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7.13)실린서평

일상의 영성으로 이 땅을 채울 때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 / 야곱이 뿌리내린, 만인제사장의 영성이야기  

▲R. 폴 스티븐스 지음 / 최동수 옮김 /  죠이선교회 / 317쪽 / 11,000원

이 책은 신학과 일상 생활의 영성을 신선하게 접목시켜온 시장 신학의 대가 폴 스티븐스의 역작이다. 고대 종교 세계에 머물러 있던 인간 야곱의 모습을 40년 각고의 세월을 거쳐, 현대 그리스도인의 영성으로 부활시킨 작품 중의 작품이다. 저자의 말처럼 '잘 다듬어진 성인(聖人)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닿은 진짜 죄인' 야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실제로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야곱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속셈을 가지고 상황을 조정하고 남을 속이고 공격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님께 복을 받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야곱에 대해 '하나님을 향한 야곱의 마음은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지나치고, 열의에 넘치고, 때로는 적당한 수준을 넘어서 낭비처럼 보인다'고 했다. 하나님은 그러한 야곱을 밉게 보셨을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하나님도 야곱 못지 않게 '방탕할 정도로 아낌없이' 야곱을 향해 사랑을 쏟아부으신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야곱에게서 '성소에 있기 위한 영성이라기보다는 길을 걸어가기 위한 영성'을 심으실 계획을 가지신다.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는 영성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저자의 말처럼 '천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처럼 완전하게 인간으로 사는' 진정한 영성을 야곱 속에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 야곱은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영성을 형성하고 단련하게 된다. 야곱의 영성은 신학대학이나, 성직 수행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야곱의 영성은 그야말로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 음식, 수면, 꿈, 노동, 연애, 결혼, 출산, 가족 부양, 죽음과 같은 삶의 기본 요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야곱의 이야기는 사역이 단지 예배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성전뿐만 아니라 집에서, 여행 중에, 일터에서, 그리고 믿지 않는 세상에서 사역을 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사역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삶 전체에서, 모든 사람이 하는 사역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생활, 즉 식사, 일, 관계, 우정 등을 예수님의 삶과 비교해보자. 우리는 비록 하나님의 형상을 띠고 있으나 뒤틀리고 일그러진 상태다. 우리는 아직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간다면, 그리스도의 영이 충만하게 넘쳐난다면, 그리고 하나님과의 신비로운 영적 친교 속에서 산다면, 그리하여 이 땅에 뿌리내린 영성이 이 땅을 채운다면, 우리는 온전한 인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은 영성으로 성숙해진다면, 저자의 말처럼 '이 세상은 천국으로 가득 차 있고, 천국은 이 세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하나도 세속적인 것(또는 직업)이 없으며, 특별히 거룩한 것(또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우리의 사는 모든 날 동안 우리의 모든 삶 가운데 무한하고 인격적이신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섬길 사역의 진정한 자원이 된다. 이러할 때, 진정 그리스도께서 모든 믿는 자를 위해 열어 놓으신 만인제사장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특별히 자신이 하나님을 간절히 열망했던 야곱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겐 더욱 필요한 책이다. 야곱이 가진 영성, 곧 이 땅에 뿌리내린 영성을 지닐 때, 우리는 종교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며 온전한 인간이 된다. 이제 이러한 열망을 가지고 야곱의 생활 영성 이야기를 탐구해보자.  

이종수 / 열린문선교후원회 편집부장,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겸 부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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