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동성애가 죄인가 아닌가의 문제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얼마 전 서울에서 퀴어축제가 열렸다. 얼마 전 미국의 한 게이 바에서는 총기 난사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동성애가 큰 이슈거리가 되고 그에 따라 오늘 날 많은 교회들의 영적 전쟁 대상은 동성애로 삼고 있는 듯하다. 강단에서는 “동성애를 막아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통과되서는 안 된다”는 등의 말이 수시로 언급되고, 기도 시간에는 동성애라는 사단의 전략을 무너뜨려 달라는 기도제목에 회중들이 아멘으로 긍정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교회의 이런 동성애 정죄를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다. 이러한 긴장 상황에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intro
이 책은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는데 크게 보면 동성애의 정의(definition)와 원인, 성경의 눈으로 본 동성애, 그리고 동성애에 대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내용에 앞서 짚어야할 것은 바로 작가가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 것이다. 책의 부제(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의 응답)에서 느껴지듯이 서론에서부터 작가는 동성애를 죄라고 말한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작가가 채택한 동성애의 개념은 ‘동성인으로 인해 성적 흥분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입장에 서서 책의 전체를 서술한다.
1. 현대의 관점에서 본 동성애
이 챕터는 동성애의 원인에 대한 의견을 다루고 있다. 아직 확실히 풀리지 않은 문제인 동성애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그리고 성적 지향은 정적인가 동적인가에 대한 각 입장의 주장과 근거를 제시한다. 동성애의 원인은 결국 다양하고 복합적이므로 단일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 성경과 동성애 : 주해 관련 논의
이 부분이 내가 읽는 챕터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에 새로운 관점을 보여 주었다. 성경의 해석과 관련된 이 문제에서는 대부분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동성애 반대)과 상황과 맥락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찬성) 간의 대립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동성애가 언급된 구절들(소돔과 고모라, 성결법, 바울의 동성애 언급) 양쪽의 입장을 설명하며 그 해석의 한계와 오류들을 설명한 뒤 본인의 해석과 입장을 보여준다. 전개 과정은 대부분 text 해석과 그 한계- context 해석과 그 한계- text+context 적 해석 순서라고 볼 수 있다. 즉 작가가 동성애를 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저 성경에 적혀있기 때문이 아니라 성경 속으로 더 들어가본 결과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3. 동성애와 교회의 가르침
이 챕터에서는 2천년 동안 교회가 동성애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었는지를 본다. 그 결과는 초대, 중세, 종교개혁 후까지 모든 시대의 교회는 일관되게 동성애를 죄라고 주장해왔다. 물론 과거 교회의 주장이 그러했다는 명목으로 현대 교회에게 그 주장에 동참하라고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수많은 시간 동안의 일관된 주장을 해왔다는 사실은 충분히 염두해 볼 만한 사실이다.
4.동성애와 성경의 권위
얼핏 보면 2챕터와 다른 게 없는 것 같지만, 이 챕터에서 다루는 주제는 성경이 죄라고 말한 것을 현 시대의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성경이 동성애를 죄라고 했기 때문에 현 시대의 우리들도 그렇게 따라야하는지 아니면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로써의 성경을 큰 그림으로 보며 동성애와 같은 문제는 유동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다룬다. 작가는 큰 그림이라는 주장에 의문과 바른 해석을 제시함으로 본인의 주장을 지켜나간다.
5. 동성애와 기독교 성윤리
이 챕터에선 말 그대로 기독교의 성윤리에 대해 설명한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본 결혼, 이성 간의 교제, 사랑과 우정 등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동성애든지 이성애든지 중요한 문제인 성욕에 대한 죄의 기준을 정의하는데, 작가는 “사람이 성교하려는 욕구를 부적절한 행동으로 표출하려는 욕망을 계속해서 만들어 품고 있을 때”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며, 본능적으로 다른 이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성향은 죄라기보다는 정복해야 할 유혹이라고 설명한다. 동성애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죄라고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챕터일 것이다.
6. 동성애와 교회
이제 작가는 교회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결혼은 허용해야하는지, 성직을 줄 수 있는지, 동성애자들을 교회가 받아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내용들에 대해 작가의 대답은 교회는 환영하지만 완전히 긍정하진 않는 공동체가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어야 하지만, 공동체에게 요구되는 철저한 제자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는 교회들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느낀점
이 책은 전체적으로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지만, 흔히 보는 앞뒤가 막힌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견을 인정해가며 부드럽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그러기에 동성애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 책을 큰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동성애를 옹호하는 편에 있었고, 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전통적인 기독교의 입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관점들로 동성애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성애가 죄인가 아닌가의 문제보다, 교회들이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을 충만히 보여주고, 약자들을 돌보는 주의 몸이 되는 것이 지금의 더욱더 시급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