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와 회복에 대한 말씀들로 풍성한 책
교회에서 성경을 많이 읽으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볼 것은 성경을 읽기만 한다고 돈을 넣으면 음료수를 주는 자판기처럼 우리에게 유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경을 다독하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정보들을 다 암기하고 있어도 무슨 내용과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하나의 정보일 뿐 하나님의 역사를 조망할 수도 없고 실제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으로도 역사되지 않는다.
또한 성경은 전체적으로 성삼위 하나님의 구원의 목적과 뜻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면 변죽만 울리는 형식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현대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경공부에 대한 부족함을 개선하고 효과적인 성경개관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기존에 성경개론에 대한 책이 두껍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에 비해 저자의 고민과 노력이 성경을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이라는 물줄기로 이어나가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전에 저자의 책 “심플리 가스펠”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저자는 5-600페이지 해당하는 신학적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와 공부로 잘 녹여내고 정확한 개념설명과 신학적 일관성을 유지해가는 것을 보며 감탄했던 적이 있다. 또한 현대 교회의 문제를 복음의 이해 부족이라 진단하고 이 복음을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로 풀어가며 복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을 만드시고 제자 삼으시는 그 진의를 드러내기까지 하였다.
이 책 또한 그 복음을 단순히 “예수 믿고 천국갑시다”가 아니라 성경 이야기 안에서 들을 수 있도록 초청한다. 성도가 개인 구원에만 함몰되지 않고 그보다 더 깊고 넓은 관점으로 복음을 조명하도록 인도한다. 복음은 구원하는 능력으로서 자신의 변화를 넘어 사회와 세계의 총체적인 구원을 내다보며 하나님 나라 회복에 목표를 삼고 있다. 즉 이 책은 “하나님나라의 총체적인 회복”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로 성경을 뚫고 있으며 거기에는 하나님의 신실함이 드러난다.
저자는 창세기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를 왕, 백성, 땅, 법이라는 구조 아래서 창조기사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이 나라가 어떻게 시작이 되고 파괴되고 죄가 확장되었는지를 다룬다. 이어서 하나님의 통치의 확장이 실패한 듯하지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선택하셔서 그에게 약속을 주시고 하나님 나라 재건을 시작하신다. 이 약속은 족장들을 통해 전달되어지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실현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어드리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것을 역사서를 통해 드러나게 되고 예언서는 그것에 대한 심판을 넘어 이스라엘을 통한 하나님나라의 회복과 포로공동체의 소망에 대한 말씀을 풍성하게 담고 있다. 책에서는 역대기와 예언서가 도표로만 나와 있는데 실제 우리가 성경을 읽으며 백성의 모습과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후에 도표를 봐야 할 것이다.
이후 포로기역사와 신구약 중간사에는 자신들에게 하나님 나라 회복과 선민으로서의 지위를 회복시켜줄 메시야에 대한 갈망과 간절함이 그 역사적 격변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간략하게 소개된다. 또한 1세기 유대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로마시대에 종살이를 하고 있기에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야를 고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책에서는 유대인들이 고대하던 메시야가 누구이고 복음서에 말하는 메시야는 누구인지 설명된다.
특별히 저자는 하나님 나라 회복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성경전체에 맥락에서 이해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회복으로 가는 길에 새언약이 이루어지는 이 장면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저자가 이 사건을 결정적인 사건으로 강조하고 있어서 책이 더욱 신뢰가 되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하나님 나라에 걸림돌이 되었던 모든 죄와 불순종을 짊어지고 죄를 해결하셔서 대속물로 구속을 이루신다.
1세기의 사람들은 귀환공동체가 된 이후로도 여전히 로마시대 밑에서 사는 것을 불순종에 대한 결과로 여겼는데 톰 라이트의 말처럼 예수님의 죽음이 이 종살이를 해결하여 노예생활이 청산되고 새언약이 갱신되는 놀라운 사건이었고 모든 이에게까지 미치는 언약적 죽음이 된다. 또한 부활은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이 예수는 의로운 자이며 메시아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고 그로써 부활은 복음의 핵심이 된다. 이어서 책은 요한계시록까지 연결하여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 속에서 책은 교회의 사명을 강조한다. 저자는 스캇 맥나이트의 교회와 성도가 하나님 나라라는 말에 동의하며 하나님의 백성이 가는 곳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교회가 이 땅에서 그 사명을 감당해야 된다고 창세기에 아담에게 주어진 사명과 출애굽기에 제사장 나라의 사명과의 연장선에서 설명한다. 또한 교회는 애굽과 가나안과 로마의 가치체계를 버려야하고 생명과 연관되어지는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살아야한다고 역사와 배경과 성경을 통해 요약식으로 설명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교재로 하여 교회에서 성경개관을 개설해 “하나님 나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위대한 일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보며 아쉽기도 하고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왜 서신서에서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셨는지에 대해선 밝은데 왜 서신서는 그 중요한 예수님에 대한 존재와 교회의 비밀에 대한 것이 하나님 나라와 연결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실제 서신서를 보면 교회와 성도의 생활과 윤리 지침만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 회복에 대한 결정적인 사건인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과 교회와 그것에 의미를 조명하는 구절이 많이 있다. 또한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와 회복에 대한 말씀들도 풍성히 담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는데 왜 저자는 이 부분을 새로운 삶의 가치로만 다루었는지 아쉬움과 궁금증이 있었다.
끝으로 이 책은 초신자나 기존 신자 모두에게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책은 말 그대로 윤곽을 잡아주는 개관이지 그 이해와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부를 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주제인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그분께서 어떻게 우리를 회복해 가실지 기대하게 된다. 그 생명과 감동이 있는 영원한 초청에 참여하기 원하는 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젊은 저자에게 그 수고와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