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기부(Give)의 사명 자각

신성욱 | 2020.12.25 22:07

최근 빌 게이츠가 세계부호 1위에서 2위로 내려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을 게다. 아마존의 창시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더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들 할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그게 아니다. 빌 게이츠가 기부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데이빗 루벤스타인(David Rubenstein)이 빌 게이츠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1위를 십 수 년 동안 하다가 기부 때문에 2위로 추락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때 빌 게이츠가 뭐라 대답했는지 아는가? “내가 10위권 이하로 더 추락했어야 하는데,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양을 충분히 기부하지 않고 있어서 2위로 밖에 떨어지지 않고 있군요.”

빌 게이츠는 자신의 세계부호 순위가 떨어진 것을 부끄러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부 속도가 느림을 수치스러워 했다.

 

최근 미국 대선 상황이 아주 혼란스럽다. 그 와중에 빌 게이츠에 대한 숨겨진 음모설도 자주 대두되고 있다. 머잖아 그 전모의 실상이 밝혀지겠지만, 그가 기부의 왕이란 사실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부자가 천국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주님이 말씀하셨다. 그만큼 부자가 돈을 사랑한다는 말씀이리라.

 

그런데 부자도 부자 나름이다. 빌 게이츠는 윈도우즈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MS)CEO였으며, 40세의 나이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1위에 오른 사람이다. 워런 버핏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자본 투자가이며,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3위에 오른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은 기부왕 억만장자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롤모델이 있었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다.

 

그는 찰스 피니(Charles F. Feeney)라고 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유명한 부흥사(Charles Finney)가 연상이 되긴 하지만 철자가 조금 다른 동명이인인 사람이다. 대공황의 여파 속에 1930년대에 태어난 그는 6.25전쟁의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면세점인 ‘DFS’를 공동 창업한 뒤 40대에 이미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그 후 25년간 2900회에 달하는 기부를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로 자신의 기부를 밝히지 않고 숨기며 해왔다.

 

그는 검소하게 살면서도 남모르게 기부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피니는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으니 남는 것은 당연히 기부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남모르게 피니가 기부를 해 온 것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그의 어머니는 이웃을 돕기 위해 외출할 일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나와서 차를 태워주며 살았다고 한다.

부모가 어린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입증해주고 있다.

 

지금도 그는 14천 원짜리 시계를 차고 있으며, 휴대전화 요금을 많이 쓰고도 전화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딸에게 주변 공중전화 약도를 보내주는 아버지이다. 현재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 기부액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훨씬 많지만, 피니의 기부는 개인 자산의 99%를 남모르게 사회에 환원해 왔다는 점에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는 2020년 이전에 최대한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약속을 했고, 지금까지 82천억 원을 기부하였다. 찰스 피니는 기부왕 롤모델이기 전에 평범한 일반인처럼 말한다. “죽어서 기부하는 것보다 살아서 기부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고 말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자선원조재단이 발표한 기부 순위에서 201081, 201460위를 했다.

 

미국이 보수적인 데다 자본제일주의의 병폐를 안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사회가 돌아가는 건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기부문화 때문이다.

연예계 최고의 자산가로 이름난 우리나라 영화배우 신영균 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가 2010년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배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60~70년대에 많게는 1년에 30편씩 영화를 찍어 가며 모아 온 재산이다. 그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내가 나이 아흔을 넘었으니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그저 남은 거 다 베풀고 가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나중에 내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 주면 됩니다.”

 

정말 대단하다. 다 그가 가진 독실한 신앙 때문이다. 고후 8:1315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은 평안하게 하고 너희는 곤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요 균등하게 하려 함이니, 이제 너희의 넉넉한 것으로 그들의 부족한 것을 보충함은 후에 그들의 넉넉한 것으로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균등하게 하려 함이라. 기록된 것 같이 많이 거둔 자도 남지 아니하였고 적게 거둔 자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느니라.”

 

부자만 기부하는 건 아니다. 나보다 가난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내게 주신 것들 중 가난한 이웃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 주신 몫도 있음을 성경은 말씀한다.

이 추운 겨울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이 누군지 주위를 돌아보고 작은 물질이나마 도움의 손길을 베푸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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