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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 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총신대학교 사회교육원 <독서지도사 과정> 책임교수
    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2018년, 엘라 골짜기의 재현

이성호 | 2018.09.08 16:56

1.

구한말 선비, 매천 황현 선생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일제 합병의 비통함을 견디다 못해 자결한 진정한 보수의 표본으로 추앙받는 분입니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남긴 절명시가 유명합니다. 그 시의 일부입니다.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만 국가에서 500년이나 선비를 길러왔는데, 나라가 망할 때에 국난을 당하여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찌 원통치 않은가? 나는 위로는 황천(皇天)이 상도(常道)를 굳게 지키는 아름다움을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는 평소에 읽은 학문을 저버리지 않고 통쾌하게 죽는다.”

 

해방 후 1962년 국가보훈처는 고인의 충절을 기리어,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습니다. 이 매천선생과는 반대로 일제에 나라를 팔아넘긴 대표적 인물, 이완용이 있습니다. 같은 지식인이었으나 그는 자신의 사익을 쫓아 국가와 민족을 송두리 채 적군의 손에 쥐어준 대가로 자손 대대로 호위호식 한 파렴치한입니다.

 

그런데 매천 황현 선생이 남긴 유명한 매천야록. 여기에 이완용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완용은 자기 아들의 부인, 곧 며느리를 아들로부터 빼앗아 자신의 욕정을 채웠습니다. 이 사실을 안 아들이 정신병으로 사망하자 이완용은 은밀하게 이 며느리를 자신의 첩으로 삼습니다.

 

후손들에게 기록과 귀감을 남겨주기 위해 쓰여진 매천야록, 그리고 황현 선생과 대조되는 구한말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가 죽기 직전에 쓴 시라 하여, 절명시라 부르는 마지막 구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구슬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얽히는구나.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글을 아는 것이란, 모르는 바 못한 인생을 사는 이들로 채워지는 시류에 대한 한탄입니다. 사람 노릇하며 사는 것, 실로 만만치 않는 어려운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로 눈을 돌려보면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많으나 사람 구실하는 성도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 다니는 악인은 있어도 예수 믿는 악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2.

대한민국 교회에는 골리앗이 매우 많습니다. 골리앗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더 많습니다. 보기에도 좋고, 먹음직스럽고 탐스럽습니다. 하나님을 모욕하고 우롱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믿음을 지키고 신앙대로 살아가는 이들을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에는, 우리 가운데 다윗이 없기 때문입니다.

 

20188, 골리앗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스라엘을 조롱하던 그 골리앗이 이 나라 방방곡곡의 교회들을 향해 포효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두고,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재판국은 불법이 아니다고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사실상 면제부를 쥐어 준 셈입니다. 교회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런 판결에 따른 반응도 반응이지만, 개신교 교인들 특별히 해당 교회 교인들의 묵인과 무력감에 대한 개탄입니다.

 

부흥과 성공의 아이콘명성교회는 이 골리앗을 닮았습니다골리앗은 죽기 바로 직전까지는 세상을 호령하고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골리앗이 위대하게 보이는 겁니다하나님 없는 골리앗설령 하나님을 안다 해도 따르지는 않는 사람들입니다.


골리앗은 다윗을 가소로워했지만 한 방에 고꾸라집니다. 거인은 맥없이 쓰러집니다. 거대한 무적의 용사로 일컬어지던 골리앗은 생명이 없는 몸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어린 꼬마가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것을 두고 기적이라 여기지만, 성경은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조롱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윗과 같은 어린아이가 어림없는 결투를 청한 것을 기적이라 합니다.

 

3.

삼상 1741절입니다.. 기세가 오른 골리앗이 점점 다가옵니다. “블레셋 사람이 방패 든 사람을 앞세우고 다윗에게로 점점 가까이 나아가니라입에는 조롱하는 소리로, 손에는 거대한 창으로, 몸에는 두꺼운 갑옷을 둘렀습니다.

 

이때 골리앗이 아닌 다윗에 주목해야겠습니다. “블레셋 사람이 일어나, 다윗에게로 마주 가까이 올 때에,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향하여 빨리 달리며”(48) - 블레셋 사람을 향하여 빨리 달리며!

 

많은 이들이 이 대목을 지나칩니다. 오직 물매돌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싸움은 이때 끝났습니다. 바로 앞 절(45-47)입니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넘기시리니 내가 너를 쳐서 목을 베고 블레셋 군대의 시체를 오늘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겠고,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

 

복음의 진리는 누구라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몰매돌에만 눈이 간다면, 하나님의 영광이 칼과 창과 단창에 있지 아니함을 지나칩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높은 탑과 너른 광장으로 둘러싸인 어마 무시한 교회에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하나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으스대는 골리앗에 눌리는 겁니다.

 

한국교회는 강도 만난 이웃이 되었습니다. 누가 그의 이웃일까요? 누가 골리앗을 대적할까요. 누가 하나님을 조롱하고 교회를 강도의 소굴로 만들고, 교인들을 자기 하수인으로 만드는 저 골리앗과 맞설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다윗입니까 골리앗입니까.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돈과 숫자에 있지 아니함을 우리에게 알게 하실 줄 믿습니다. 투구와 갑옷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 여러분이 다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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