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낯설게 표현하기(Remarkable is good)

신성욱 | 2021.06.06 01:33

지금은 시집갈 때가 다 된 조카가 있다. 어릴 때 나만 보면 하도 심하게 울어서 민망할 때가 참 많았다. 어린아이들이 어떨 때 우는 걸까? 낯설 때 운다. 아이에겐 낯선 사람보단 낯익은 엄마나 아빠가 최고다.

하지만 설교를 듣는 청중들에게 있어선 정반대다. 그들에겐 무엇이든 낯설어야 환영을 받는다. 때문에 설교자는 원고를 작성할 때 이 낯설게 하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유명한 구약학자이자 설교자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그의 책 마침내 시인이 온다에서 이 낯설게를 이야기 한다. 그는 설교는 낯설게 하기라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내용 낯설게 하기표현 낯설게 하기가 있다. 이는 설교자가 원고를 작성할 때 다 아는 식으로나 구태의연하게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남들이 다하는 평범한 방식으로 말고 유별나고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제자 전도사들과 목사들이 <설교시연><설교클리닉>이란 과목의 과제로 올리는 7~8편의 설교문과 설교 영상을 분석비평 하느라 여러모로 힘이 든다. 그런데 가끔씩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고 탁월한 내용의 설교문이 등장해서 나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원고를 읽다보면 표현력과 문장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기가 막힌 표현력에 충격 받을 정도로 빼어난 문장으로 가득 찬 원고를 보노라면 ~’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이번 주에 지정된 설교본문은 창세기 38장이다. 며느리 다말이 변장하고 시아버지 유다와 관계를 해서 임신을 하게 된 낯 뜨거운 내용이 들어 있는 매우 어려운 본문이다. 이 본문으로 설교한 학생 중 한 명의 원고가 아주 특출나기에 그 중 일부를 소개해본다.

 

~~~~~~~~~~~~~~~~~~~~~~~~~

해야 할 일’(real need)을 택한 다말의 결단은 하고 싶은 대로’(felt-need) 살아 온 유다를 크게 흔들어 놓습니다.

24절 말씀입니다. “석 달쯤 후에 어떤 사람이 유다에게 일러 말하되 네 며느리 다말이 행음하였고 그 행음함으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느니라.”

이 말을 듣자마자 유다는 즉각 다말을 심판합니다. “당장 그를 끌어내어 불사르라!”

 

유다는 다말을 불에 태워버림으로써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말과 동침한 그 남자, 아니 그 놈도 불태워 버리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분노로 펄펄 끓는 유다 앞에 다말이 보낸 세 가지 물건이 도착합니다.

 

25절 말씀입니다. “여인이 끌려 나갈 때에 사람을 보내어 시아버지에게 이르되 이 물건 임자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나이다 청하건대 보소서 이 도장과 그 끈과 지팡이가 누구의 것이니이까 한지라.”

그 순간, 유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유다는 숨이 턱 멎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도장이 유다에게 이렇게 고발하지 않았을까요?

 

다말을 임신케 한 남자. 그 놈이 바로 너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죽음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십니까? 물론 착하게 살아오신 성도님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죄를 지어 본 경험이 조금 풍부한 사람은 이런 부분에서 찌릿 찌릿 합니다. 그 찔림을 살려서 이 부분을 다르게 한 번 표현해보면 이렇습니다.

나는 네가 석 달 전에 창녀와 동침한 일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양심을 찌르는 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나는 네가 오난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살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엘을 하나님의 자녀로 양육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부모와 형제를 버린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네가 30년 전에 동생 요셉을 은 이십에 팔아버린 일에 동참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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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해보면, 여러 가지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공포 영화제목’(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활용, ‘청중을 집중케 하는 시각과 감각효과활용, ‘청중을 설교 속에 끌어들이는 질문활용,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의인화활용, ‘설교자 자신의 허물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자기동일시(Identification) 기법활용, ‘직접화법활용, ‘놀라운 상상력활용, ‘특별한 표현력활용, ‘점층법활용 등이 좋다.

 

설교문 중 그가 사용한 이 내용이 보이는가? “이 부분을 다르게 한 번 표현해보면 이렇습니다.”

다르게 표현해보기’, 달리 말하면 낯설게 표현해보기이다. 그렇다. 낯설어야 먹힌다. 당연한 얘기나 다 아는 뻔한 내용으로는 안 된다. 남다른 표현, 감칠맛 나는 말, 아주 유별난 문장만이 어필된다.

 

세스 고딘(Seth Goddin)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에 나오는 핵심 내용이 생각난다.

“‘Don’t be boring’(지루하지 말라). ‘very good is bad’(아주 좋은 걸로는 안 된다). ‘Remarkable is good’(특출해야 좋다)”

설교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끔씩 만나게 되는 제자들의 특별한 설교문이 나를 춤추게 한다.

모든 설교자들이여, 탁월한 설교문으로 청중들을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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