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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일의 세상읽기]글 쓰는 자의 송년

이종수 | 2010.01.04 12:18
[송상일의 세상읽기]글 쓰는 자의 송년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도로에 '숲 터널' 구간이 있다. 연도(年度)는 안 밝히겠다. 제주도가 그 '숲 터널'을 없애고 도로를 넓히려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교통량으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넓히려는 이유는, 숲이 하늘을 가려 도로가 어둡다는 것이었다.

제주도의 그런 계획을 주저앉힌 것은 신문이었다. 그때 신문이 미래를 보는 눈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숲 그늘 없는 탄탄대로 5·16도로를 지나다니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눈앞에 그려봄으로써 오늘 '방향 있는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아니다. 유한한 인간에게 미래는 감춰진 시간이다. 인간은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엿볼 수가 없다. 인간에게 미래는 꼭 알아야 하는데, 알 수가 없는 역설적인 무엇이다. 그리고 기자는 이 역설의 첨단(尖端)을 사는 직업이다. 필자가 기자를 '아찔한 직업'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기자는 시대가 가는 방향을 앞질러 그리며 기사를 써야 한다. 그러나 기자도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 역시 미래를 보는 눈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알지도 못하는 내일을 가늠하며 오늘 결단을 내려 써야 하는 것이 기자라는 직업이다. 그 점에서 기자는 보이지 않는 과녁을 겨냥해 쏘는 궁수(弓手)와 같다. 혹은 눈을 가리고 쏘는 궁수이거나.

나중에 보면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꽂혀 있는 수가 종종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는 것뿐이다. 그러고도 나중에 보니 틀려 있다면 그때는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을 감수(甘受)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아찔한 직업'인 것이다

모든 주장은 구실과 이유가 있다. 숲길을 없애 탄탄대로를 만들자는 주장 역시 적어도 당시로는 그 나름의 이유를 구비(具備)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유 있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오늘의 시점에서 축복인 것이 내일은 재앙이 돼 우리와 우리 후손의 머리 위에 떨어질 수도 있다.

언젠가 후배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송년의 문턱을 넘으며 필자 스스로 글 써 온 세월이 문득 두려워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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