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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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 박사가 풀어낸 먹거리의 이모저모

송광택 | 2022.10.23 14:29

미식가를 위한 식물 사전, 스쥔 지음, 현대지성, 2022.

 

식물학 박사가 풀어낸 먹거리의 이모저모

 

이 책의 저자 스쥔은 식물학자이자 미식가다. 그는 풍부한 식물학 지식을 바탕으로 식탁에 올라오기 전까지 음식이 살아온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을 들려준다. 수많은 과학 논문과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 속에 채워 넣었다.

 

첫째, 이 책은 다양한 먹거리에 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쌀을 소개하면서 각자의 입맛에 맞는 쌀을 고르는 일에도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색깔 있는 쌀의 영양 가치가 더 높을까?”라고 묻고 이렇게 답한다. “이제는 흰쌀 말고도 초록색, 보라색, 오렌지색 등 갖가지 색의 쌀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유색미의 종류에 따라 영양분의 함량은 차이가 난다. 예컨대, 흑미가 함유하는 무기질인 인과 칼륨의 양은 일반 쌀의 두세 배다. 하지만 다른 식품과 비교하자면 유색미의 영양 성분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흑미의 건조중량를 측정했을 때 칼륨이 100그램당 256 밀리그램씩 들어 있었는데 건조하지 않은 감자의 생중량 중 칼륨 함량은 100그램당 342밀리그램이다.”

저자는 파, 마늘, 생강 가운데 생강을 유난히 좋아한다. 매년 햇생강이 시장에 나오면 연례행사라도 되는 듯이 생강을 한 자루씩 산다. “생강을 껍질째 물에 헹궈 얇게 썬 다음 미리 한입 크기로 썰어놓은 등심과 함께 뜨거운 기름에 볶으면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완성된다. 생강은 매운맛 속에 숨겨진 달콤함이 매력이다... 갈비찜, 닭볶음탕, 농어찜, 그리고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가 제철인 참게 요리가 모두 생강의 든든한 지원을 기다린다.”

생강의 매운맛은 입으로 들어가고, 마늘의 매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고, 고추의 매운맛은 눈으로 들어간다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가 세 가지 식물의 매운맛을 접했을 때 실제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생강의 매운맛은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오래 지속된다. 고추를 못 먹는 사람도 생강가루 정도는 별 반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저자는 고추와 마늘과 생강을 비교한다. “고추는 엄격한 스승의 가르침과 닮아서 안에서 밖, 위에서 아래에 이르기까지 머리와 온몸을 통틀어 모든 곳을 빠짐없이 화끈거리게 만든다. 마늘은 입속에 들어갈 때까지는 별 탈을 일으키지 않아도 음미하다 보면 뒷맛이 강해져 자꾸 곱씹게 되는 단짝 친구의 충고와 비슷하다. 생강은 가족의 꾸지람과 흡사하다. 입에 넣었을 때는 강한 자극을 받지만 일단 삼키고 나면 배 속이 따스해진다.”

 

둘째, 저자는 먹거리와 관련된 개인적인 추억을 책 속에 담고 있다. 바닐라를 소개하는 글에서 그는 처음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순간을 언급한다. “20여 년 전 아주 무더웠던 여름날이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아버지의 손을 잡고 새로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작은 도시에 첫 번째로 생긴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가게 안에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든 통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반원 모양의 스쿱이 통 안팎을 들락거리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옅은 아이스크림 향기가 밴 공기가 가게 안에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표를 건네자 종이컵에 두 스쿱 떠진 아이스크림이 손에 들어왔다. 마침내 작은 스틱으로 아이스크림을 듬뿍 퍼서 입안에 넣는 순간이 왔다. 감히 스틱 하드나 빙수는 사르르 녹아 목구멍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넘어가는 아이스크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5분 동안 줄을 서서 받은 아이스크림을 다 먹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달았는지는 잊어버렸지만 한참 동안 혀로 입가를 핥았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에 남아 있다. 먹고 난 뒤 입가에 남아 있던 옅은 아이스크림 향이 너무 좋았다.” 그 향은 바닐라 향이었다.

오늘날 아이스크림의 맛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원조 격인 우유 맛뿐 아니라 딸기 맛, 초콜릿 맛, 멜론 맛, 바닐라 맛이 있고 토란 맛도 출시되었다. 초콜릿이든 케이크든 어디에 쓰이든 바닐라는 여전히 조연급 출연진에 불과했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바닐라를 스타로 키워주었다. 바닐라는 세계인의 입속에서는 물론이고 마음속에서도 진정한 스타로 거듭났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소비자 가운데 초콜릿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약 8.9퍼센트인 반면에, 바닐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려 29퍼센트라고 한다. “바닐라는 아이스크림 시장의 독보적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하면 바닐라 맛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셋째. 저자는 먹거리에 관해 유익한 팁을 곳곳에서 제공한다. “상처가 생긴 사과도 좋은 사과라고 말하면서 일반적으로 과일이 썩는 세 가지 원인을 언급한다. “첫째, 이리저리 부딪히며 물리적 손상을 입는다. 둘째, 저온 상태에서 동상에 걸린다. 셋째, 미생물이 침입해 곰팡이성 부패가 생긴다. 세 가지 손상 중에서 물리적 손상이 가장 흔하다.” 저자에 따르면, 살충제를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사용하더라도 사과 껍질에 잔류하는 농약의 양은 과육에 들어 있는 양의 20퍼센트를 웃돈다.

과일을 씻을 때 소금을 넣으면 도움이 될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일단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무 소용도 없다. 소금기를 함유한 물이 남아 있는 농약의 용해를 촉진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과일을 세척할 때 화학물질은 주로 기계적 운동을 통해 제거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돗물에서 30초 이상 문지르며 세척하고 헹궈주는 것이다.”

저자는 감자를 하늘이 내린 귀한 양식이라고 부른다. “중간 크기의 감자 하나는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영양분의 4분의 1을 제공한다. 심지어 비타민C, 비타민B, 무기질에 더해 식이 섬유까지 갖추고 있다. 감자에 비타민A와 칼슘이 부족하지만 않았더라면 감자는 완전식품이 될 수 있었다. 으깬 삶은 감자에 비타민A와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부은 감자 요리를 식품 영양 성분의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감자는 높은 수확량과 영양분을 무기로 옥수수, , 밀을 잇는 네 번째 주식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 식물도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는다.

전설에 따르면 녹두는 ‘100가지 독을 풀어주는 명약이다. 녹두가 유행의 한가운데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해독 작용의 후광에 힘입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초강목에는 :녹두는 금석, 비상(비소), 독성 초목의 모든 독을 해독한다라고 쓰여 있다. 모두 검증된 사실이라면 녹두의 효능에 감탄을 금치 못할 텐데 실은 사실이 아니다. 녹두의 해독 능력을 맹신한다면 치료가 지연될 위험이 크다.

물론 녹두에게 해독 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 능력은 녹두의 단백질과 관련 있다. “소화관에 묻어 있는 중금속에 한해 수은, 납 등은 이 단백질과 침전물 형태로 결합해 체외로 배출된다. 그러나 중금속이 혈액에 섞이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능력 있는 녹두라도 손쓸 방도가 없다. 더구나 녹두탕에 녹아 있는 단백질은 지극히 소량일 뿐이고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도 녹두와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다. 독초의 신경 독소는 녹두로는 절대 해독할 수 없다. 녹두가 백 가지 독을 해독할 수 있다는 전설이 실생활 속에서 실현된다는 상상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자에 의하면 버섯은 맛있는 식이섬유 덩어리. 주목할 가치가 있는 버섯의 영양 성분은 무기질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아연 함량을 자랑하는 표고버섯은 생버섯 100그램당 0.66 밀리그램의 아연을 함유한다. 버섯은 무기질을 쉽게 보충할 수 있는 공급원이긴 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큰맘 먹고 지갑을 열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흔히 먹는 채소로도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무기질의 양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가장 먼저 사과를 먹었을까? 세계 각지의 과수원에서는 대략 2,000년 전부터 이 종을 재배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사과는 기원후 1000년에 이스라엘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단맛을 간절하게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과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과일이었다. 재배 사과는 모두 단맛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었고, 산업화 시대에 발맞춰 사과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단 하나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미국의 엉클 샘들은 먹음직스러운 새빨간 색을 휘감은 레드 딜리셔스 애플을 만들어냈다.” 사과는 전 세계를 통틀어 1,000여 가지가 넘는 품종을 거느리고 있어 여러 가지 생김새를 지닌다.

중국에서 대추의 재배 역사는 무려 7,000년이 넘는다. “문자로 기록된 시점을 따지면 대추를 재배한 후 적어도 3,0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고고학자들은 산둥, 광둥, 간쑤, 신장의 고분에서 대추씨와 말린 대추의 흔적을 연이어 발견했다. 대추 농사는 한나라 시대에도 보편적으로 성행했다. 대추는 풍부한 당분 때문에 일찍부터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

대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영양 성분은 바로 비타민이다. 대추 100그램당 비타민C 함량은 500밀리그램에 달한다. 하지만 대추를 건조할 경우 비타민C100그램당 12 밀리그램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비타민C를 보충하려고 말린 대추를 먹는 것은 헛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대추는 신경안정제라는 이름으로 약재상의 선반에 놓여 있었다. 오늘날 대추를 분석하고 실험한 결과 대추 속 특수한 알칼로이드가 실제로 진정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추는 날카로워진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면증을 치료한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저자는 식물학을 연구하며 희귀한 품종을 많이 접했고, 그가 맛본 수많은 야생 식물과 버섯 중에는 더는 볼 수 없는 종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그는 확실히 미식과 분류학 분야를 통틀어 일반인이 절대 넘볼 수 없는 경험을 소유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경험과 지식이 그의 손을 거쳐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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