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고난은 이 때를 위함입니다.
6살 때 길을 건너다가 덤프 트럭과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왼쪽 무릎 아래가 완전히 박살이 났었죠. 살은 다 떨어져 나갔고, 왼쪽을 지탱하는 3개의 뼈 중에 2개가 부러지고, 1개는 금이 갔습니다. 어떻게 병원에 실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정신이 들어보니 병원 응급실에서 엄마의 울음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수술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가 벌써 40년이 넘었습니다. 7시간 30분의 긴 수술...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2번의 7시간 짜리 수술..의사 선생님은 왼쪽 발목 윗부분을 절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의사 선생님을 붙들고, 그렇게 그렇게 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부르짖어 울면서 차라리 내 다리를 가지고 가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 때 엄마의 나이는 30대 중반...
그런데 하나님은 저를 붙잡아 주셨습니다. 절단해야 한다고 하는 다리는 절단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7개월에 걸친 긴 병원 생활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할 때, 함께 병상에 있었던 환우들이 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간호사들도 어린 나이에 긴 병실 생활을 잘 견뎌 주었다고 해주었습니다. 엄마는 또 울었습니다. 무사히 치료 받을 수 있었고, 절단해야 한다고 하는 다리는 잘 붙어 있었고, 절지도 않았고, 정상적으로 걸어서 퇴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저와 7개월이 넘는 시간을 한 병실, 한 침대에서 그렇게 같이 지냈습니다. 환자는 의사 선생님이 고쳐주시는 것이고, 불편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해 주겠지만, 간호를 하는 보호자는 누가 위로해 주고, 누가 힘들었던 그 마음을 만져줄까요?
병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병원 생활을 꽤 많이 했는데, 보호자의 고통이 참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병실에는 보호자를 위한 침대도 부실하고,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제 조영신 목사님 부부와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대해주시는 사모님을 보면 그 분이 진짜 환자인지 의아해 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너무 밝고, 건강해 보이고, 식사도 잘하시고, 잘 웃으시고, 말씀도 잘하시는 모습 속에서 이제 몸 안에 있는 2.1센티미터짜리 암만 사라지며 되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 목사님은 좀 지쳐 보이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이번 주에 서울에 올라가셔서 1박 2일 치료를 하고 내려오시는데, 잠잘 곳도 불편하고...참..ㅠㅠ
그래서 어제 말을 했습니다. 사모님은 다 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조 목사님이 많이 힘드실 것 같다고 했지요. 이건 완전히 저의 병원 생활에서 축척된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병이 있으신 분들을 보면 그냥 보이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그 말에 조 목사님이 많은 위로를 받으신 것처럼 보입니다. 부모 병수발에 3년 효자가 없다고 하는데,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다음 달 두 번 더 치료를 받고 CT를 찍는다고 하는데, 이번에 암이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로해 주고,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은 너무나 귀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의 병원 생활은 결국 병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라고 하는 하나님의 훈련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섭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런 하나님의 깊음에 다시금 유한한 저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고난과 어려움...장차 훗날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라고 하는 하나님의 깊은 뜻일 것입니다. 나에게 찾아오는 고난은 결국 훗날 이 때와 이 사람을 위함일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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