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하나님’이냐 ‘하나님의 선물’이냐?

신성욱 | 2022.03.16 23:42

2001년 발간되어 2007년에 212쇄가 발행될 정도로 초베스트셀러로 장기간 인기를 구가해온 야베스의 기도란 얇은 책이 있다. 그 책에 존이라는 사람이 천국에 가서 경험한 짧은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존은 자기를 안내하는 베드로를 따라 황금 길과 아름다운 저택, 그리고 천사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의 황홀함 속에서 이상하게 생긴 건물 하나를 보게 된다. 커다란 창고 같았는데, 창문은 하나도 없었고 문 하나가 달려 있을 뿐이었다.

 

궁금해진 존이 그 안을 보고 싶다고 하자 베드로는 안 보는 게 낫다고 꺼려했다. 궁금해진 존이 거듭 건물 안을 보여달라고 하자 마음이 약해진 베드로가 건물의 문을 열어주었다. 존이 목격한 건물 내부는 바닥에서 천정까지 선반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는데, 그 선반에는 빨간 리본이 묶여진 하얀 상자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상자 위에는 각기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서 존은 자신의 이름이 붙어 있는 상자도 발견하게 되어 상자의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어보았다. 내부에 있는 물건을 확인한 존은 베드로가 왜 그 방 구경을 꺼려했는지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된다. 존이 열어본 상자 안에는 그가 세상에 살아 있을 동안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기 원하셨던 많은 복들이 들어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은 존이 땅에 있을 때 전혀 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달라고 구했더라면 다 받아 누릴 수가 있었던 축복의 선물들이, 구하지 않음으로 해서 받아야 할 주인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천국 건물 안에서 먼지가 쌓인 채 놓여있었단 얘기다.

저자는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함이요라는 약 4:2절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구하지 않으면 그분이 주려 하셨던 것들도 얻지 못하고 잃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한다(Bruce H. Wilkinson, The Prayer of Jabez, 마영례 옮김, 야베스의 기도(서울: 디모데, 2001), 38-40).

이 책이 출간됐을 당시인 2001년은 내가 L.A에서 담임 목회를 하고 있던 때였다.

 

교인들 가운데 이 책을 읽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야베스의 기도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읽혔던 책이다.

나 역시 그 책을 읽으면서 어째서 많은 성도들이 그것을 즐겨 읽는 것인지 이유를 알게 됐다. 물론 여러 내용에서 성도들에게 유익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위에 소개한 존의 이야기는 성경적으로 문제가 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우리가 하나님께 구하지 않아서 받지 못하는 것들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기도를 통해 부단히 하나님께 간구함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하나님께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순 없다. 4:3절이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구해야 할 것임에도 하나님께 구하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

 

하지만 자기 욕심으로 잘못 구해서 얻지 못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구하는 일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합당한 것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록 우리가 구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하나님은 주실 수 있고 또 주실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의 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이 원하고 요구하는 것만 주질 않는다. 자식이 달라하지 않은 것도 필요하다면 부모는 알아서 준다. 참 부모라면 그래야 정상이다. 우리 하나님도 마찬가지시다.

요셉이 감옥에서 내보내달라는 기도를 하나님께 했을 가능성은 많다. 하지만 애굽의 총리가 되게 해달라는 구체적인 기도를 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를 애굽의 총리로 세우셨다. 요셉의 소원과 관계없이 하나님의 뜻과 필요에 따라서 하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께 날마다 부단히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합한 기도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분의 뜻대로 기도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예 기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지라도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함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은 잘못된 기도라 하더라도 그 내용을 바꾸기까지 하면서라도 유익한 것으로 채워주시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그분은 우리가 기도하지 않는 것까지도 필요할 땐 임의로 주시는 분 아니시던가.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내용으로 기도하고 엎드리는 자녀들에게는 얼마나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겠는가? 기도의 제일 되는 의미와 목적은 복을 받고 선물을 얻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을 찾아 대화하고 교제하는 데 있다.

하나님하나님의 선물’, 이 둘 중 어느 것을 더 원하는가? 말해 무엇 하랴. 하나님보다 그분의 선물과 은사에 더 큰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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