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이가 꿈꾸는 아름다운 보석
아이가 꿈꾸는 아름다운 보석
《꿈꾸는 유리병 초초》는 표제작 〈꿈꾸는 유리병 초초〉와 더불어 〈바다에 온 칫솔 치치〉, 〈아기 가문비나무 무무〉가 한 쌍을 이룬 동화다. 작가는 김이삭 시인으로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중견작가다. 현재 울산 모 교회에서 고등부를 섬기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특유의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아마도 이 동화가 그와 같은 그의 특질이 잘 반영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강요하거나 강력히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동화라는 점에서 이후 작가가 내는 일련의 작품 경향을 두고 특별히 ‘김이삭표’라는 딱지를 붙여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동화를 써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적어도 동화라고 하면 읽는 이인 어린이들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 써야 제격이라는 데 이의를 달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가 현재 고등부를 섬기고 있는 상황이 도움이 됐을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표현하면 청소년을 포함해 자신보다 나이 어린 이들을 잘 보듬는 그의 심성이 크게 한몫했으리라고 봄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꿈꾸는 유리병 초초〉는 깨진 병처럼 모난 것이 다듬어져 아름다운 구슬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까칠한 남녀가 매력적으로 소비되는 시대라고 해도 인간 근원에서 밀려올라오는 이해심 많고 부드러운 남녀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양보하고 나눠주는 것이 미덕인 과거 세대를 추억하기엔 어쩌면 우리 세상이 너무 멀리 간 것이 아닐까’ 하고 한탄하기에 아직 이르다, 우리 세계엔 그래도 이와 같이 심성을 깨우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적지만 힘 있게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려하고 격려하는 품성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들이다. 비록 초초가 처음 그것들을 잊고 겹겹이 장막을 치고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계속 그와 같이 스스로를 옥죄었다면 예쁜 구슬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단련 후에야 정금이 나오는 이치를 새삼 일깨운 이 책에서 우린 배려와 격려가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님을 발견한다.
아이들이 영악해지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마저 그렇게 되는 걸 방조하는 데서 비켜서보자. 아마도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이 작품을 헌사하기 전에 이 작품을 함께 읽을 어른들을 함께 겨냥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좋은 작품을 읽어주면서도 해석은 세상과 동일하게 하는 우리 부모세대에게 이 책이 경종을 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건강하고 밝게 자라야 한다. 이 동화처럼만 아이들이 자라준다면, 아이들이 그와 같이 자라도록 오른들이 격려하고 배려해 준다면 우리 세상엔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이 꽃처럼 만개할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는 데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의 시작과 끝을 이 동화가 묵직하게 전해주고 있어 반갑다. 하나님은 동화를 통해서도 일하신다. 우리가 제대로 반응하기만 하면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당신의 일을 참 멋지게 이루실 분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가 그와 같이 꿈꾸는 초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함께 실린 〈바다에 온 칫솔 치치〉와 〈아기 가문비나무 무무〉의 뒷이야기는 생략한다. 그렇다고 이 두 작품이 〈꿈꾸는 유리병 초초〉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작품 모두 우리 부모세대가 잃고 있는 품성을 곧추세우게 하는 데 탁월하다. 물론 아이들이 하나님을 아는 선한 품성의 사람으로 자라는 데 더없이 좋은 작품들이다. 턱을 괴고 엎드린 아이 옆에서 부모가 잔잔히 읽어주면 좋겠다. 모르긴 해도 아마 아이 얼굴에 전에 보지 못한 함박웃음이 가득 핀 걸 보게 될 것이다. 곁에 있지만 찬찬히 볼 수 없었던 아이 얼굴을 뜨거운 콧김과 함께 보는 건 덤이다.
저자
김이삭
1967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1998년 『소년문학』에 동화가, 2005년 『시와 시학』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와 2010년 기독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으며, 제9회 푸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 「우리 동네 문제아」 외 2편을 추천받았습니다. 시집 『베드로의 그물』, 동화집 『꿈꾸는 유리병 초초』가 있습니다. 2012년 현재 한마음문화센터, 울주군립도서관, 열린아동복지센터에서 동시와 동화 창작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수혜했고,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지원 파견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