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11개의 헌금 봉투
11개의 헌금 봉투
1. <높은 뜻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분립된 교회들 중 한 교회 목회자의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주일은 우리 교회에 헌금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공감을 넘어서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한국교회 헌금은 몇 종류일까?” 주일헌금은 물론, 감사헌금과 십일조 봉투는 따로 있겠고, 선교헌금, 여신도 남신도헌금, 장학헌금, 심방헌금, 생일헌금도 당연하겠고 각종 작정헌금과 건축헌금(?)까지... 헌금의 종류를 헤아리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다른 곳에 헌금하라고 할 게 아니라 그 헌금 숫자를 하나로 줄이면 어땠을까. 왜 안 되는 걸까요? 각기 다른 명목으로 걷지만 목적은 하나인데. 헌금 종류를 하나로 줄이면 교회가 망할까요? 그럼 망하라지요. 생각할수록 눈가림처럼 보여 차라리 불쾌했습니다.
2. 청빙을 받고 첫 예배를 드리던 작년, 부임 첫 달 교회정관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헌금봉투를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누구든지 어느 분이든지 주일헌금의 이유든지 십일조의 이유든지 감사든지 무엇이 되었던 우리 교회에서 봉헌하는 헌금봉투는 딱 하나입니다. 교회는 돈을 갈취하는 곳이 아닐뿐더러, 헌신을 명분으로 헌금을 늘려서 재정을 채우는 곳이 될 순 없었습니다. 저에 생각입니다.
무슨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와 같이 할인을 남발하는 영업하는 곳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을 때 작을 수록 더 정직한 교회를 세워갑시다. 다르게 보고 바르게 합시다.”고 설득하기 무섭게 온 교우들이 화답합니다. 이런 교회도 있다는 것이 자랑일 수는 없겠으나 한국교회의 천박성이 엇나가도 너무 나가버렸습니다.
3.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 여름의 초입 7월의 둘째 주, 예배시간이 중간을 넘어선 시각에 한 부부가 다급히 참석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이전 교회 건물로 갔다가 돌아오느라 늦었다며 오후 모임까지 참석하신 이 교사 부부가 수요일에도, 그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계속 참석할 동안, 저희는 한 번도 전화를 묻지도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교우들에게도 당부하고 속으로 기도만 할 뿐입니다.
3주째 되던 주일, 공동식사를 마치고 부인되시는 여 집사님이 나가시더니 한 참후에 돌아오셨습니다. “등록카드 있나요?” 그동안 간절하던 교우들이 저보다 더 기뻐합니다. 두 분이 등록을 마치시곤 자신들이 그동안 섬기던 교회와 오늘까지의 일들을 나눕니다. 저는 간략하게 감사를 대신한 환영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4. 그런데 땀이 채 마르지도 않은 손으로 핸드백에서 주점 주섬 봉투 11개를 내려놓습니다. “목사님 그 동안의 저희 가정 십일조입니다. 교회를 정하게 되면 봉헌하려고 통장에 모아둔 것을 찾았습니다. 헌금함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함께 앉아있던 교우들 한 분 한 분 눈이 젖어갑니다. 저도 목이 메는 걸 참았습니다. 그 부부도 참 어지간합니다. 봉투 11개, 십일조 11개월분.
지금도 헌금 봉투는 하나지만 앞으로도 끝까지 하나로 갈 것입니다. 헌금은 “하나님이 모든 것의 주인이시다”는 신앙고백인 줄 믿습니다. 고백은 강요되거나 경쟁이 될 때, 진의를 상실합니다. 그 고백은 고백이 아니라 공명심입니다. 교회가 그 짓을 부추겨서 되겠습니까? 저는 쪽팔려서 못하겠습니다.
결국 더위가 힘을 잃어 제법 바람에 가을 냄새가 묻어납니다. 모처럼 시원한 잠자리 이루시길.
댓글 0개
| 엮인글 0개
1,021개(36/52페이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321 | [고경태 칼럼] 가을~~ 가실~~ | 고경태 | 2016.09.22 20:18 |
320 | [고경태 칼럼] 연필회사 망한다고?…300만원 세트도 매진 [출처: 중앙일보] | 고경태 | 2016.09.21 09:31 |
319 | [고경태 칼럼] 연필회사 망한다고?…300만원 세트도 매진 | 고경태 | 2016.09.21 09:27 |
318 | [이성호 칼럼] 무하마드 알리와 최동원 | 이성호 | 2016.09.20 19:20 |
317 | [강도헌 칼럼] 존 오웬을 떠올리며! | 강도헌 | 2016.09.19 13:18 |
316 | [고경태 칼럼] 다산 정약용의 삼박자 독서법 - 링크 - | 고경태 | 2016.09.15 21:07 |
315 | [고경태 칼럼] 출판문화를 장려하라(공학섭 목사의 글을 가져옴) | 고경태 | 2016.09.15 01:33 |
314 | [강도헌 칼럼] 속도의 늪 | 강도헌 | 2016.09.12 16:21 |
313 | [이성호 칼럼] 추석이, 추석이 되는 세상 | 이성호 | 2016.09.09 23:13 |
312 | [문양호 칼럼] 동네서점에 가다 | 문양호 | 2016.09.05 21:46 |
311 | [강도헌 칼럼] 목마름 | 강도헌 | 2016.09.05 12:50 |
310 | [고경태 칼럼] 지식의 힘... 이효석의 메밀꽃필무렵... 봉평 메밀국수.. | 고경태 | 2016.09.01 14:45 |
309 | [강도헌 칼럼] 페인리스를 경계하라 | 강도헌 | 2016.08.30 11:34 |
308 | [문양호 칼럼] 삐-----------------(수정) | 문양호 | 2016.08.25 11:43 |
307 | [고경태 칼럼] 불여름, 처서도 무찌르고 계속하는 무더운 여름에서 | 고경태 | 2016.08.24 17:26 |
306 | [강도헌 칼럼] 강도헌 목사님의 칼럼 게시판입니다 | 관리자 | 2016.08.23 23:06 |
>> | [이성호 칼럼] 11개의 헌금 봉투 | 이성호 | 2016.08.22 20:35 |
304 | [고경태 칼럼] 체력은 국력이다? | 고경태 | 2016.08.22 15:17 |
303 | [조영민 칼럼] 주님은 어느 자리를 원하실까 ? | 조영민 | 2016.08.18 10:38 |
302 | [고경태 칼럼] 주님의 복음을 이야기하자. 세움선교회 1차 연합집회. 주님의 교회당. | 고경태 | 2016.08.17 22: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