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모든 종교에서 출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소명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의 출가와 성경의 출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불교의 출가가 세상의 모든 명예와 소유와 욕심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는 것이라면, 성경에서 출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 소유를 지닌체 떠난다. 어디 그뿐인가? 석가모니는 왕자의 지위와 처자를 모두 버리고, 속칭 속세의 인연을 모두 끊고 집을 나섰지만, 아브라함은 자신의 모든 소유뿐 아니라 아내와 조카까지 데리고 집을 떠난다. 불교의 출가가 속(俗)을 보리고 성(聖)을 취하는 것이라면, 성경에 나타난 기독교적 출가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삶이 방식과 처처를 옮길 수는 있어도 성(聖), 속(俗)의 구분이 있을 수는 없다.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는 가족과 소유를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불교적 출가의 개념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소유를 인정하되 그것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도록 생명 가치 앞에서 소유를 상대화 하라는 것이다.

(떡의 전쟁 / 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