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경 세계로 들어가는 고고학이라는 문을 열며
어릴 적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를 보며 고고학에 대한 꿈을 꿨었다. 그리고 유사한 영화와 이야기를 읽으며 역사 속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의 실재함의 증거물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성경 속 이야기들을 단순하게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지만 동시에 ‘정말 이런 이야기들의 근거가 있을까? 이것이 정말 역사 속에 일어난 일들이라면 그것에 대한 증거들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 후 만나게 된 성서 고고학과 관련된 글들을 접하면서 그러한 고민들에 대한 답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한 문화와 배경에 대한 지식은 이전보다 더 성경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저자의 이력이었다. 저자는 이 성서고고학 관련 저자들 중에는 드물게 여성이었다. 저자는 신학을 전공하고 이스라엘에서 역사를 전공한 이후에 현지에서 고고학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친 학자였으며, 블레셋 가드 지역의 발굴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현장 지휘자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던 이가 결과물로 이 책을 내놓은 것이다.
책을 펼쳐 보면, 지명을 중심으로 해서 그 지명과 관련한 내용을 한편의 완결된 글로 풀어쓰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한 번에 다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지명을 중심으로 한편씩 읽어갈 수 있는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각 장은 먼저 지명이 등장하고 그 지명에 따른 고고학적인 발견과 성경 이야기 또 현재의 모습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지고 있다. 모든 지명에 동일한 구성의 요소가 다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지명 – 지도상의 위치(지도 참조) - 성경 본문에 있는 에피소드와 인용들, 그 인용의 의미 – 지역의 고고학적인 발견과 그 내용과 성경과 관계성 – 성경 기록 이후 역사 속에서 그 지명과 관련된 내용들에 대한 기술 – 현재 지역설명 – 고고학적 배경 가운데 특별한 부분 및 현재 삶에 주는 교훈”이라는 방식이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을 사용하여 이러한 지명과 관련된 다양한 고고학적 발견 내용과 성경 본문에 대한 접근, 목회적 적용들을 함께 다루는 이 책은 성도들이 갖는 다양한 필요에 근접한 바른 성경 읽기를 위한 참고서가 아닐까 한다.
성경고고학과 관련하여 이미 나와 있는 방대한 분량의 외국 석학들의 자료들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독자의 읽기 수준을 충분히 고려한 적절한 눈높이이다. 저자는 한국의 신학생들을 가르치며 동시에 국민일보에 이 책의 초고를 연재했었다. 가장 보편적인 수준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글쓰기를 신문 연재글을 쓰는 방식으로 충분히 검증 받았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내용이 막히는 부분이 없이 술술 읽혀진다(물론 다 설명하려고 하고 있거나 난제들을 해결할 의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저자가 직접 구한 각 지역과 그 지역에서 나온 유물들의 풍성한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을 통해 활자화된 글로만 전달되기 어려운 여러 부분이 이해되어질 수 있고 지역과 문화와 성경 속 스토리들을 더욱 선명하게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가 이 현대에 이 지역이 어떠한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단지 성경 이야기와 성경 시대까지의 이야기로 이 책을 끝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 지역에 대한 설명은 혹여나 이 지역을 여행하게 될 이들이 만나게 될 모습이 무엇인지를 들려주는 것들이었다. 저자의 간략한 설명 속에서 고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방대한 분량과 심오한 깊이의 성경고고학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이에게, 또 너무 전문적인 지식들을 파고 들 수 없는 상황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성경의 배경이 되는 땅과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고 성경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읽고 생각하고 가르치기 원하는 이에게 이 책은 좋은 성경 옆 참고서가 되어줄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