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서평
<노컷뉴스>를 기획, 창간한 민경중의 또 다른 선택
다르게 선택하라/민경준/샘솟는기쁨/김정완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있다. 뉴스가 끝난 뒤 앵커들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건네는 목례를 말하려는 거다. 우아하게 물결 위를 노니는 백조의 발처럼 큐 사인 직전부터 방송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그들의 직업 생리를 상상하면 그 장면이 그렇게 안도감을 줄 수 없었다. 직접 당사자도 아닌데 장면을 대할 때마다 늘 그런 안도감이 있었다. 상상 속의 현장이라 현실이 되지 못 해서 더더욱 주목을 끌었던 것 같다.
CBS 보도국장으로 잔뼈가 굵은 저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고 '커밍아웃'했다. 베일에 가려진 기자들의 리그가 그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 사람 사는 곳이라면 시장통의 냄새가 나게 마련인데, 기자가 특권의식에 빠져있으면 그 기자의 글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글이 되기 쉽다. 그런 글에선 공감을 찾기가 힘들다. 기자 사회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경외감으로 잘못 해석해서 핀트가 맞지 않은 글이 시중에 떠돌아다닌 예가 적지 않았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내 안에 일어난 방어적인 태도에 놀랐다. 몇 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속이 뒤 짚인 고답적인 글 읽기의 전철을 이 책에서 되밟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화려한 이력을 앞세워 짐짓 젠 체하거나 가르치려 들면 그것만큼 고역이 없었다. 배우려고 하면 무엇에서든지 배우지 못할 게 없다고 하지만 그런 글은 그렇질 못하다. 치우는 데만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든다.
책의 중간 부분을 열어 몇 개의 에피소드를 읽었다. 그리곤 이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 거침이 없었다. 딱히 감출 이유가 없다는 태도가 행간에서 읽혔다. 그렇다 보니 활자화된 글의 설득력이 한층 높아졌고 그것에 비례하여 공감의 폭 또한 컸다. 기자 특유의 단문이 날개를 달아준 양상이다.
그가 사회성 짙은 사건을 풀어가는 대목에선 긴장감이 끌려 나왔다. 그렇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꺼낼 때면 반가운 아침인사를 대하듯 정감이 넘쳤다. 신앙과 직업정신에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뚫고 나갔다. 그래선지 그의 글은 시종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우격다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 담백함이 진정성과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드러나는 변화를 또렷이 마주할 뿐이다.
그 변화란 맹목적 순응이 아니어도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단이 남아있다는 확인이자 같은 길을 따라 묵묵히 걷자는 그이의 아름다운 격려이기도 하다. 자칫 우린 돌아가는 양상만 보고 사회에 정의로운 사람이 없다는 인식을 갖곤 한다. 하지만 동강 난 나무라도 그루터기는 있고 거듭 봄은 우리에게 자신의 얼굴을 내민다. 암울한 시기에도 우상을 배척한 70문도가 존재한다. 그러니 외톨이라는 생각은 금물.
아마도 누구나 때만 되면 그런 생각을 했던 듯싶다. 기드온을 찾았을 때나 여호수아를 만났을 때 하나님은 그들을 하나같이 강한 용사라 칭했다. 굵직굵직한 자리를 두루 섭렵한 저자라고 마냥 의기양양하지만은 않았을 터다.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을 테고 등 떠밀려 원치 않은 곳으로도 불려나갔을 게다. 그럼에도 그는 건재하다. 이유는 그가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향하는 방향과 같은 선택만 해서는 세상을 앞설 수 없다. 누구도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 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간다. 조금 앞서 가려고 밀치고 잡아당기느라 어수선한 건 물론이고 그러느라 서로에게 낸 생채기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군가 그런 상황을 빗대 '팔꿈치 사회'라는 표현을 썼다. 혜안이 돋보이는 말이다.
저자의 '다른 선택'은 '크리스차너티(기독교정신)'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것이 저류가 되어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고 행동의 동기를 끌어낸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저자가 간사로 임명되었다. 워낙 힘 있는 자리라 촌지 비슷한 게 오고 갔던 모양이다. 관행을 끊자니 전임자의 행태를 비난하는 꼴이 되어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신앙 양심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저자는 단칼에 촌지를 끊었다. 그 후 내리 세 번을 CBS에서 간사를 냈다. 기자실 내부에서도 고리를 끊지 않고는 내내 끌려다니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자괴감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일을 누가 하느냐가 관건이었던 상황에서 저자가 분위기를 일신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리라. 강직한 기자정신의 발로가 어디서 비롯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저자의 성품이 의외의 곳에서 드러난 일도 있었다. CBS 의 뉴스 방송이 여전히 잘 나갈 때다. 뉴스국에서 저자를 보도국장으로 밀었던 모양으로 기자들의 천거를 받은 저자가 최종적으로 국장에 임명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저자가 뉴스 방송 개편 건의를 사장에서 냈으니 뉴스국이 발칵 뒤집혔을 터. 밀어줬더니 엄한 놈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저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뉴스 패러다임이 보는 뉴스로 바뀌었으며, 이는 라디오 방송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PD를 앵커로 영입한 저자는 '김현정의 뉴스쇼'라는 희대의(?) 대박을 터뜨렸다. 시대 변화를 읽는 혜안과 의사를 관철하는 의지가 결합된 산물이었다. 에피소드는 거기서 멈췄지만 아마도 과실을 나눠갖지 않았을까 싶다. 광고 수주의 쇄도에 따른 두둑한 보너스 공세라든가, 뉴스국의 후속 확대 개편 소식에 이은 승진이라든가 하는. 짐작일 뿐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CBS 보도국장으로 잔뼈가 굵은 저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고 '커밍아웃'했다. 베일에 가려진 기자들의 리그가 그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 사람 사는 곳이라면 시장통의 냄새가 나게 마련인데, 기자가 특권의식에 빠져있으면 그 기자의 글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글이 되기 쉽다. 그런 글에선 공감을 찾기가 힘들다. 기자 사회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경외감으로 잘못 해석해서 핀트가 맞지 않은 글이 시중에 떠돌아다닌 예가 적지 않았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내 안에 일어난 방어적인 태도에 놀랐다. 몇 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속이 뒤 짚인 고답적인 글 읽기의 전철을 이 책에서 되밟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화려한 이력을 앞세워 짐짓 젠 체하거나 가르치려 들면 그것만큼 고역이 없었다. 배우려고 하면 무엇에서든지 배우지 못할 게 없다고 하지만 그런 글은 그렇질 못하다. 치우는 데만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든다.
책의 중간 부분을 열어 몇 개의 에피소드를 읽었다. 그리곤 이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 거침이 없었다. 딱히 감출 이유가 없다는 태도가 행간에서 읽혔다. 그렇다 보니 활자화된 글의 설득력이 한층 높아졌고 그것에 비례하여 공감의 폭 또한 컸다. 기자 특유의 단문이 날개를 달아준 양상이다.
그가 사회성 짙은 사건을 풀어가는 대목에선 긴장감이 끌려 나왔다. 그렇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꺼낼 때면 반가운 아침인사를 대하듯 정감이 넘쳤다. 신앙과 직업정신에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뚫고 나갔다. 그래선지 그의 글은 시종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우격다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 담백함이 진정성과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드러나는 변화를 또렷이 마주할 뿐이다.
그 변화란 맹목적 순응이 아니어도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단이 남아있다는 확인이자 같은 길을 따라 묵묵히 걷자는 그이의 아름다운 격려이기도 하다. 자칫 우린 돌아가는 양상만 보고 사회에 정의로운 사람이 없다는 인식을 갖곤 한다. 하지만 동강 난 나무라도 그루터기는 있고 거듭 봄은 우리에게 자신의 얼굴을 내민다. 암울한 시기에도 우상을 배척한 70문도가 존재한다. 그러니 외톨이라는 생각은 금물.
아마도 누구나 때만 되면 그런 생각을 했던 듯싶다. 기드온을 찾았을 때나 여호수아를 만났을 때 하나님은 그들을 하나같이 강한 용사라 칭했다. 굵직굵직한 자리를 두루 섭렵한 저자라고 마냥 의기양양하지만은 않았을 터다.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을 테고 등 떠밀려 원치 않은 곳으로도 불려나갔을 게다. 그럼에도 그는 건재하다. 이유는 그가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향하는 방향과 같은 선택만 해서는 세상을 앞설 수 없다. 누구도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 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간다. 조금 앞서 가려고 밀치고 잡아당기느라 어수선한 건 물론이고 그러느라 서로에게 낸 생채기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군가 그런 상황을 빗대 '팔꿈치 사회'라는 표현을 썼다. 혜안이 돋보이는 말이다.
저자의 '다른 선택'은 '크리스차너티(기독교정신)'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것이 저류가 되어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고 행동의 동기를 끌어낸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저자가 간사로 임명되었다. 워낙 힘 있는 자리라 촌지 비슷한 게 오고 갔던 모양이다. 관행을 끊자니 전임자의 행태를 비난하는 꼴이 되어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신앙 양심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저자는 단칼에 촌지를 끊었다. 그 후 내리 세 번을 CBS에서 간사를 냈다. 기자실 내부에서도 고리를 끊지 않고는 내내 끌려다니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자괴감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일을 누가 하느냐가 관건이었던 상황에서 저자가 분위기를 일신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리라. 강직한 기자정신의 발로가 어디서 비롯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저자의 성품이 의외의 곳에서 드러난 일도 있었다. CBS 의 뉴스 방송이 여전히 잘 나갈 때다. 뉴스국에서 저자를 보도국장으로 밀었던 모양으로 기자들의 천거를 받은 저자가 최종적으로 국장에 임명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저자가 뉴스 방송 개편 건의를 사장에서 냈으니 뉴스국이 발칵 뒤집혔을 터. 밀어줬더니 엄한 놈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저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뉴스 패러다임이 보는 뉴스로 바뀌었으며, 이는 라디오 방송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PD를 앵커로 영입한 저자는 '김현정의 뉴스쇼'라는 희대의(?) 대박을 터뜨렸다. 시대 변화를 읽는 혜안과 의사를 관철하는 의지가 결합된 산물이었다. 에피소드는 거기서 멈췄지만 아마도 과실을 나눠갖지 않았을까 싶다. 광고 수주의 쇄도에 따른 두둑한 보너스 공세라든가, 뉴스국의 후속 확대 개편 소식에 이은 승진이라든가 하는. 짐작일 뿐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저자 민경중은 한국 인터넷 저널리즘에 대변혁을 가져온 '노컷뉴스'를 비롯해 앞서 달리던 손석희의 아침방송과 대등하게 경쟁을 벌여 이목을 집중시킨 '김현정의 뉴스쇼'를 만든 장본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16회 한국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 24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25회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 제6회 한국참언론인 뉴미디어부문 대상 등 수상경력 또한 화려하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11차례나 수상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87년 CBS 공채 10기로 입사, 초대 베이징특파원, 유엔출입기자, 노조위원장, 노컷뉴스부장, 문화체육부장, TV 편성제작국장, 보도국장, 크로스미디어센터장, 제주방송본부장, 마케팅본부장을 거쳤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중국언어문화학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중국방송계 동향』(1997년),『현장기록 방송노조민주화 운동 20년사(공저)』 (2008년),『다르게 선택하라』 (2015년)가 있다.
2,664개(78/13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