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신질환에 당황하지 않으시려면
사람은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삶에 떡이 불필요하거나 떡을 구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목사는 기도와 말씀에 집중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도들이 먹는 떡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목사가 성도들의 떡, 곧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씀을 제대로 삶에 적용시켜 전할 수가 없다. 이것은 목회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요새 우리 주변에 이슈가 되는 것이 있다면 심리나 정신적인 것들이 많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정신적인 문제를 목회자가 거론할 때 이슈 중 하나라면 정신질환과 귀신들림의 문제였다. 그것을 어떻게 구분하고 판단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사실 이 문제는 지금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잘 쓰여진 책 중의 하나를 들면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김진, 생명의 말씀사)이다. 종종 정신병을 귀신들림으로 판단해 환자를 더 악화시키는 것을 보는데, 그런 부분에 나름의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좋은 책이다- 김진의 다른 책들도 좋다.
이 이슈는 지금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최근 우리주변은 이런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나 가족을 접할 때 이것을 어떻게 분석하고 도와주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종종 교회나 가족들이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환자의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나 영적 리더는 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좋은 책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상담적인 차원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책들이 필요하다. 이상심리학을 다룬 책도 좋긴 하지만 잘못하면 정신질환이나 사람에 대해 선입관이나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읽을 필요가 있다.
그에 반해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박한선/최정원, 에이도스)란 책은 실질적이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어떤 부분은 너무 세밀하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로 고심하는 가족들이나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책이 더 현실적일 듯싶다. 단순히 이론적인 접근이나 외국의 환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체계 내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할 지를 보여준다. 정신질환은 다른 질병과 같이 병이다. 그렇지만 주변이 그렇게 여기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책은 마음 깊이 어려움과 고민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나 영적 리더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다 읽지는 않는다하더라도 간략히 훑어보거나 간직하고 있다면 주변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 출판계에서 발행한 책이 아니기에 기독교적 도움이나 상담적 시각은 결여 되어 있지만, 목회자도 떡에 대해 이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추신: 아직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 계속 읽어 나가긴 하겠지만 빠르게 읽을 생각도 없다. 500쪽 가까이 되는 책이기도 하지만 백과사전 같이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에 굳이 한꺼번에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다. 구비해놓고 필요할 때 찾아보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