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극한 현실 속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의미
80년대 때 교회에서 드티리히 본회퍼에 대한 이야기는 양극단을 달리는 듯한 모습이 있었다. 특히 보수적 교단이나 신앙인들에게는 당시 교회의 현실참여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으로 인해 본회퍼에게도 비복음적이란 비판이 상당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붐을 이루었던 해방 신학과 더불어 교회내에서는 금기적 태도가 꽤 있었고 신학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다수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해방신학에 대한 용어를 알기도 전에 80년에 나온 『민중의 복음』(에르네스토 카르디날, 종로서적)을 읽으면서 해방신학적 관점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 레오나르도 보프 등의 책을 읽으면서 해방신학을 단순히 신학적 관점을 넘어 왜 해방신학이 중남미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 태동될 수밖에 없었나를 접하게 됐다. 특히 ‘살바도르’와 ‘로메로’ 등의 영화를 통해 당시의 비참했던 사회적 환경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신학이 왜 편향적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복음주의 진영에 속한 존 스토트 목사님도 하나님은 가난한 자를 편애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것은 교리적 차원의 논쟁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런 환경에서 신학이 편향됨을 통해 오히려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본회퍼도 그렇다. 본회퍼는 단순히 신학적 차원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번 책을 보면서 당시의 독일 상황에 대한 설명은 본회퍼에 대한 실제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 1차대전에서의 패배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파탄지경에 있었던 독일 상황과 그로 인한 극우적인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환경에 놓였던 본회퍼를 왜 신학적으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었느냐고 비판하는 거야 말로 비정상적이 아닐까? 본 책을 읽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시 독일의 상황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의 병듦과 일베와 극우, 종북논리 등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속에서 친정권적인 적지않은 교계지도자들과 교인들의 모습은 본회퍼가 싸워야 했던 교계의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과연 이 속에서 교회나 교인이 정치적 편향성을 지니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것이 아닐까?
첨언하는데 이 책은 쉽게 읽으면서도 본회퍼의 삶을 잘 이해하도록 사진과 지도 및 당시 상황을 잘 그려낸다. 다른 시리즈도 그런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