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삼위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
매주 화요일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고 어떻게 해결해주어야 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하나님은 무섭고 난폭하고 가정도 버려야 하고 정상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그런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교회라는 곳 또한 광신도들이 모여 있는 비정상적인 집단이었다.
이런 현상은 비신자들뿐만 아니라 필자가 볼 때 교회에 다니고 있는 교인들이나 신자들 중에도 나타나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십자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님의 용서하심과 깨끗케 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지, 복음에 젖어드는 인격과 삶의 향기에는 관심이 없고, 창조 전부터 하나님이 가지고 계셨던 구원계획과 삼위 하나님의 사귐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도 모르고, 부활 후에 성령님이 오셔서 교회와 성도를 아름답게 빚어 가시는 사역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앙은 고통스럽다 못해 하나님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을 오해하고 신앙이 왜곡되면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날마다 말씀으로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은 없어지니 하나님은 우리를 변화시킬 수 없는 하찮은 신이 될 것이고 이방종교식으로 다루어지는 가벼운 신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는 거룩한 능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생 최고의 예배가 최악의 예배가 될 것이고 그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고 인간의 종교성만 남아있는 타락한 곳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선하신 하나님”이다. 그러나 삼위일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정말 제목을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도서의 판매를 위해 제목을 대중화시켰다 말하기도 하는데(출판사 입장은 모르겠으나 내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삼위 하나님에 대하여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와 교제하고 그 아버지의 영광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삼위 하나님 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지는지 성경구절과 다양한 비유로 설명해가는 저자의 글은 감동이 있는 삼위일체론의 해설서였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이 된다. 1장은 “창세전에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만물이 있기 전부터 하나님은 창조자와 통치자라기보다 생명을 주는 존재시며 자녀를 낳는 아버지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피조물에 의존하시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과 사랑을 아들에게 주시고 만물에게도 그 영광을 주시는 풍성하고 자애로운 성부로 나타난다.
그리고 2장은 “창조: 흘러넘치는 성부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는 단일신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근본적으로 내향적으로 향하는지 설명하고 이에 비해 삼위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그 사랑과 사귐과 영광을 외향적으로 나누시는지 탁월하게 설명한다. 또한 삼위하나님께서 창조를 어떻게 이루시는지 말씀과 성령을 두 손 삼아 예수그리스도를 통해 생명의 기운을 넣으시는 창조를 그려내고 있다.
3장에서는 “구원: 자신의 것을 나누시는 성자”를 설명하는데 사랑의 대상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선 뒤틀려진 인류를 향해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보내시고 십자가에서 죄를 사하시고 구원하시는 삼위의 사역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성부의 사랑이 성자를 통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잘 드러나는데 무미건조한 사랑이 아니라 사망에 맞서고 악과 싸우며 생명을 주는 강렬한 사랑을 느낄 수 있고, 특별히 예수님의 대제사장 되심을 읽어갈 때는 마음에 감동과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4장은 “그리스도인의 삶: 아름답게 하시는 성령”인데, 여기서는 성령이 어떤 힘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성부와 성자처럼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감사한 분이며 죽음에게 새 산소를 주어 생명을 주는 존재로 소개한다. 그리고 일관되게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밝히 조명하셔서 예수님의 사역과 삶과 성품을 가르쳐 주는 성령님의 사역을 알려준다. 또한 성령께서는 우리의 존재가 하나님이 형상을 따라 새롭게 되는 변화의 중심에 서서 끝까지 견인해 간다고 설명한다.
5장은 “여호와여, 신 중에 주와 같은 자 누구니이까”에서는 저자가 현대 교회에서 삼위일체 교리가 빈약해지고 바르게 가르쳐지지 않기에 교회가 무장해제 되고 무신론적이고 이신론적인 생각이 스며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도 하나님은 인격적이고 존재의 중심에서부터 사랑을 흘러내시고 자기를 내어주시는 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나단 에드워즈를 참고하여 하나님의 거룩, 하나님의 진노, 하나님의 영광을 다루고 있다.
책의 특징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하나님께서 삼위로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단일신론과 비교해서 책 전체에서 비교 설명이 된다. 책에서는 이슬람의 알라가 자주 등장하는데 신학과 교리사에 정통한 저자가 최근에 미로슬라브 볼프의 책 “알라”의 영향을 받아 하나님에 대한 해석도 인류의 악을 제거하고 평화를 위해 공유될 수 있다는 논지를 반박하기 위해서인지, 알라는 99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 “사랑하는 자”라는 이름도 있지만 그는 창조 전에 홀로 존재하였던 인물이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내어주는 삼위의 존재와 성품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단일신론적인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신이라 주장한다.
우리가 익히 생각할 수 있듯 단일신은 본질상 외롭고 혼자 있는 신이기에 자기 자신에게 함몰될 수밖에 없고 외향적으로 사랑을 나타낼 수 없다. 그가 하는 창조 또한 창세전부터 사랑과 사귐이 없었기에 피조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조물 위에 군림하여 자기사랑을 극대화하는 창조를 한다. 그래서 단일신은 지극히 폭력적이고 군사적이고 강압적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거래와 힘으로 이루어지는 조건일 뿐이다.
이에 비해 삼위 하나님은 창세전부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존재하였고 서로를 향해 한없이 사랑하시고 영원한 사귐을 가지고 존재하셨다. 성부는 모든 것을 내주시는 하나님, 성자는 순종하며 내주시는 하나님, 성령은 친밀함을 이루시는 하나님으로 조금의 불일치도 없고 갈등도 없고 시기도 원수 맺음도 없었다. 완전한 조화와 일치 속에 영광과 능력과 권능이 동등하시고 본질상 하나로 존재하신 삼위하나님이셨다.
이 세분이 창조를 이루셨고 생명의 기운을 이 땅에 불어넣으셨다. 성부께서는 죄로 망가진 세상에 자신의 빛과 영광을 지닌 성자를 보내서 죄를 해결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믿는 자들에게 나누는 일을 하셨고 상속자의 반열에까지 세우셨다. 성령께서는 이 성자를 통해 인생에게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도록 인도하시고 그의 인격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속적으로 닮아가도록 이끌어 가신다. 또한 인생 전체에서 이루어지는 구원의 일에서 중심에서 일하여 주신다.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성자를 통하여 성부 하나님을 알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요한복음과 요한일서와 히브리서 등을 통해 성자 하나님의 사역과 존재와 그분의 목적을 보여주고 있다. 성자께서는 성경의 주제이시고 성부를 계시하는 분이시며 참된 성전이시고 참된 대제사장이고 영원한 제물 되시며 만왕의 왕이시다. 성자를 통해서 성부를 본다는 것은 삼위 하나님이 지극히 관계적이라는 것이며 하나님은 이 땅 가운데 성자를 통하여 충분히 알려지셨다는 것이다.
특별히 성자께서는 구약에서 대속죄일에 대제사장이 가슴에 이스라엘의 이름이 새겨진 보석이 박힌 옷을 입고 하나님께 나아가 죄를 용서받고 백성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데, 우리의 대제사장 되신 성자께서는 친히 가슴에 성도의 이름을 새기고 하나님께 나가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을 받는 자로 이 땅에 살아가고 또한 그런 사랑을 나누는 자로 세우기 위해 친히 보석을 품고 하나님의 임재로 들어가신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가 예배하는 대상을 닮아가게 된다. 우리가 예배하고 닮아가야 되는 분은 하나님이신데 하나님을 어떻게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삶이 변해야한다고 많이 가르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선 되는 것은 하나님을 알라는 것을 힘써 전해야한다. 하나님을 알게 되면 본성이 변하고 인격이 거룩해지고 삶의 아름다워진다. 어떤 업적과 위대한 일을 하기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아는 게 아니라, 우리 존재 자체가 죽음의 자리에서도 꽃을 피워내신 주님의 모습을 따르기 위해서이다.
삼위 하나님은 죽기까지 내어주시는 분이시다. 자신에게 함몰 되어 자신이 주인되고 우상화되어서 괴물 같은 분이 아니시다. 은혜의 긍휼의 아버지시고 십자가까지 감당해 내시는 분이다. 오늘 내가 예배하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시고 내가 섬기는 교회는 어떤 예배가 드려지고 있는가? 이 책을 통해 눈가에 눈물이 고이게 하는 삼위 하나님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의 교회 또한 삼위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