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서평
욕 얻어 먹을 각오로 쓴 설교학 책
우리 목사님은 왜 설교를 못할까/데이비드 고든/최요한/홍성사/조영민 편집위원
아주 특별한 제목의 설교학 책이다. 과연 누가 이런 제목의 책을 읽을 것이며, 누가 이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이 선물로 내게 주어졌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고 말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는 제목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이 너무나 좋았기에 이렇게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언급한다. 직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이 책을 쓰기로 결정하고 ‘작정하고 글을 쓴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비장한 어조로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기로 했다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가장 노골적인 어조로 현대의 설교자들과 설교에 대한 평가와 원인 분석 그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설교자가 없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 훌륭한 설교자 아니 평범한 설교자도 없다는 것이다. 많은 설교자에게 성경을 바르게 들려줄 수 있는 ‘감성’이 없다고 말하며 로터리 클럽에서 나오는 연설만 못한 설교가 울리는 곳이 지금의 강단이라 평가한다. 저자는 설교의 ‘기본요소’ 일곱가지를 로버트 루이스 대브니의 “성경 수사학 강의”를 근거하여 현대 설교자들의 설교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찾을 수 있는 지를 묻는다. 진지하게 수준 미달의 현실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중반을 지나며 현대 설교자들이 갖게 된 ‘설교의 질적 하락’의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문제는 설교자가 “책맹”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 미디어들의 발달로 인해, 낮은 수준의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로 인해, 고전 공부가 사라져 버린 것들로 인해, 현대의 설교자들이 설교의 기본이 되는 ‘문학적 소양’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방법과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편지를 쓰라는 것, 정보가 아니라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훈련을 하라는 것, 글로 기도하는 연습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 설교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그리스도 중심’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다 읽은 소감은 책의 표지에 있던 작은 부제 “두꺼운 설교학 서적 열 권보다 나은 책!” 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정말 하기 어려운 말을 용기있게 했다. 현대의 많은 설교와 설교자들의 피상적 읽기와 피상적 말하기의 원인을 이렇게 시원하게 표현한 설교학책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분석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아쉬운 것은 대안 부분이었다. 이 책의 분량 탓인지 저자에게 주어진 시간 탓인지 책이 제시하는 대안은 앞에서 설명했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약해 보였다. 즉시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나의 설교에 있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면, 그래서 구체적으로 나의 설교를 개혁하기 원하고 그 변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구체적으로 노력한다면 수년 후에 우리가 하는 설교는 많은 부분 달라져 있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설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꼭 한번 정도는 진지하게 읽어봤으면 좋겠다.
2,667개(75/13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