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대형교회 옆에는 작은 교회도 있다
나는 가끔씩 재래시장에 가기를 좋아한다. 재래시장에 가면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상품들이 있다. 상품들이 마트나 메이커 제품들보다는 뭔가 부족해보이고 균일한 신뢰성과 안정감을 주지 못하지만,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정감미가 있다.
내가 사역하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나라 최고의 대형서점과 전통 있는 최대의 기독서점이 자리하고 있지만, 나는 동네서점을 간다. 사장되시는 집사님이 한번 바뀌었지만, 20년 넘게 그곳을 애용한다. 최근 몇 년간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예전보다 자주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곳을 가끔씩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안그래도 어려운 동네 기독서점을 조금이나마 도와드리고, 가끔씩 사장되시는 집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다.
재래시장이나 작은 기독서점은 사람냄새가 난다. 대형서점과 마트는 재래시장보다는 균일된 상품의 신뢰도와 저렴한 가격, 편리성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과 소형서점과는 달리 거리감이 작용한다.
교회도 그런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고3때까지 남산자락의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교회를 다니다가 그 교회가 갈라져서 대학 중반까지 분리된 교회를 다녔다. 그후 재야 신앙생활을 일이년 한 후에 나는 반포의 꽤 큰 교회 대학부에 정착했다. 신입반에서부터 조장이 되어 일이 년만에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였고, 십년 넘게 평신도로 수백 명을 가르치고 양육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제자라 할 만한 후배들을 갖지 못했고, 깊은 교제로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나를 아는 이들은 많았지만, 안다는 것과 깊은 교제와 친밀성을 갖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다.
앞의 장광설이 길었지만, 연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루스 터커는 대형교회에 묻혀가는 작은 교회의 의미와 역할을 이 책에서 논한다-내가 십여 년 전에 읽었던 루스 터커의 『선교사 열전』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전작에 비해 얇았지만, 기대가 되었다-우리나라의 번역제목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작은 교회’이지만, 원제인 ‘left behind in a megachurch world’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대형교회를 부정할 수 없는 현 세계에서 작은 교회의 의미와 역할을 논한다.
현실적으로 대형교회를 부정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에서 무조건 대형교회를 부정하고 정죄하는 것은 편협하고 온당치 못하다. 대형교회 자체가 악이 아닌 상황에서 대형교회를 막으려 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또한 대형교회의 문제들이 꼭 대형교회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작은 교회일지라도, 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들의 마음속에는 대형교회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 우리나라의 중소형 교회는 교인이나 건물 상으로만 중소형교회이지, 시스템과 조직과 활동은 거의 대형교회를 따라가고 있고, 그것이 곧 성공의 비결인양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성도들도 그런 시스템과 편의시설 등을 교회 안에서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사울의 갑옷을 입은 다윗마냥 거추장스럽고 불편하여, 목회자나 교인들이 쉽게 지친다. 버거운 일로 소진하고 쉽게 갈등한다.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에 맞는 시스템과 조직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교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대형교회를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한다. 심지어 대형 교회를 나무라면서도, 교회는 대형교회를 다닌다. 그리고는 작은 교회도 대형교회같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 책에서 루스 터커는 대형교회를 월마트에 비교하며 비판한다. 그는 실용성과 편리성만 강조하고 시설 투자에만 공을 들이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월마트가 나타나면 근처 상권이 모두 죽듯이 대형교회로 인해 작은 교회들이 타격 받음도 지적한다. 또한 대형교회가 깊이 있는 교제를 말하곤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교회의 주도 현상은 시대적 흐름임을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작은 교회들이 대형교회가 되기 위한 교회성장 이론을 이야기하고 적용하기는 하지만, 그 성공 신학이 모든 교회와 목회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형교회 주도 세계에서 작은교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아마도 다른 교회성장 이론가나 교회변혁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대형교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소그룹 중심의 작은 교회나 네트워크식의 교회연대, 특성화된 사역을 이야기할지 모른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그런 기대감으로 이 책을 선택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대형교회를 월마트식 교회라고 지적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안은 없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원서의 제목마냥 메가처치의 세계를 인정하면서, 그 주변에서 기존의 작은 교회들의 의미와 고민을, 또 작은 교회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새로운 작은 교회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작은 교회의 고충을 말하며, 그 모습과 특성을 지켜나가며,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를 논한다. 특히 전통적인 작은교회들, 즉 과거에 우리 주변에 있었던 동네의 작은 교회들이 독특한 모습과 특성을 잃지 않고 이어나갈 필요를 이야기한다.
이는 저자가 세상적인 성공의 신학으로 교회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효용성과 편리성을 이야기하는 월마트식 교회 이론에서 뒤쳐짐의 신학, 실패의 신학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 책에서 새로운 교회성장학과 새로운 성장이론을 기대한다면, 이미 그들은 성공주의 신학에 물들어 있음을 은연중에 지적한다. 오히려 저자는 지금의 작은 교회와 전통적인 교회가 그 자체로서 존재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세상적으로는 뒤쳐지고 답답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을 저버린다. 그러나 그 저버림은 우리의 욕망의 기대에 대한 저버림이지 하나님의 기대에 대한 저버림은 아니다. 그렇다. 저자는 과거의 동네교회를 자꾸 설명하는 데에 큰 비중을 두고, 그저 과거의 향수에 집착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작은 교회의 존재 자체가 현대 성도들과 교회에 대안이 되고 해결책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안이 없는 시대에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형교회들의 숲에서 작은 교회들이 살아있음을, 또 살아있어야 함을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가르친다.
저자 루스 A. 터커
어린 시절, 작은 교회에 다니며 신앙의 기반을 형성한 저자는 작은 교회의 사모가 되었다. 이 시절, 저자는 남편을 도와 여러 사역을 도맡아하며 대형 교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신앙의 유산을 발견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처절한 실패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패로 점철된 경험과 교회에 대한 풍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숫자만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교회마저도 자본주의 논리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규모는 작아도 깊은 영성과 따스함이 넘치는 작은 교회가 살아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자신은 대형교회에서도 사역해 봤지만, 그래도 작은 교회처럼 일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 사람을 영적 어른으로 자라게 하는 데 작은 교회의 공동체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에 있는 칼빈신학대학원 선교학 부교수로 있었고, 저술가로서 17권의 책을 썼다. 대표작으로 『선교사 열전』(크리스챤다이제스트 역간), 『유명 목회자 부인들의 사생활』(요단출판사 역간), 『신앙을 버리다』(Walking Away from Faith)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