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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하나님 사명에 불타던 선한 청지기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김은식/봄나무
시댁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게는 부산이 제2의 고향이다.
책을 읽으며 장기려 선생님의 의술과 사랑이 부산의 구석구석을 조망하는 동안 나도 함께 그 행렬에 발자국을 따라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전쟁으로 쫓겨 온 피난 인파들을 맞이한 인산인해의 부산의 아침과, 영도의 복음병원, 청십자병원. 그곳에서 가족과 생이별에 가슴을 찢던 사람들, 전쟁 피해로 생사를 오가던 가난하고 처절했던 환자들, 그리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치료했던 장기려의 지친 육신과 불타는 열정. 이 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런 사람이 존재했었는지도 몰랐었다. 부끄러웠다.
나는 그를 하나님의 사명에 불타던 선한 청지기라 부르고 싶다. 책제목처럼 감히 인간이 인간에게 ‘성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낯선감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장기려 그분께만은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흡족한 마음이 드는 까닭은 그가 단 한번도 주님 주신 사명에 대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준을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알고, 그 생명 앞에서 신분과 빈부와 귀천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오직 생명에만 전념했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41개 의과대학에서 3000여명의 의사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더 전문화되어가는 의학 분야에서 개인병원과 이름 없는 작은 의원들이 간판을 내리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성공을 보장하는 최고의 안정된 직업에 선 그들. 히포크라테스 앞에서 선서하던 그 맹세 앞에서 생명에 대한 마음 그들은 과연 얼마나 진실했을까. 그리고 또 우리는 어떨까. 하나님 앞에서 주신 영생 앞에서, 하루하루 삶의 자리에서 얼마나 진실했을까. 고개가 숙여지는 시간들이었다.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한 세상의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고 그런 예수를 사랑한 장기려. 죽기까지 충성하고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한번도 원해보지도 않은 사람. 가족과의 만남 또한 개인의 욕망을 따르지 않을 만큼 피 눈물 나게 인내하며 견대 냈을 그의 외로운 시간 앞에서 나는 너무나도 존엄하고 아름다운 인간애를 만났다. 가지고 싶은 것에 노예가 되어 사는 나에게, 늘 욕망 앞에서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유약한 나에게, 개인의 소망과 하나님의 사명 사이에서 늘 헤매며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만 하는 나에게 그분은 한 사람이 주님의 사명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볼 때는 바보 같고, 죽도록 고생하고, 자기 몫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권위도 명예도 아무것도 획득하지 못한 사람, 가족을 슬픔과 원망의 삶을 살도록 한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늘나라에서 큰 자요, 주님이 말씀하신 ‘그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한’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였다. 사명을 다했으므로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자기 앞가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은 얼마나 바쁜가. 주님 앞에 받은 사명 앞에서, 나는 세상에 속한 나의 분깃을 놓고 얼마나 고민하고 갈등하고 힘들어했는지 지난 날 나의 고민과 이기심에 찬 눈물의 기도들이 부끄러웠다. 나는 오늘 하나님이 내게 부탁하신 선한 일을 다시 한번 묵상하려 한다. 앞으로 나의 사명을 찾는 기도 앞에 장기려 그분이 가졌던 그 마음을 나도 품게 해달라고 기도하려 한다. 그리고 세상의 가치관 앞에서 환히 웃으며 자기의 길을 걸어간 하나님의 사람 장기려 선생을 어려운 시절 우리에게 주심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글 남영희
저자 글 김은식 - 1973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월간 〈우리교육〉에 발로 뛰며 취재해 쓴 ‘예인산책(藝人散策)’을 연재하는 등 여러 잡지에 글을 써 왔다. ‘초암논술아카데미’, ‘풀로 엮은 집’,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논술을 강의하고 있다. 2003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을 모아 <맛있는 추억>을 펴냈다. 2006년 봄부터 CBS 라디오 ‘파워스포츠’에서 80~90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스타들을 재조명하는 ‘야구의 추억’을 방송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와 인터넷 포털에 같은 제목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림 이윤엽 -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노동 미술가로서 개인전을 네 번 열었다.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일하는 사람이 좋아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판화에 담고 있다.
시댁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게는 부산이 제2의 고향이다.
책을 읽으며 장기려 선생님의 의술과 사랑이 부산의 구석구석을 조망하는 동안 나도 함께 그 행렬에 발자국을 따라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전쟁으로 쫓겨 온 피난 인파들을 맞이한 인산인해의 부산의 아침과, 영도의 복음병원, 청십자병원. 그곳에서 가족과 생이별에 가슴을 찢던 사람들, 전쟁 피해로 생사를 오가던 가난하고 처절했던 환자들, 그리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치료했던 장기려의 지친 육신과 불타는 열정. 이 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런 사람이 존재했었는지도 몰랐었다. 부끄러웠다.
나는 그를 하나님의 사명에 불타던 선한 청지기라 부르고 싶다. 책제목처럼 감히 인간이 인간에게 ‘성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낯선감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장기려 그분께만은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흡족한 마음이 드는 까닭은 그가 단 한번도 주님 주신 사명에 대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준을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알고, 그 생명 앞에서 신분과 빈부와 귀천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오직 생명에만 전념했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41개 의과대학에서 3000여명의 의사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더 전문화되어가는 의학 분야에서 개인병원과 이름 없는 작은 의원들이 간판을 내리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성공을 보장하는 최고의 안정된 직업에 선 그들. 히포크라테스 앞에서 선서하던 그 맹세 앞에서 생명에 대한 마음 그들은 과연 얼마나 진실했을까. 그리고 또 우리는 어떨까. 하나님 앞에서 주신 영생 앞에서, 하루하루 삶의 자리에서 얼마나 진실했을까. 고개가 숙여지는 시간들이었다.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한 세상의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고 그런 예수를 사랑한 장기려. 죽기까지 충성하고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한번도 원해보지도 않은 사람. 가족과의 만남 또한 개인의 욕망을 따르지 않을 만큼 피 눈물 나게 인내하며 견대 냈을 그의 외로운 시간 앞에서 나는 너무나도 존엄하고 아름다운 인간애를 만났다. 가지고 싶은 것에 노예가 되어 사는 나에게, 늘 욕망 앞에서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유약한 나에게, 개인의 소망과 하나님의 사명 사이에서 늘 헤매며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만 하는 나에게 그분은 한 사람이 주님의 사명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볼 때는 바보 같고, 죽도록 고생하고, 자기 몫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권위도 명예도 아무것도 획득하지 못한 사람, 가족을 슬픔과 원망의 삶을 살도록 한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늘나라에서 큰 자요, 주님이 말씀하신 ‘그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한’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였다. 사명을 다했으므로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자기 앞가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은 얼마나 바쁜가. 주님 앞에 받은 사명 앞에서, 나는 세상에 속한 나의 분깃을 놓고 얼마나 고민하고 갈등하고 힘들어했는지 지난 날 나의 고민과 이기심에 찬 눈물의 기도들이 부끄러웠다. 나는 오늘 하나님이 내게 부탁하신 선한 일을 다시 한번 묵상하려 한다. 앞으로 나의 사명을 찾는 기도 앞에 장기려 그분이 가졌던 그 마음을 나도 품게 해달라고 기도하려 한다. 그리고 세상의 가치관 앞에서 환히 웃으며 자기의 길을 걸어간 하나님의 사람 장기려 선생을 어려운 시절 우리에게 주심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글 남영희
저자 글 김은식 - 1973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월간 〈우리교육〉에 발로 뛰며 취재해 쓴 ‘예인산책(藝人散策)’을 연재하는 등 여러 잡지에 글을 써 왔다. ‘초암논술아카데미’, ‘풀로 엮은 집’,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논술을 강의하고 있다. 2003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을 모아 <맛있는 추억>을 펴냈다. 2006년 봄부터 CBS 라디오 ‘파워스포츠’에서 80~90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스타들을 재조명하는 ‘야구의 추억’을 방송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와 인터넷 포털에 같은 제목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림 이윤엽 -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노동 미술가로서 개인전을 네 번 열었다.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일하는 사람이 좋아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판화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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