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용서의 빛

김성욱 | 2023.01.27 19:54
나는 이스라엘에 살고 있었습니다.
혈통으로는 율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유대인 중의 유대인이요, 특별하게 선별된 레위 자손입니다.

최근 예수라는 청년이 갈릴리 전역을 헤집고 다니며
병자들을 고치고 귀신들을 좇아낸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어제는 여리고라는 더러운 지방에 있는 악질 삭개오라는 세리의 집에 들어가 창기들 및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불경한 짓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그 자리에서 구원을 선포했다던데,
아니 율법의 기본도 모르는 자가 선지자 노릇에 맛을 들이더니만..게다가 하나님만 가능한 구원을 선포하다니,
이 어찌 불경한 신성모독이 아닌지 생각할수록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조만간 대제사장 및 서기관들이 회의를 열어 예수를 처리한다 했으니 일단 참고 지켜보려 했습니다.

낮에 점심을 먹고 볼 일이 있어 광장에 나갔는데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며 소란이 일었는데, 가보니 낮에 현장에서 간음하다 붙잡힌 더러운 여자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죄악을 밤에 행하는데 백주 대낮에 버젓이..
사람들은 정의와 분노로 가득차 돌을 들었습니다.
나도 곁에서 큰 돌을 찾아 들고 앞에 섰습니다.
여기저기 사나운 욕설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자는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인체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바리새인 선생들이 예수라는 이에게
다가가 이 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물었습니다.
우리 율법에는 이것이 매우 중한 죄이므로 돌로 쳐죽이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번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예수도 처벌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가 갑자기 여자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나는 속으로 만일 이번에도 훼방하면 당신도 죽일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율법을 방해한다니, 이보다 더 명백한 구실이 없었습니다.
예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습니다.
예수는 성난 군중들을 뒤로 하고 땅에 무언가를 적어 나갔습니다.

바리새인 선생들이 묻자 그가 돌이켜 말하길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고 했습니다.

그때 내 마음에 큰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나는 유대인으로서 율법을 잘 지켜왔는데...
나는 이 더러운 여자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데...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거짓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한 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앞에서 내 자신이 낱낱이 벌거 벗겨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죄인이었습니다. 율법을 머리론 달달 외웠지만 의무적으로 억지로 따랐고, 형식에 만족하며
막연히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을 주목하기 보다는 선민의식이 항상 중심에 있었습니다.

나는 저 가련한 여인보다 나을 것이 없고, 율법에 의하면 오랫동안 하나님을 기만하는 더 악한 죄를 지었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양심의 가책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떨리는 마음이 주체가 안되어 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어르신들이 돌을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자 청년들도 돌을 버리고 자리를 떴습니다.

여인과 예수만 남았고 나는 뒤에서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두려워 떨고 있는 여인에게 너를 정죄하던 자들이 어디있냐 묻고 그녀가 없다고 말하자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고 용서할테니 가서 다시는 죄에 빠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용서!"
용서라는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은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숨죽이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를 예수는 자비로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습니다.

그분은 양심을 애써 무시하며 굳어있는 상태로 내면의 은밀한 죄악을 즐기던 나를 일깨워 죄의 문제를 직면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온통 극심한 죄책감에 휩싸였는데, 이러한 죄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비의 음성이 나를 이끌었습니다.

그 음성은 내게도 적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를 더 주목했습니다.

예수께서 또 일러 가라사대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이 말씀을 듣고 나는 그를 더욱 알고싶은 욕구가 생겼고
그분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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