 <마도기와노 토토짱>을 선정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겐 맑은 동심의 집합체로 또 30대 부모들과 교사들에겐 대안교육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이 책은, 인도와 싱가포르의 10대와 20대 여성 독자 사이에선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미국과 독일에서는 '젊은 부모와 교사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으로 매년 꼽히고 있으며, 이 책의 인기를 다각도로 분석한 관련도서만도 5-6종이 출간됐을 정도이다. 특히 미국의 유명 시인인 도로시 브리튼이 번역한 영문판(제목:Totto-chan, The Little Girl at the Window)이 출간되었을 때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 유수 일간지인 '뉴욕타임즈'지가 이 책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그때까지 전례 없는 긴 서평을 실었는가 하면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도 1페이지를 할애해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전격적으로 게재했다. 덕분에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쟈니 카슨 쇼'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대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초빙 받은 아시아 인물이 되기도 했다.
한 장의 수채화 같은 이 동화는 유년 시절의 따스함과 순수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버린 동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준다. 천진한 눈을 반짝이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미화되어, 까마득히 잊혀졌던 동심에 초대되는 순간이면 감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창가의 토토』가 여타의 순수 예찬가보다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와 닿음은 실존했던 도모에 학원의 독특한 교육 방침에서 오늘날의 교육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짓거나, 우리 집 두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정교육을 돌아보기도 했다.
첫째로, 이 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 책에는 저자의 자적적 이야기로 보이는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특히 <대모험>이란 글은 기억에 남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토토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야스아키를 도와 나무를 타기로 한다. 그것은 '토토의 나무에 야스아키를 초대'하는 것이었다. 어렵게 나무에 오른 "두 사람은 한참동안 나무 위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야스아키는 열띤 목소리로 이런 얘기도 했다. '미국에 사는 누나한테 들었는데,미국에서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대! 그게 일본에 들어오면 집에 편안히 앉아서도 국기관에서 하는 씨름을 볼 수 있다는 거야! 꼭 상자처럼 생겼다던데' 하지만 먼 곳에 가기가 힘든 야스아키가 집에서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직 토토로서는 실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자 안에서 씨름을 하다니......그게 무슨 소리지? 씨름선수들은 덩치가 큰데, 어떻게 집까지 와서 상자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고... . 그러나 야스아키한테는 이때 나무에 오른 경험이...처음이자 마지막인 나무 타기가 되었다."
토토가 다닌 도모에 학원은 일종의 대안학교인데, 그 학교의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인생에서 크나큰 지침이 된 이 중요한 말을, 토토가 도모에 학원을 다니는 동안 줄곧 들려주었다. '토토,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란다..'라고. 고바야시 선생님은 토토가 다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 도모에 학원으로 왔을 때, 토토의 이야기를 여러 시간 동안 경청해 주었고, 언제나 눈높이에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스승이었다.
토토는 처음 만난 교장 선생님에게 네 시간이나 이야기를 하고 나자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 "토토는 좀 슬픈 생각이 들었다. 토토가 한참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토토의 머리에 크고 따뜻한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자, 이제부터 넌 이 학교 학생이다.'
그 때, 토토는 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기 얘기를 들어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번도 하품을 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토토가 얘기할 때처럼 똑같이 몸을 앞으로 내민 채 열심히 들어 주었던 것이다. 토토는 그때 아직 시계를 볼 줄 몰랐는데 - 그래도 오랜 시간으로 느꼈을 정도니까 - 만약에 시계를 볼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더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교장선생님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토토와 엄마가 학교에 도착한 것이 8시였고, 교장실에서 얘기가 전부 끝나고 토토가 이 학교의 학생으로 결정되었을 때 선생님이 회중시계를 보며 '아아, 점심시간이군'하고 말했으니까... 결국 꼬박 네 시간 동안이나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얘기를 들어준 셈이었다. 전후를 막론하고, 토토의 얘기를 그토록 열심히 들어준 어른은 정말이지 없었다. 한편 아직 1학년 밖에 안 된 토토가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혼자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얘깃거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엄마나 전에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이나 분명 놀랬을 것이다."(.28-29쪽).
둘째로, 독자는 이 책을 읽다가 타임머신을 타고 저자와 함께 각자의 어린 시절을 찾아가게 된다. 저자는 <작가 후기>에서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도모에 학원에 관한 추억을 쓰는 것은 제 오랜 숙제 중의 하나였습니다.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을 모두 꾸며낸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들입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저는 이런 일들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그 추억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밝힌 것처럼 고바야시 선생님과 '어른이 되면 꼭 도모에의 선생님이 되겠노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고뱌야시 선생님이란 존재, 그가 아이들을 얼마나 큰사랑으로 대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었습니다"(.230쪽).
이런 심정으로 썼기에 우리는 쉽게 저자와 함께 '추억 여행'을 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토토는 처음에 '스파이'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전학 가던 날, 처음 전철을 타보고는 '전철표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토토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있지, 원래는 스파인데 전철 표를 판다고 하면, 그럼 어떨까?" 물론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엄마는 "혹시라도 새 학교에서 토토를 받아주지 않으면..."하고 너무도 불안했던 것이다.
도모에 학원은 운동회 때 고바야시 선생님은 특별한 시상을 했다. 요컨대 "1등은 무 하나, 2등은 우엉 두 뿌리, 2등은 시금치 한 단" 등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토토는 제법 성장했을 때까지 운동회에서는 다들 채소를 상으로 주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셋째로. 이 책은 고바야시 선생님의 교육관을 보여주거나 상식을 뒤집기도 한다. <알몸으로 수영해요>에는 토토가 난생 처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 이야기가 있다. 수영복이 없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왜 수영복을 안 입고도 수영하게 했을까? 물론 규칙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수영복을 가지고 온 아이는 입어도 상관없었고, 오늘처럼 갑자기 수영을 하게 된 날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벌거벗어도 상관없었다. 따라서 그냥 벌거벗은 채 수영을 허락하는 까닭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 신체의 다른 점을 이상한 눈으로 훔쳐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과 '자신의 몸을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숨기려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은연중에 '어떤 몸이든 저마다 아름다운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71쪽).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농부아저씨를 선생님으로 초빙해 아이들에게 '제 손으로 뿌린 씨앗에서 싹이 틀 때의 기쁨'으로 자연을 깨닫게 한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사고와 삶의 양식을 깨칠 수 있도록 자발성의 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이 책에서 독자는 전교생이 5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타인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배워 나가는 것을 본다. 오래된 전철을 이용하여 만든 아기자기한 교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꺼내 공부하고, 산과 바다와 들에서 난 점심을 먹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어떠한 콤플렉스 없이 성장할 수 있게 세세히 배려하는 학교라면 왕따를 당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칭얼대는 아이는 있을 리 없다.
도모에 학교의 고바야시 교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고바야시는 젊어서 유럽의 교육 방침에 감명을 받고 유학 길에 올랐고,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도모에 학원을 설립하여 감성과 직관을 발달시키는 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제각기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소질을 주위의 어른들이 손상시키지 않고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 속에서 문자와 숫자를 많이 아는 아이보다는 마음으로 자연을 보고 영감을 느끼는 아이로 자라도록 가르친 것이다. 그리고 도모에의 아이들은 예의 바르게 한 줄로 서서 걸을 것, 전철 안에서 조용히 할 것,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면 안 될 것 따위의 주위사항 없이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밀치거나 난폭하게 대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았다.
일본 출판계에 신화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 <창가의 토토>는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훌륭한 교육서이다. 교육은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데서부터 시작하며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면서 진지해질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 젊은 부모와 교사들에게 대안교육과 자유학교 운동의 불씨를 지핀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 공로로 페스탈로치 교육상과 제4회 코르체크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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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송광택 칼럼] 영적 순례 안내서- 내 평생에 가는 길 | 송광택 | 2004.01.05 00:01 |
20 | [송광택 칼럼] 침묵의 반역자(디트리히 본회퍼의 생애) | 송광택 | 2003.10.05 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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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송광택 칼럼] 아홉 가지 영성의 색깔들-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CUP) | 송광택 | 2003.09.25 11:54 |
16 | [송광택 칼럼] 돕는 자 바나바에게서 배운다 | 송광택 | 2003.08.12 21:21 |
15 | [송광택 칼럼] 책과 함께 보내는 휴가 | 송광택 | 2003.07.07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